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1일 월요일

'난장판' 미스유니버스…엉뚱한 후보에 왕관·밖에선 차량돌진


미국 라스베이거스 차량 돌진 사고 (AP=연합뉴스)
받았던 왕관 빼앗긴 미스 콜롬비아 '눈물'…미스 필리핀 팬 "승리의 순간 빼앗겼다" 분통

국제 미인대회인 미스 유니버스 대회 시상식에서 사회자가 우승자를 잘못 발표하는 바람에 2등에게 왕관을 줬다 뺏는 웃지 못할 촌극이 빚어졌다.

또 이날 대회장 밖에서는 인도로 차량이 돌진해 최소 1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치는 예기치 못한 사고까지 발생해 '내우외환'이 겹쳤다.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 시상식에서는 사회자인 코미디언 스티브 하비가 미스 콜롬비아 아리아드나 구티에레스를 미스 유니버스로 발표했다. 

왕관 쓴 미스 필리핀과 눈물 흘리는 미스 콜롬비아 (AP=연합뉴스)
구티에레스는 전년도 우승자인 역시 콜롬비아 출신의 파울리나 베가로부터 왕관을 건네받아 쓰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청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런 영광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구티에레스가 열광하는 청중을 향해 키스를 날리는 순간 하비가 다시 머쓱한 표정으로 다가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제가 사과를 해야 합니다. 미스 콜롬비아는 2등입니다. 2015년 미스 유니버스는 필리핀입니다."

뒤에서 우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던 필리핀 대표 피아 알론소 워츠바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무대 앞으로 걸어나왔다. 

미스 콜롬비아와 미스 필리핀이 둘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어쩔 줄 모르며 나란히 서 있는 동안 전년도 우승자 베가가 다시 걸어나와 구티에레즈에게 씌워줬던 왕관을 다시 벗겨 워츠바흐의 머리에 얹었다.

받았던 왕관을 빼앗긴 뒤 눈물 흘리는 미스 콜롬비아 (AP=연합뉴스)
이후 구티에레스는 황급히 자리를 떴고 '진짜' 미스 유니버스인 워츠바흐는 기쁨의 순간을 만끽할 정신도 없이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TV 생방송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왕관의 주인공이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하비는 야유를 보내는 청중을 진정시키고자 말까지 더듬으며 노력했다.

그는 "나의 실수였지만 여전히 좋은 밤이다"라며 "여성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어이없는 해프닝 끝에 미스 유니버스로 선정된 워츠바흐는 수상 이후 "매우 미안하다. 나는 그녀에게서 왕관을 빼앗은 게 아니며 그녀가 원하는 것이 뭐든 잘 되기를 희망한다"고 구티에레스를 위로했다.

미스 필리핀 피아 알론소 워츠바흐(AFP=연합뉴스)
사회자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온라인 상에서도 비판과 조롱이 이어졌다.

'미스'(miss)라는 단어에 '잘못된'이라는 뜻도 있는 점을 이용해 "수상자는 '미스 인포페이션'"이라고 비꼰 한 트위터 이용자의 글은 4만 번 이상 공유됐다.

미스 콜롬비아의 팬들은 "정말 엉망이다. 미스 콜롬비아가 우승했어야 했다"고 비난했고, 미스 필리핀의 팬들은 그들대로 "승리의 순간을 빼앗겼다"며 분개했다.

'난장판'이 벌어진 것은 대회장 내부만이 아니었다.

대회가 열린 '플래닛 할리우드 리조트 앤드 카지노'와 인근 '파리 호텔 앤드 카지노' 앞에서는 이날 저녁 차량 1대가 인도로 돌진, 행인들을 덮치면서 최소 1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스 유니버스 시상식장 앞 차량 돌진 (AP=연합뉴스)
사고가 우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것인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경찰은 "사고에 고의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날 사고가 테러 행위일 가능성은 배제했다.

현지 방송인 KSNV-TV는 관계자를 인용해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여성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CNN에 "운전석에 여성이 앉아있었는데 차를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두 손을 모두 핸들에 올리고 앞을 보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쫓아가며 '멈추라'고 외쳤다"며 전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운전자가 인도를 달리다 교차로 부근에서 멈췄다. 사람들이 앞유리를 내려쳤다"며 "그녀(운전자)는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더니 사람들을 치고 그냥 가버렸다"고 설명했다.

미스 콜롬비아에게 줬던 왕관 빼앗는 전년 미스 유니버스(AFP=연합뉴스)
이번 대회는 개최 수개월 전부터 이미 시끄러웠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NBC 유니버설과 함께 10여 년 동안 미스 유니버스 조직위원회를 공동 운영해왔는데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멕시코 이민자를 범죄자로 비하한 막말로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불똥이 튀었던 것이다.

논란 이후 NBC는 트럼프와 모든 사업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한 후 소유 지분을 트럼프에 모두 넘겼고, 미국 최대 스페인어 방송인 유니비전은 항의의 뜻으로 올해 대회를 중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스 유니버스 지분을 단독으로 소유하게 된 트럼프는 9월 지분 전부를 엔터테인먼트업체인 WME-IMG에 매각하며 미스 유니버스에서 완전 손을 떼게 됐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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