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8일 금요일

두개골 열고 뇌종양 수술중 환자는 색소폰연주…"해변에 누운듯"


스페인의 색소폰 연주가 카를로스 아귈레라 씨는 지난 10월 15일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연주를 했다.
9세 때부터 20년 가까이 색소폰을 불어온 그가 이날 연주한 '무대'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 지방 병원의 수술실이었다.
관객은 아귈레라의 두개골을 열고 뇌종양 제거 수술을 하는 의료진뿐이었다.
부분 마취만 받아 의식이 또렷한 그는 12시간에 걸쳐 뇌수술을 받는 동안 재즈 명곡 '미스티'와 셀린 디옹의 '유 앤드 아이'를 여러 차례 연주했다.
또 사이사이 의사의 지시에 따라 1에서 10까지 숫자를 세거나 사물의 이름을 말하거나 자신이 보는 상황을 설명하거나 악보를 보는 일들도 반복했다.
수술 전 준비단계에서도 마찬가지 과정을 거쳤다.
의료진이 영상촬영장치를 통해 음악과 언어, 운동 등과 관련된 그의 뇌 부위를 정확히 찾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종양이 이런 대뇌피질 부위에 가까이 자리잡아 수술 도중 잘못 건드려 손상이 일어나지 않는지, 기능이 계속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관찰할 수 있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사용했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스페인 일간지 엘 파이스 온라인판은 17일 아귈레라의 이색 '수술 연주' 소식을 보도했다.
말라가 병원은 이미 유사한 수술을 12차례 했으나 환자에게 수술 중 숫자세기 등이 아닌 연주를 하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술을 집도한 신경외과 의사 기예르모 이바네스는 "아귈레라가 음악인이고, 그의 생애와 직업에 가장 중요한 음악 언어와 운동 기능을 무엇보다 잘 보존해야 해 이런 수술 방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며 앞으로 2주 뒤면 완전 회복돼 퇴원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밝혔다.
수술 중 환자가 연주한 일은 지난 6월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에서 딱 한 번 있었으며, 유럽에선 이번이 처음이라고 병원 측은 강조했다.
지난 16일 의료진 12명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아귈레라는 "마치 해변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고 고 설명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자로도 일하는 그는 "두 달 전 병상에 누워 있던 내가 다시 태어나 감사하다"며 평생 음악과 함께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수술 받을 때 연주한 2곡 외에 직접 편곡한 바하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전주곡을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즉석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유튜브 영상 화면 캡처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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