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건강수명 75세 목표"… 4대 지표 오히려 악화]
잦은 야근 탓에 운동 못해
몸짱 열풍? 男비만율 37%, 고혈압 환자도 갈수록 급증
잠복 결핵균, 발병위험 높아
자살률, OECD 국가 중 최고
새해부턴 운동을 제대로 하겠다고 결심한 이영희(45·가명)씨. 준비하는 마음으로 서울 여의도 직장 근처 헬스클럽에 이달부터 등록했지만, 지난 4주간 운동한 날은 일주일도 채 안 됐다. 야근과 송년회 등으로 시간 내기가 어려웠던 탓도 있었지만 "근육 운동을 새로 익히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큰맘 먹고 개인 트레이너에게 레슨까지 받았는데 재미가 없고 어색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건강과 장수(長壽)를 위협하는 4대 걸림돌은 ①운동 부족 ②만연한 비만 ③고혈압 ④높은 결핵 발생률 및 자살률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011년 발표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서 "2020년까지 국민의 '건강 수명'을 75세로 높이겠다"고 밝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16개 대표 지표를 선정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올해 16개 지표의 목표 달성률을 점검한 결과, 이 4대 지표는 개선은커녕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1.8세, 건강 수명은 73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8.8년을 골골 앓으며 보내는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 수명 기간 연장을 이 4대 지표가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율 높아져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성인의 '중증도 신체활동 실천율'은 2008년 14.5%에서 2013년 6.8%로 크게 떨어졌다. 2020년 목표치(20%)에서 더 멀어진 것이다. 중증도 신체활동 실천율이란 '숨이 약간 찰 정도로 하루 30분 이상씩 주 5회 이상 운동하는 성인의 비율'을 말한다. 성인 비만율 역시 남성은 2008년 35.3%에서 2013년 37.6%로 더 높아졌고, 여성은 2008년 25.2%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20년 목표는 남녀 각각 35%와 25%다.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몸짱 열풍'이 불면서 운동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심히 하는 일부 층에 국한된 것"이라며 "누구나 쉽게 운동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나 국가적 투자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운동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주변에서 쉽게, 저렴한 시설을 찾긴 힘들고 돈과 시간을 상당히 투자해야 하는 형편이란 얘기다. 장시간 근로 문화가 운동할 시간을 빼앗고, 학생 때 체육 활동이 부족해 운동 습관이 길러지지 않은 것도 성인 운동 부족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고혈압 유병률 역시 2020년까지 23%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13년 27.3%로 2008년(26.3%)보다 더 높아졌다. 신진호 한양대 심장내과 교수는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고혈압 환자가 늘기 때문에 '싱겁게 먹기' 같은 사회 운동을 벌여서라도 고혈압 발생을 막아야 한다"면서 "특히 고혈압 진단을 받고도 약을 안 먹는 40~50대 젊은 환자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살률·결핵발생률 여전히 높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28.5명)과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당 22명)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자살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자살 고위험군 관리에 그쳤다"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자살을 해결하려면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종합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울증이 있어도 치료받는 비율이 15%에 그치는 등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나, '낙인 찍기' 같은 사회적 분위기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대규모로 퍼진 결핵균이 여전히 국민의 약 30%에 남아 있어 결핵 발생률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고교생, 군인, 산후조리원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처럼 다수에게 퍼뜨릴 수 있는 고위험군은 잠복 결핵을 찾아내 치료하는 등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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