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화전쟁’ 1년… 43개국 실질환율 떨어져

ㆍ원화 0.1% 상승… 달러는 15.8% 올라

세계 각국이 앞다퉈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전쟁’을 벌이면서 지난 1년간 주요국 가운데 43개국의 통화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지난 1년간 4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실제 물가와 교역관계까지 반영해 실질적인 구매력(대외가치)을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 측면에서 원화 가치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보면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실질실효환율이 하락한 국가는 총 43개국에 달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환율에, 여러 교역 상대국의 통화가치 변동까지 감안한 것으로 돈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준다. 2010년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2010년보다 통화가치가 고평가,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주요국 가운데 경제상황이 불안한 러시아(-17.6%), 브라질(-15.9%)의 통화가 지난 1년 동안 큰 폭으로 절하됐고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12.1%), 유로존(-9.2%)도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통화가치가 오른 국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 경기 회복세에 있는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하면서 달러화 가치가 15.8% 올랐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 달러화에 자국 통화를 연동한 국가들,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14.0%) 등 통화가치가 오른 국가는 일부에 국한됐다.

한국은 정부의 부양조치와 최근 1년간 4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이 소폭 올랐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지난달 말 112.96포인트를 나타내 1년 전(112.90)에 비해 오히려 0.1% 상승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고려하면 세계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이 우려된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