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에서 만난 풍경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일년에 한 번,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 부부동반 모임으로 여름철이면 2박 3일의 휴가를 떠나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 있을 만큼 컸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2박 3일 기타를 반주삼아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비주류라서 술은 거반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행의 맛을 잃지는 않는다.
그래도 원칙은 있다. 아내들의 손에 물을 묻히지 않는다는 원칙, 2박 3일만큼은 남편들이 아내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삼시세끼 다 해먹지 않고, 하루에 한 끼는 지역 경제를 위해서 그 지역의 특산물을 사먹는다는 정도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기에 매운탕 해먹을 물고기를 낚아야 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서두른 덕분에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었고, 늘 그렇듯이 선무당이 물고기를 잡아준 덕분에 매운탕 거리는 어렵지 않게 준비를 했다.
자, 이제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모항항 수산시장,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니라지만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수산시장이나 한 바퀴 둘러보려는 우리의 계획은 입구에서 좌절되었다. 손님이 한 팀도 없으니 우리가 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손님을 끌기 위해 점포마다 나와서 물건을 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행은 수산물을 살 계획은 없었고 수산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으므로(이미 저녁 메뉴가 정해져 있었기에) 괜한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휴가를 떠나기 전날(21일) 뉴스는 마치 휴가 일정 내내 폭우가 내릴 듯한 예보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어땠는지 몰라도 우리의 휴가지 태안은 하루 정도 약간의 비만 내렸을 뿐 오히려 햇살이 뜨겁지 않아 산책하기 좋은 정도의 날씨가 이어졌다.
밤에 내린 비는 청량함을 더해주었고, 낮에는 가랑비 정도만 살짝 흩뿌릴 뿐이었다. 꾸지뽕나무가 많아서 '꾸지뽕 마을'이라는 이름도 붙여졌고, 해수욕장 이름에도 '꾸지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아직 해수욕장은 썰렁하다. 지역적으로 다소 외진(서해 땅끝마을이므로)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손님을 제대로 받아보질 못했단다. 주변 숙소에 단체팀이 들어오면 해수욕장도 북적거릴 것이라고, 조만간 그리되지 않겠냐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 상인의 말에는 불안감도 배어 있었다.
서해안에서는 제법 크고 유명하기도 한 만리포해수욕장, 그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8월 초에 40% 정도가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고 하니, 다음주인 7월 하순부터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일러서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국제공항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는 이들의 행렬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 지역경제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국내여행을 많이해 달라는 현수막 붙이고 생색내는 것 외에는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무슨 정치를 입으로만 하시는지, 속이야 늑대가 들어있어도 겉으로만 순한 척하면 속아넘어가는 국민들 탓에 이미지 정치만 남았다. 다시 숙소 주변 만대항으로 돌아왔다. 바다는 그냥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무에 작은 섬들이 숨박꼭질을 하는 모습이 평온하게도 느껴진다.
어부 한 분이 출항을 할 채비를 한다. 트럭에 잔뜩 싣고 온 손질된 그물들을 배에 싣는다.
다시 만대항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그간의 노동과 수고가 제법 의미있었으며, 가치도 있었고, 이 정도면 어부로 살아가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하며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만대항 저 너머로 당진화력발전소의 불빛과 기다란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가 보인다. 그 불빛이 좋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불빛이 마치 끊임없이 불빛을 갈망하는 본능으로 인해 불에 타죽은 부나비를 연상시켜서 별로 달갑지 않다.
인공의 빛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빛보다 더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의 빛이 아름다울 때에는 자연의 빛을 압도하지 않을 때이다. 그런 점에서 어둠 속에 빛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촛불의 빛이다.
촛불은 어둠을 감싸안으며 하나이고, 인공의 빛은 어둠을 배척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아마도 그런 제국주의적인 속성때문에 당진화력발전소의 강력한 불빛이 부정적으로 내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정도의 불빛이 좋다. 그런데 사실 이 불빛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하니 필요악을 어디까지 관용해야할 것일까. 만대항의 저녁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이곳이 서해 땅끝마을이고, 이렇게 외진 곳을 찾아오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오기란 더더욱 쉽지 않는 곳이다. 그렇다면,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거나 추억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찾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다. 그래도 활력을 잃지 않은 정도는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가를 떠난 길이라도 사람이 너무 없으면 외롭고 쓸쓸하다. 북적거리는 삶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자리라도 또한 사람이 북적거려야 사람사는 맛을 느끼고, 그 사람사는 맛이란 것이 삶의 에너지가 되는 것이리라.
조금은 이른 휴가였다. 썰렁한 휴가지의 모습은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거기에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한몫을 했겠지만, 휴가를 엄두내지도 못할 상황들은 아니길 바란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만대항 방파제 현지인들의 조언에 따르면 요즘은 밤 9부터 새벽 4시까지 낚시가 잘 된다고 한다. 일행은 고기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낚시대를 드리우는 것이 목적이지만, 매운탕거리는 정도는 잡을 수 있었다. |
ⓒ 김민수 |
일년에 한 번, 몇 년 전부터 지인들과 부부동반 모임으로 여름철이면 2박 3일의 휴가를 떠나고 있다. 아이들이 혼자 있을 만큼 컸기에 가능한 일이다. 프로그램은 없다. 그냥 2박 3일 기타를 반주삼아 노래도 부르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비주류라서 술은 거반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행의 맛을 잃지는 않는다.
그래도 원칙은 있다. 아내들의 손에 물을 묻히지 않는다는 원칙, 2박 3일만큼은 남편들이 아내를 위해서 봉사한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삼시세끼 다 해먹지 않고, 하루에 한 끼는 지역 경제를 위해서 그 지역의 특산물을 사먹는다는 정도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마음이 급했다.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기에 매운탕 해먹을 물고기를 낚아야 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서두른 덕분에 낚싯대를 드리울 수 있었고, 늘 그렇듯이 선무당이 물고기를 잡아준 덕분에 매운탕 거리는 어렵지 않게 준비를 했다.
▲ 모항 항 수산시장 아직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아니라서 시장이 썰렁하길 바랄뿐이다. 산책하기 적당한 날이었으나, 기상예보에서는 나들이 하려는 마음이 싹 가실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
ⓒ 김민수 |
자, 이제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모항항 수산시장,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니라지만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 수산시장이나 한 바퀴 둘러보려는 우리의 계획은 입구에서 좌절되었다. 손님이 한 팀도 없으니 우리가 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손님을 끌기 위해 점포마다 나와서 물건을 사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행은 수산물을 살 계획은 없었고 수산시장을 둘러보기 위한 것이 목적이었으므로(이미 저녁 메뉴가 정해져 있었기에) 괜한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 꾸지뽕해수욕장 꾸지뽕나무가 유명한 지역, 해수욕장엔 아직 피서객들이 보이질 않았다. |
ⓒ 김민수 |
휴가를 떠나기 전날(21일) 뉴스는 마치 휴가 일정 내내 폭우가 내릴 듯한 예보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어땠는지 몰라도 우리의 휴가지 태안은 하루 정도 약간의 비만 내렸을 뿐 오히려 햇살이 뜨겁지 않아 산책하기 좋은 정도의 날씨가 이어졌다.
밤에 내린 비는 청량함을 더해주었고, 낮에는 가랑비 정도만 살짝 흩뿌릴 뿐이었다. 꾸지뽕나무가 많아서 '꾸지뽕 마을'이라는 이름도 붙여졌고, 해수욕장 이름에도 '꾸지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아직 해수욕장은 썰렁하다. 지역적으로 다소 외진(서해 땅끝마을이므로)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손님을 제대로 받아보질 못했단다. 주변 숙소에 단체팀이 들어오면 해수욕장도 북적거릴 것이라고, 조만간 그리되지 않겠냐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 상인의 말에는 불안감도 배어 있었다.
▲ 만리포해수욕장 드문드문 인적이 있을 뿐이다. 날이 흐리기도 했고, 아직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일 것이다. |
ⓒ 김민수 |
서해안에서는 제법 크고 유명하기도 한 만리포해수욕장, 그곳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뉴스에서는 8월 초에 40% 정도가 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고 하니, 다음주인 7월 하순부터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금 일러서 그럴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국제공항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는 이들의 행렬에 비하면 너무 초라한 것 같아서 지역경제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국내여행을 많이해 달라는 현수막 붙이고 생색내는 것 외에는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무슨 정치를 입으로만 하시는지, 속이야 늑대가 들어있어도 겉으로만 순한 척하면 속아넘어가는 국민들 탓에 이미지 정치만 남았다. 다시 숙소 주변 만대항으로 돌아왔다. 바다는 그냥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해무에 작은 섬들이 숨박꼭질을 하는 모습이 평온하게도 느껴진다.
▲ 만대항 만대항에 정착한 배 그물 너머로 고파리도가 보인다. 그냥 '고파도'라고 부른다. |
ⓒ 김민수 |
▲ 만대항 출어를 준비하고 있는 어민, 손질한 그물을 배에 싣고 있다. 만선의 굼이 이뤄지길 바란다. |
ⓒ 김민수 |
어부 한 분이 출항을 할 채비를 한다. 트럭에 잔뜩 싣고 온 손질된 그물들을 배에 싣는다.
다시 만대항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그간의 노동과 수고가 제법 의미있었으며, 가치도 있었고, 이 정도면 어부로 살아가도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콧노래를 하며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
▲ 만대항 만대항 너머로 당진화력발전소의 불빛이 찬란하다. 개인적으로는 저 인공의 불빛이 이곳 서해땅끝마을 만대항의 풍경을 해친 것 같다. |
ⓒ 김민수 |
만대항 저 너머로 당진화력발전소의 불빛과 기다란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가 보인다. 그 불빛이 좋다고 하는 이도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그 불빛이 마치 끊임없이 불빛을 갈망하는 본능으로 인해 불에 타죽은 부나비를 연상시켜서 별로 달갑지 않다.
인공의 빛이 제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자연의 빛보다 더하지 않을 것이다. 인공의 빛이 아름다울 때에는 자연의 빛을 압도하지 않을 때이다. 그런 점에서 어둠 속에 빛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은 촛불의 빛이다.
촛불은 어둠을 감싸안으며 하나이고, 인공의 빛은 어둠을 배척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아마도 그런 제국주의적인 속성때문에 당진화력발전소의 강력한 불빛이 부정적으로 내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 만대항 야경 만대항에는 몇몇 수산물 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조용한 어촌 풍경이다. |
ⓒ 김민수 |
▲ 통발 만대항 한 켠에 수북하게 쌓인 통발 |
ⓒ 김민수 |
이 정도의 불빛이 좋다. 그런데 사실 이 불빛을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하니 필요악을 어디까지 관용해야할 것일까. 만대항의 저녁은 조용하다 못해 고요했다.
이곳이 서해 땅끝마을이고, 이렇게 외진 곳을 찾아오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오기란 더더욱 쉽지 않는 곳이다. 그렇다면, 아주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들이거나 추억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찾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 만대항에서 바라본 풍경 작은 섬과 큰 섬과 저 너머의 당진화력발전소 |
ⓒ 김민수 |
물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겠다. 그래도 활력을 잃지 않은 정도는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휴가를 떠난 길이라도 사람이 너무 없으면 외롭고 쓸쓸하다. 북적거리는 삶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자리라도 또한 사람이 북적거려야 사람사는 맛을 느끼고, 그 사람사는 맛이란 것이 삶의 에너지가 되는 것이리라.
조금은 이른 휴가였다. 썰렁한 휴가지의 모습은 그랬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거기에 기상청의 일기예보도 한몫을 했겠지만, 휴가를 엄두내지도 못할 상황들은 아니길 바란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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