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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 15일 수요일

사람이 맞고 있어도 못본 척… 모르는 척

["괜히 나섰다가 불똥 튈라 "… 범죄 보고도 외면하는 풍조 확산]
- 유럽선 그냥 지나치면 罪…
우린 가해자로 몰리는 경우 많고 경찰 조사에 계속 불려다녀 곤혹
심지어 보복범죄에 당하기도… 10명 중 6명 "그냥 지나칠 것"
"도와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가해자로 몰리니…. 앞으로는 누가 맞는 걸 보더라도 모른 척할 겁니다."
인천의 한 대학교 4학년 김모(26)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2시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위협을 받던 여성을 구하려고 나섰다가 졸지에 '피의자' 신세가 됐다. 그는 대학 축제 기간이던 당시 학교 안에서 한 여성을 둘러싸고 욕설을 퍼붓던 남성 10여명을 말리다가 집단 폭행을 당했다.
10여분 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남아 있던 3명과 함께 김씨를 연행했다. 이 중 한 명이 "나도 (김씨에게) 맞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갈비뼈에 골절상을 입을 정도로 얻어맞은 김씨가 주변에 있던 다른 학생들에게 "내가 때리지 않았다고 증언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CCTV화면은 어두워 식별이 불가능했고, 위협을 받던 여성은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결국 김씨는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최근 김씨처럼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와주려다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피해를 봤다는 경험담과 함께 "범행을 목격해도 모른 척하겠다"는 글이 인터넷과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서 퍼지고 있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신고만 하고 자리를 뜰 것' 'CCTV가 없으면 현장 가까이엔 절대 가지 말 것'처럼 범죄 현장에서의 대응 요령을 정리한 글도 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서지 않고 방관과 침묵을 선택하는 '외면(外面)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 조모(26)씨는 지난 2014년 11월 9일 저녁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승강장에서 낯선 남성에게 느닷없이 폭행을 당해 10여분간 기절했다. 주변엔 여러 명이 있었지만,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그를 부축한 사람은 없었다. 다음 날 경찰에 직접 신고한 조씨는 "주위에 사람이 많았는데 나를 챙겨준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 서글프다"고 했다. 2012년 8월에도 인천 주안동의 대로에서 20대 여성이 정모(37)씨에게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경찰에 의해 구출됐지만, 이를 보고 있었던 시민 6명은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같은 외면 풍조는 경찰의 범죄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일반 시민이 범죄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한 사건 수는 지난 2010년 899건에서 2014년 639건으로 4년 사이 29% 감소했다. 특히 폭력을 휘두르는 범인을 시민이 잡은 경우는 2010년 39건에서 2014년 14건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덴마크와 이탈리아는 위험에 빠진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친 것이 입증되면 3개월 이하의 구류에 처하고 있다. 독일, 그리스 등은 1년 이하의 징역, 프랑스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린다. 이런 조항을 유럽에선 '착한 사마리아인 법'이라 부른다. 강도를 만나 목숨이 위험해진 유대인을 적대 관계에 있던 사마리아인이 구해준 일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외면 풍조가 확산되는 것은 남을 돕다가 자신이 괜히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지가 20~60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1명이 '범행을 목격해도 돕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나도 위험에 빠질까 봐'란 응답이 47.5%(29명)로 가장 많았다. '가해자로 몰리거나 경찰 조사로 귀찮아질까 봐'라는 응답도 35.7%(25명)였다.

경찰의 기계적인 수사 관행도 '사마리아인의 선행(善行)'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경찰은 가해자를 막는 과정에서 몸싸움 같은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도우려고 나선 사람도 쌍방 폭행으로 입건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피해자 보호 같은 공익 목적으로 가벼운 폭력을 행사한 사람은 입건하지 않도록 수사 지침을 바꿨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CCTV나 목격자 진술 같은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공익을 위한 정당행위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고인의 신분이 노출돼 보복 범죄를 당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수사 기관의 신뢰가 떨어진 것도 외면 풍조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청소년 性폭력, 끔찍해도 이젠 다뤄야 할 때”

김려령 작가가 7편의 단편을 모은 신작 ‘샹들리에’를 펴냈다. 이번엔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묵직한 소재인 청소년 성폭력을 담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예스24 제공- 소설집 ‘샹들리에’ 펴낸 소설가 김려령

네 번째 단편 ‘아는 사람’은 과외받는 여고생 性폭행 사건

쓸 엄두 못 내다 용기내 쓴 것… 완성해놓고 몇년간 발표 주저

한강의 맨부커 수상 정말 축하… 한국문학 시장에 부싯돌 될 것


“성폭력 문제… 이젠 아프고 끔찍해도 참고 다뤄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의 베스트셀러 소설가 김려령(45) 작가가 새로운 책 ‘샹들리에’(창비)를 펴냈다. ‘샹들리에’는 김 작가가 2008년 ‘완득이’ 출간 이후 지난 8년간 꾸준히 써온 단편 7편을 묶어낸 소설집이다. 여러 개의 전구가 모여 빛을 발하는 샹들리에 조명처럼 다채로운 삶의 빛이 모여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07년 창비청소년문학상 등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후 10년째를 맞이한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커다란 변화를 시도했다. 그동안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때로는 생기발랄하게 변주했으나 이번엔 묵직한 소재를 끄집어냈다. 바로 청소년 성폭력이다. 

네 번째 단편 ‘아는 사람’은 여고생이 과외 교사와 과외를 함께 받던 남학생에게 집단 성폭력을 당한 후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 용기를 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량은 불과 18쪽에 불과하지만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고 참담하다. 마치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연상시킨다. 

김 작가는 “2011년에 초고를 써놓고 발표를 주저했던 작품이다. 장편으로 쓰려고 하니 내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 길게는 못 쓰겠더라”면서 “하지만 언젠가는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뤄봐야 할 이야기로 생각했다. 하고 싶었어도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을 용기 내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최근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등 사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그는 “스무 살이 넘은 딸(23)과 아들(21)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아이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며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딸을 가진 엄마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아들을 가진 엄마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 단편 ‘고드름’도 기성세대의 폭력이 숨어 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소년들이 뉴스에서 살인 사건을 접하고 엉뚱한 상상을 펼친다. ‘만약 범인은 있는데 범행도구가 없는 경우라면…’ 그런데 이 실없는 농담으로 인해 소년들은 일순간 범죄자로 몰린다. 소년들의 항변과 부모들의 아우성까지 겹쳐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모든 내용이 등장인물의 대화로만 구성됐다는 점. 빠른 속도감은 물론 누구의 대사인지 살펴보는 맛이 있다. 실험정신이 돋보인다.

김 작가는 “내겐 오래된 외투가 한 벌 있는데 최근 옷장을 정리하다가 (그 외투가) 참 오랫동안 나를 지켜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리고 내게는 또 다른 외투가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그건 가족과 독자다. 그동안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독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작가는 한강 작가의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에 대해서도 늦게나마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문학 시장이 부진한 건 독자를 끌어들이지 못한 작가 탓”이라며 “한 분의 수상이 침체했던 한국문학 시장에 부싯돌이 됐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문화일보>

2015년 12월 31일 목요일

냉장고에 두부 한 모 두고… 교도소 간 애인 7년 기다렸다

[법무보호복지공단 지원받아 취업·결혼… 사연 담은 연말 감사의 편지 보내]
출소자 아들 둔 어머니, 예비신부 등 사연 쏟아져
2007년 봄, 김지영(가명·44)씨는 기차역에서 남자친구 이모(37)씨를 기다렸다. 둘은 사귄 지 2년, 김씨가 이씨의 프러포즈를 받은 지는 한 달이 채 안 됐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이씨는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김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씨가 유치장에 수감돼 있어서 대신 연락한다"는 경찰관의 전화였다. 이씨가 전날 밤 술에 취해 강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에게 이씨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김씨 동생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곁에서 어깨를 토닥여준 사람이 이씨였다. 김씨가 검사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하고 피해자와 합의도 했지만, 이씨는 결국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 면회에서 이씨는 '앞으로 면회 오지 말고, 나를 잊고 살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신도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줬으니 나도 당신을 돕겠다"며 7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2014년 봄 이씨가 교도소를 나오면서 둘은 함께 지내게 됐다. 이번엔 생계가 문제였다. 이씨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씨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공단의 주선으로 용접 자격증을 딴 이씨는 이제 어엿한 가장(家長)이다. 지난해 11월엔 다른 출소자들과 함께 합동결혼식도 올렸다.
최근 김씨는 눈물로 보낸 7년 세월을 돌이키며 공단에 편지를 보냈다.
"남편이 수감된 이후 우리 집 냉장고 구석엔 언제나 두부 한 모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항상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살겠습니다.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참고 인내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이씨와 비슷한 처지의 출소자 8000여명이 공단의 직업훈련·취업지원을 받아 사회로 복귀했다. 연말이 되면서 공단에는 김씨와 같은 주부, 출소자 아들을 둔 어머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이 보내온 편지가 쌓이고 있다.
폭력사건으로 1년 6개월 만에 출소한 아들을 둔 어머니는 "아들이 '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리고 있다"고 썼다. 아들은 출소 3개월 전부터 소방 점검 기술을 배웠고, 지난 7월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들이 또다시 방황할까 걱정했는데 취직까지 했으니 마음 한구석에 있던 짐을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고 했다.
공단의 출소자 갱생·보호사업은 크게 생활지원, 취업지원, 가족지원, 상담지원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분야가 취업지원(직업훈련·창업지원·일자리지원)이라고 한다. 금전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취업을 해야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인 교육 및 지원으로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