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역사상 최초로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지방선거일인 12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수도 리야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처음으로 부여한 역사적인 지방선거가 12일(현지시간) 실시됐다. 938명의 여성 후보가 출마한 가운데 사우디 여성들은 생애 첫 투표에 나섰다. “단 한명의 승리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첫 여성 당선자 배출 소식도 전해졌다.
사우디 선거관리위원회는 13일 성지 메카 지역의 마드라카 의회에서 여성 후보인 히잡 알오테이비가 당선됐다고 밝혔다. 6명의 남성 후보와 2명의 여성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알오테이비는 사우디 여성으로서는 최초의 지방의회 당선자로 기록됐다.
투표 당일 남녀 유권자들은 서로 구별된 투표소를 이용했다. 전국 1263개 중 424개 투표소가 여성 전용으로 운용됐다. 뉴욕타임스는 “남녀 공히 투표율이 높지 않았다”며 “수도 리야드의 한 여성 투표소에는 오후 늦게까지 고작 수십명의 여성이 다녀갔다”고 전했다. 실제 등록된 여성 유권자 수는 13만명으로 남성 유권자 135만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사우디 여성 중 처음으로 유권자 등록을 한 살마 알라쉬드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정말 기분 좋다. 변화는 쉽지 않지만 선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대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투표를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소감이 주를 이룬 가운데 여성의 운전이 금지돼 보호자가 차로 투표소까지 데려다줘야만 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됐다.
남성 유권자와의 대면 유세 금지 등 선거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선거를 마친 여성 후보 아말 바드렐딘 알사와리는 AFP 통신에 “꼭 당선되려고 출마한 것은 아니다”면서 “입후보 자체로 이미 승리를 거둔 셈”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하지만 ‘여성은 공적 생활과 맞지 않는다’는 관습적 믿음이 유권자들, 심지어 여성들에게도 여전해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를 마친 남성 유권자 압둘라 알마이텝은 “여성의 역할은 투표소에 있지 않다. 가정을 돌봐야지 집 밖으로 나오면 누가 우리 아이들을 돌보느냐”고 비판했다. 첫 투표권을 남성 후보에게 행사했다는 주부 우자우드 살레 역시 “여자 후보에 대해서는 모른다. 모르는 이에게 투표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284개 지방의회 의원 3159명 중 정부 임명 의석을 제외한 2106명이 선출된다. 여성 입후보자는 전체 6917명 중 14.2%인 979명이다. 2011년 고(故)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아랍의 봄’과 민주화 열풍을 달래기 위해 여성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면서 1932년 건국 이후 처음 여성의 선거권·피선거권 동시 행사가 이뤄질 수 있었다.
<기사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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