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보호복지공단 지원받아 취업·결혼… 사연 담은 연말 감사의 편지 보내]
출소자 아들 둔 어머니, 예비신부 등 사연 쏟아져
2007년 봄, 김지영(가명·44)씨는 기차역에서 남자친구 이모(37)씨를 기다렸다. 둘은 사귄 지 2년, 김씨가 이씨의 프러포즈를 받은 지는 한 달이 채 안 됐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이씨는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김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이씨가 유치장에 수감돼 있어서 대신 연락한다"는 경찰관의 전화였다. 이씨가 전날 밤 술에 취해 강도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김씨에게 이씨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김씨 동생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숨졌을 때 곁에서 어깨를 토닥여준 사람이 이씨였다. 김씨가 검사에게 찾아가 무릎 꿇고 사정하고 피해자와 합의도 했지만, 이씨는 결국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교도소 면회에서 이씨는 '앞으로 면회 오지 말고, 나를 잊고 살라'고 싸늘하게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당신도 내가 어려울 때 도와줬으니 나도 당신을 돕겠다"며 7년간 옥바라지를 했다.
2014년 봄 이씨가 교도소를 나오면서 둘은 함께 지내게 됐다. 이번엔 생계가 문제였다. 이씨가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씨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공단의 주선으로 용접 자격증을 딴 이씨는 이제 어엿한 가장(家長)이다. 지난해 11월엔 다른 출소자들과 함께 합동결혼식도 올렸다.
최근 김씨는 눈물로 보낸 7년 세월을 돌이키며 공단에 편지를 보냈다.
"남편이 수감된 이후 우리 집 냉장고 구석엔 언제나 두부 한 모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항상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살겠습니다. 어떤 역경이 찾아와도 참고 인내하는 부부가 되겠습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이씨와 비슷한 처지의 출소자 8000여명이 공단의 직업훈련·취업지원을 받아 사회로 복귀했다. 연말이 되면서 공단에는 김씨와 같은 주부, 출소자 아들을 둔 어머니,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들이 보내온 편지가 쌓이고 있다.
폭력사건으로 1년 6개월 만에 출소한 아들을 둔 어머니는 "아들이 '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 모든 것에 감사드리고 있다"고 썼다. 아들은 출소 3개월 전부터 소방 점검 기술을 배웠고, 지난 7월 취업에 성공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들이 또다시 방황할까 걱정했는데 취직까지 했으니 마음 한구석에 있던 짐을 내려놓아도 될 듯하다"고 했다.
공단의 출소자 갱생·보호사업은 크게 생활지원, 취업지원, 가족지원, 상담지원 등 4가지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분야가 취업지원(직업훈련·창업지원·일자리지원)이라고 한다. 금전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취업을 해야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아직 출소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지속적인 교육 및 지원으로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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