평균온도 1도 상승시 말라리아 17%↑… 쯔쯔가무시·렙토스피라 등도 증가
강수량도 감염병 출몰 주요 변수로 작용…말라리아는 증가·콜레라는 감소
전문가 "기상요인 기계적 잣대 해석 안돼…이상기후 감염병 발생 영향은 확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감염병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이라는 해외에서 유입된 미지의 질병에 극한의 환란을 겪었다면 올해는 지난 15년간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던 콜레라 환자, A형 간염, 수두, 결핵 등 전통의 감염병, 이른바 '후진국형 감염병'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극복했다고 믿었던 이들 감염병이 속수무책으로 터지는 원인은 국내 감염병 감시·관리시스템에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최근 몇년간 동아시아 전반에 걸친 기상이변도 한 몫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만해도 불볕 더위가 지속되고 장마기에도 비가 국지적 폭우에 그치는 등 예년과 다른 기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감염균, 바이러스의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정책연구용역사업으로 실시한 '기후변화 건강영향 감시체계 실용화 및 선진화 기술 개발' 연구에 따르면 기온과 강수량 등의 변화가 감염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은일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아 전국 의료기관에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치료를 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평균온도와 강수량의 변화에 따라 감염병 환자가 늘기도 줄기도 했다.
예를 들어 최근 3주전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하면 말라리아는 17.01% 증가했다. 또 ▲쯔쯔가무시증(8주전) 13.14% ▲렙토스피라증(8주전) 18.38% ▲신증후군출혈열(8주전) 5.14%씩 늘어나는 것으로 각각 집계됐다.
수인성 감염병의 경우도 ▲장티푸스(1주전) 1.042배 ▲파라티푸스(당시) 1.365배 ▲세균성이질(1주전) 1.365배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1주전) 1.219배 ▲살모넬라균(4주전) 1.055배 ▲장염비브리오균(1주전) 1.101배 ▲감필로박터균(3주전) 1.365배 등으로 평균온도 상승이 일부 감염병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콜레라는 6주전 평균온도가 1도 상승할 경우 환자 발생이 0.99배 감소했으며 비브리오패혈증도 온도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강수량도 감염병 출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말라리아의 경우 8주전 일주일 누적 강수량이 10㎜ 증가할 때 감염병 발생이 1.12% 증가했다. 또한 일주일 누적강수량이 1㎜ 증가하면 ▲파라티푸스(1주전) 1.004배 ▲비브리오 패혈증(6주전) 1.002배 ▲살모넬라(당시)는 1.005배 ▲장염비브리오균(1주전) 1.002배 ▲캄필로박터균(1주전)는 1.018배 등 강수량과 감염병 발생과 유의한 영향이 있었다.
반대로 ▲쯔쯔가무시증(2주전) 31.49% ▲렙토스피라증(2주전) 11.87% ▲신증후군출혈열(2주전) 16.34% 등은 감소하는 경향성을 드러냈고 콜레라도 4주전 강수량이 1㎜ 상승하면 질병발생이 0.998배 감소하는 있는 것으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에 참여한 정해관 성균관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모든 기상환경이 고정된 상태로 봤을 때 온도와 강수량만 변했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결과로 기계적인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상요인이라는 것은 어떤 포인트에서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기상이변에 따라 국내 감염병 발생 상황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정 교수는 "질병관리본부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기상이변과 감염병 토착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의 생활패턴이 급속하게 변해가는 상황에서 일일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콜레라 같은 감염병이 산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교수는 "감염병 발생시 조기 발견과 초기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의료진의 판단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감염병을 대응하는데 있어 그동안 쌓아왔던 고정관념은 깨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 출처 : 뉴시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