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드롭탑'에서 근무하던 직원 A씨는 지난달 사표를 냈다. "회사 사정이 좋지 않으니 나가달라"는 사실상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A씨 뿐 아니라 직원 상당수가 함께 회사를 관뒀다. A씨는 "전체 직원 90여 명 중 20%가 잘렸다"며 "분위기가 험악해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할 수 없이 짐을 쌌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올 들어서만 직영점 5곳의 문을 닫았다. 서울 강남 신사역사거리점과 코엑스점 등 주요 상권의 대형 매장이 철수했다. 장기 불황과 경쟁 심화로 매출이 떨어져 매장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조치의 하나로 수익이 나지 않는 직영 점포부터 정리했다"며 "사업 초기에는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임대료가 비싼 핵심상권에 직영매장을 열었지만 앞으로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커피전문점 시장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2∼3년간 신규 브랜드와 점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경쟁이 격화되더니 결국 직원을 줄이고, 직영점 문을 닫는 업체들이 줄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브랜드에 밀리고 '이디야', '빽다방' 등 저가커피점에 가격 경쟁력을 잃은 '낀 브랜드'들이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몸집 줄이자"…직영점 문닫고, 직원 줄이고='카페베네', '망고식스', '드롭탑', '주커피' 등은 올 들어 일제히 직영점 수를 줄였다. 브랜드 광고와 가맹점 모집 등을 위해 높은 고정비를 감수하고 운영하던 점포를 철수한 것이다.
카페베네는 2012년 35개였던 직영매장 수를 지난해 26개로 줄였다. 올해는 5개 점포 문을 추가로 닫아 현재 21개만 운영하고 있다. 망고식스는 2013년 15개였던 직영점을 올해 8개로 줄였다. 드롭탑은 지난해 10개였던 직영점을 7개로, 주커피는 2013년 7개였던 직영점을 1개로 각각 줄였다. 직영점 철수뿐 아니라 직원 수를 줄이는 업체도 있다. 드롭탑이 지난달 직원 20%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다수 업체가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경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카페베네는 지난해부터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한 때 600여 명을 넘었던 직원 수를 올 3분기 현재 290여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했다. 임원 수도 2013년 13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2011년 카페베네에 합류했던 국내 1세대 커피감별사 최준호 커피사업본부장이 최근 퇴사하는 등 초창기 멤버 상당수가 회사를 나갔다"고 귀띔했다.
◇신규점포 개설 '뚝'…"내년 더 심각할 수도"=커피전문점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은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신규 가맹점 계약이 늘어야 실적이 유지되는데 장기 불황과 저가커피점 공습으로 점포 개설 수가 뚝 떨어졌다.
망고식스는 지난해 161개였던 매장 수가 올해 153개로 4.9% 감소했다. 직영점뿐 아니라 가맹점도 5개가 문을 닫았다. 2012년 78개에서 2013년 133개로 70.5%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규 개설 실적이 낙제점 수준이다. 카페베네 매장 수도 지난해 912개에서 올해 905개로 줄었다. 2008년 회사 설립 후 3년여 만에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현재는 영업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김갑용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품질과 가맹점 관리 역량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하게 점포를 늘려온 커피전문점들이 생존 자체를 위협받는 상황에 몰렸다"며 "내년부터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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