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도 이공계 바람
“무조건 이과” 일찌감치 결정
수학·과학쪽으로 사교육 몰려
‘조기영어’ 대신 ‘조기수학’ 성행
입시제도 변화도 한몫
“수능이 영어 절대평가로 바뀌어
수학·과학서 변별력 높아져”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중산층은 자신의 벌이 가운데 상당액을 교육비로 쓴다. 자녀가 중산층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100% 문과라는 확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이과로 가야 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아무개(43)씨는 중학교 3학년 자녀의 고등학교 입시 설명회를 몇차례 들은 뒤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갈 때 결정하는 자녀의 문·이과 계열 결정을 이미 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공대 나온 조카는 3학년 때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그 아이 여자친구는 명문대인데도 인문계열이라 서류 통과도 안 돼요. 입시 설명회 가도 일단 이과로 가라고 하고, 수학 학원에서도 이과 간다 생각하고 고등학교 <수학Ⅱ>나 <기하벡터>까지는 선행으로 끝내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인구론’(인문계의 90%는 논다)이나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등 인문계열의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 초·중·고 학생들의 치열한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학·과학 중심의 ‘과학고 코스’로 학생들이 몰리고 영어 중심의 ‘외국어고·국제고’ 코스는 시들해진 것이다. 특목고 선호도에서도 외고·국제고의 인기는 낮아진 반면 과학고·영재학교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8일 특목고 입시 전문가들과 학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교육 시장은 외고를 목표로 한 영어 학원에서 과학고·영재학교 목표의 수학·과학 학원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 특목고 입시업체 관계자는 “토피아 등 외고 중심 학원들이 이미 상당수 없어졌다. ㅇ어학원이나 ㅊ어학원도 수학 학원을 인수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만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학원이 뜨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고·영재학교를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입시업체 진학사 자료(2014학년도~2015학년도 특목고 입시 분석)를 보면 과학고 20곳(6285명), 영재학교 7곳(1만3368명)의 총 지원자 수(1만9653명)는 외고 31곳(1만1318명), 국제고 7곳(2027명),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 10곳(6065명) 지원자 규모(1만941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학고·영재학교(2400여명)의 모집인원이 외고·국제고, 전국 단위 자사고(9300여명)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많은 인원이 과학고·영재학교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특목고·대학 입시를 분석해온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2003년에 1곳뿐이던 영재학교가 지금 8곳으로 늘었고, 과학고도 15곳에서 20곳으로 늘었다”며 “과학고 진학 문이 넓어지면서 문턱이 낮아진데다 사회적으로 이공계가 크게 부각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선호’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기 영어교육’ 대신 ‘조기 수학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초등 대상 수학전문학원의 경우, 20~30명 정원의 수학경시대회 준비반의 레벨테스트에 200명이 넘게 몰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200여명 가운데 미취학 아이들이 50여명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영석 정책위원(송파청산수학원 원장)은 “입시제도의 변화도 학부모들에게 수학·과학 사교육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수능이 영어 절대평가로 가면서 영어보다 수학·과학 변별력이 높아진다’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가 통합되면 문과에서도 과학을 배워야 한다’ 등의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위원은 “일찌감치 수학·과학 선행학습을 해놓으면 일반고로 진학한다고 해도 남는 장사라는 게 학부모들의 계산”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신문>
“무조건 이과” 일찌감치 결정
수학·과학쪽으로 사교육 몰려
‘조기영어’ 대신 ‘조기수학’ 성행
입시제도 변화도 한몫
“수능이 영어 절대평가로 바뀌어
수학·과학서 변별력 높아져”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중산층은 자신의 벌이 가운데 상당액을 교육비로 쓴다. 자녀가 중산층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100% 문과라는 확신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무조건 이과로 가야 합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아무개(43)씨는 중학교 3학년 자녀의 고등학교 입시 설명회를 몇차례 들은 뒤 고등학교 2학년 올라갈 때 결정하는 자녀의 문·이과 계열 결정을 이미 했다. “서울 중상위권 대학 공대 나온 조카는 3학년 때 대기업에 취직했는데, 그 아이 여자친구는 명문대인데도 인문계열이라 서류 통과도 안 돼요. 입시 설명회 가도 일단 이과로 가라고 하고, 수학 학원에서도 이과 간다 생각하고 고등학교 <수학Ⅱ>나 <기하벡터>까지는 선행으로 끝내는 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인구론’(인문계의 90%는 논다)이나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등 인문계열의 취업이 어려운 현실이 초·중·고 학생들의 치열한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학·과학 중심의 ‘과학고 코스’로 학생들이 몰리고 영어 중심의 ‘외국어고·국제고’ 코스는 시들해진 것이다. 특목고 선호도에서도 외고·국제고의 인기는 낮아진 반면 과학고·영재학교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28일 특목고 입시 전문가들과 학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교육 시장은 외고를 목표로 한 영어 학원에서 과학고·영재학교 목표의 수학·과학 학원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 특목고 입시업체 관계자는 “토피아 등 외고 중심 학원들이 이미 상당수 없어졌다. ㅇ어학원이나 ㅊ어학원도 수학 학원을 인수하는 등 변화에 적응하려 하지만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학원이 뜨는 가장 큰 이유는 과학고·영재학교를 지망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입시업체 진학사 자료(2014학년도~2015학년도 특목고 입시 분석)를 보면 과학고 20곳(6285명), 영재학교 7곳(1만3368명)의 총 지원자 수(1만9653명)는 외고 31곳(1만1318명), 국제고 7곳(2027명),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 10곳(6065명) 지원자 규모(1만9410명)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학고·영재학교(2400여명)의 모집인원이 외고·국제고, 전국 단위 자사고(9300여명)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많은 인원이 과학고·영재학교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특목고·대학 입시를 분석해온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2003년에 1곳뿐이던 영재학교가 지금 8곳으로 늘었고, 과학고도 15곳에서 20곳으로 늘었다”며 “과학고 진학 문이 넓어지면서 문턱이 낮아진데다 사회적으로 이공계가 크게 부각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자연스레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 선호’ 분위기가 과열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기 영어교육’ 대신 ‘조기 수학교육’이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초등 대상 수학전문학원의 경우, 20~30명 정원의 수학경시대회 준비반의 레벨테스트에 200명이 넘게 몰렸다. 이 학원 관계자는 “200여명 가운데 미취학 아이들이 50여명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영석 정책위원(송파청산수학원 원장)은 “입시제도의 변화도 학부모들에게 수학·과학 사교육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수능이 영어 절대평가로 가면서 영어보다 수학·과학 변별력이 높아진다’ ‘2018학년도부터 문·이과가 통합되면 문과에서도 과학을 배워야 한다’ 등의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위원은 “일찌감치 수학·과학 선행학습을 해놓으면 일반고로 진학한다고 해도 남는 장사라는 게 학부모들의 계산”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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