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생 82명 스펙 분석
서울대에 들어가는 건 어떤 학생들일까요. 일단 서울대 합격생 열에 일곱은 수시모집을 통해 들어갑니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모집 인원의 약 73%(2286명)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내신)와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수능처럼 딱 줄이 세워지는 평가가 아닙니다. 전 과목 내신 1등급 학생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뭐가 중요한 걸까요.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82명의 내신과 비교과 스펙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무엇보다 진로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 많았습니다. 서울대 합격생 82명이 가장 많이 읽은 책 목록도 공개합니다. 수시모집은 다시 지역균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뉩니다. 지역균형이 약 19%(597명), 일반전형은 약 54%(1689명)를 차지했습니다. 전형에 따른 스펙의 차이도 알아봤습니다.
교내상 48개, 4.5개 동아리, 책은 35권 읽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비결을 요약하면 희망 진로, 지적 호기심, 자기 주도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중앙일보 강남통신(江南通新)은 교육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사례 82건(지역균형 42건, 일반전형 40건)을 분석했다. 합격생들의 내신 분포부터 동아리·봉사·독서 활동 등 비교과 스펙을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내신과 수상 경력 등으로 학업 능력을 증명하면서 뚜렷한 목표(희망 진로)에 맞춰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엮은 학생들이 많았다. 지역균형은 서류평가가, 일반전형은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구술고사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등 두 전형 사이의 차이점도 발견됐다.
“내신만 우수해서는 합격하기 어려워”
서울대 치의학과 1학년 이재혁(18)씨는 “1학년 때 과학탐구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치의학자를 꿈꾸게 됐다”며 “이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상세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빈민층 등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기술인 적정기술에 대한 탐구대회였어요. ‘가설→연구·실험→논증→결론’의 과정을 따라가는 탐구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내 적성은 진료하는 의사보다는 의학기술을 연구하는 의학자에 가깝다는 걸 느꼈죠.”
꿈이 명확해지면서 고등학교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잡혔다. 이씨는 “서울대는 특히 통섭·융합형 인재를 강조한다”며 “수학·과학 교내대회뿐 아니라 모의유엔·영어·독서·시사 토론대회 등 인문학적 소양을 드러낼 수 있는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는 꿈을 갖게 된 계기(과학탐구토론대회)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깊이 있는 탐구 과정은 지적 호기심의 확장을 보여준다.
수학교육과 1학년 이모(19)씨도 희망 진로를 중심으로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일관성 있게 펼쳤다. 이씨는 1~3학년 모두 학생부 희망 진로란에 수학 교사를 적었다. 비교과 활동은 수학 교사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갔다. 스토리텔링 수학 기법과 수학 교구를 공부하는 동아리,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학습 봉사활동, 수학체험전 등 수학 교사라는 목표에 맞춰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엮어냈다. 이씨는 동아리·봉사활동에서 느꼈던 고민과 배움을 자기소개서에서 지원동기로 연결시켰다.
“재미있고 쉬운 수학 교구로 가르치니까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들도 금세 수학과 친해졌어요. 그런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자세하게 풀면서 수학 교사를 꿈꾸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수학에 대한 관심이 동아리·봉사 활동으로 구체화되고, 그 안에서 겪었던 어려움(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을 극복(스토리텔링 수업과 교구 활용)하는 과정은 수학 교사를 꿈꾸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된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82명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처럼 학생부에 기재된 희망 진로와 합격학과 사이 연관성이 뚜렷했다. 지역균형 합격생 중 약 81%, 일반전형은 약 68%가 희망 진로와 합격학과 사이에 연관성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회계사→경제·경영학과, 수학 교사→수학교육과, 치의학자→치의학과와 같은 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학년 때부터 지원 동기가 뚜렷하고, 3년 동안 희망 진로와 관련해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친 학생들이 합격했다”고 분석했다.
고교 재학 중 학년이 올라가면서 희망 진로가 바뀌더라도 꿈이 바뀐 계기와 경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합격한 사례도 많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고모(19)씨는 2학년까지 대통령·국제인권변호사를 목표하다가 3학년 때 영화제작배급 최고경영자(CEO)로 꿈이 바뀌었다. 2학년부터 활동한 영화 동아리가 계기가 됐다.
“제작자·연출자 역할을 맡아 단편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거대 자본에 밀려 독립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런 변화를 자기소개서에 진솔하게 썼습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서울대는 내신 올 1등급도 떨어지는 등 내신만 우수해서는 합격하기 힘들다”며 “본인의 희망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해간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파고드는 호기심이 중요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내신)와 교과우수상·경시대회 등 교내 대회 수상 횟수와 같은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과제탐구·소논문 등 연구·실험 보고서와 독서의 깊이 등 정성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이 지적 호기심의 확장이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중엔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융합·통섭형 인재가 많았다.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독서 기록이다. 서울대는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자기소개서에서 고교 재학 중 인상 깊게 읽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해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서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생 82명의 독서 기록을 살펴보면 지역균형의 경우 일반고 출신은 평균 약 30권을, 특목고·자사고 출신은 평균 약 44권을 고등학교 재학 중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전형도 이와 비슷하다. 일반전형 일반고 합격생은 약 35권을,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은 약 33권을 평균적으로 읽었다. 임성호 대표는 “진로 관련 책을 주로 읽으면서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문·사회·과학을 넘나들며 폭넓게 읽는 학생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생 82명(인문계열 31명, 자연계열 51명)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살펴보면 인문계열 학생들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와 같은 인문·사회 관련 책을 읽으면서 『하라하라의 생물학 까페』(이은희),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와 같은 과학 서적을 가장 많이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계열 합격생은 과학 관련 도서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를, 인문·사회 서적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은 학생이 많았다.
합격생들은 독서를 지적 호기심의 확장 소재로 많이 언급했다. 서울대 인문대 1학년 정주원(19)씨는 ‘조선 후기의 상업 경제’를 주제로 참가했던 교내탐구논문대회를 계기로 읽었던 『조선 상업사』(사회과학출판사)를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자기소개서에 소개했다. 정씨는 “조선 후기 경제를 공부하면서 교과서의 내용이 부족해 이 책을 찾아 읽었던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교내탐구대회와 독서가 연결되면서 공부의 깊이가 더해진 과정을 강조한 것이다.
박인호 외대부고 3학년 부장은 “독서는 자기 주도성과 지적 호기심의 확장을 평가하기에 좋은 소재다”며 “대학 수준의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독서에서 시작해 다른 활동으로 확장하는 탐구 과정의 성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전형 절반이 특목고·자사고 출신
서울대 수시모집은 지역균형과 일반전형 두 가지 전형으로 치러진다. 두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구체적인 전형 방법은 차이가 크다.
지역균형은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활동증빙서류 등 서류평가와 면접 점수를 일괄합산해 합격생을 가른다. 지역균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학교별로 추천 인원은 2명으로 제한된다. 내신이 좋은 전교 1·2등이 모여 경쟁하는 구조다.
일반전형은 학교별로 지원할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없다.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단계별 전형이다. 1단계에서 서류평가로 2배수를 걸러낸 뒤 2단계에서 서류평가 점수와 면접·구술고사 점수를 합해 선발한다.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이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2단계에서 치러지는 구술고사다. 지역균형 면접은 서류에 기반한 인성 면접인 반면 일반전형 면접은 교과 지식과 창의력·논리력·분석력 등을 평가하는 고난이도 구술고사다. 지역균형은 서류에만 기반해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일반전형은 ‘서류+구술고사’의 방법으로 학업 능력을 평가한다.
전형 방법의 차이에 따라 합격 사례의 유형도 달라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역균형은 일반고 학생에게, 일반전형은 특목고·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혜남 교사는 “지역균형은 전교 1·2등이 모여 경쟁하는 구조기 때문에 지원자의 평균 내신 등급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내신 관리가 어려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6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보면 지역균형 합격자 597명 중 약 86%(513명)가 일반고 출신이다. 과학고·외고·국제고·영재학교 등 특목고 출신은 한 명도 없었고, 자사고 출신은 약 6%(37명)에 그쳤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사례 82건 중 지역균형으로 합격한 42명을 살펴보면, 내신 등급 평균은 상당히 높다. 일반고 출신은 평균 1~1.5등급의 분포를, 자사고 출신은 평균 1~1.9등급을 보였다.
일반전형은 사정이 달라진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일반전형 합격생 1689명 중 약 51%(855명)가 특목고·자사고 출신이다. 반면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약 36%(606명)였다.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 사례 40명의 평균 내신 분포는 1~3.4등급으로 지역균형의 1~1.9등급보다 낮았다. 특히 특목고·자사고 학생의 내신 분포가 낮았는데, 1.8~3.4등급을 보였다. 임성호 대표는 “일반전형은 구술고사를 통해 학업 능력 평가에 더 초점을 두는 전형이다”며 “2단계 구술고사가 당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 “특목고·자사고 학생 중 내신 3.4등급에서도 합격 사례가 나오는 것은 내신은 떨어져도 동아리·독서 등 비교과 활동에서 특출난 성과를 보이면서 구술고사 성적을 잘 받은 경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지난 25일 오전 서울대 정문. 서울대는 올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 수시모집에서 총 모집 인원의 약 77%를 선발한다. 지역균형 선발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소폭(54명) 증가했다. [김경록 기자]
서울대에 들어가는 건 어떤 학생들일까요. 일단 서울대 합격생 열에 일곱은 수시모집을 통해 들어갑니다. 서울대는 지난해 전체 모집 인원의 약 73%(2286명)를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했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내신)와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수능처럼 딱 줄이 세워지는 평가가 아닙니다. 전 과목 내신 1등급 학생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뭐가 중요한 걸까요.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82명의 내신과 비교과 스펙을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무엇보다 진로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 많았습니다. 서울대 합격생 82명이 가장 많이 읽은 책 목록도 공개합니다. 수시모집은 다시 지역균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뉩니다. 지역균형이 약 19%(597명), 일반전형은 약 54%(1689명)를 차지했습니다. 전형에 따른 스펙의 차이도 알아봤습니다.
교내상 48개, 4.5개 동아리, 책은 35권 읽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비결을 요약하면 희망 진로, 지적 호기심, 자기 주도성 세 가지로 압축된다. 중앙일보 강남통신(江南通新)은 교육전문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사례 82건(지역균형 42건, 일반전형 40건)을 분석했다. 합격생들의 내신 분포부터 동아리·봉사·독서 활동 등 비교과 스펙을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내신과 수상 경력 등으로 학업 능력을 증명하면서 뚜렷한 목표(희망 진로)에 맞춰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엮은 학생들이 많았다. 지역균형은 서류평가가, 일반전형은 학업 능력을 평가하는 구술고사가 당락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등 두 전형 사이의 차이점도 발견됐다.
“내신만 우수해서는 합격하기 어려워”
※2016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생 기준. 1학년 1학기~3학년 1학기까지의 교과·비교과. 내신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합산 평균 등급. 각 수치는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
서울대 치의학과 1학년 이재혁(18)씨는 “1학년 때 과학탐구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치의학자를 꿈꾸게 됐다”며 “이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상세하게 담았다”고 말했다.
“빈민층 등 낙후된 지역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기술인 적정기술에 대한 탐구대회였어요. ‘가설→연구·실험→논증→결론’의 과정을 따라가는 탐구 과정 자체가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내 적성은 진료하는 의사보다는 의학기술을 연구하는 의학자에 가깝다는 걸 느꼈죠.”
꿈이 명확해지면서 고등학교 기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이 잡혔다. 이씨는 “서울대는 특히 통섭·융합형 인재를 강조한다”며 “수학·과학 교내대회뿐 아니라 모의유엔·영어·독서·시사 토론대회 등 인문학적 소양을 드러낼 수 있는 대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씨의 경우는 꿈을 갖게 된 계기(과학탐구토론대회)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깊이 있는 탐구 과정은 지적 호기심의 확장을 보여준다.
수학교육과 1학년 이모(19)씨도 희망 진로를 중심으로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일관성 있게 펼쳤다. 이씨는 1~3학년 모두 학생부 희망 진로란에 수학 교사를 적었다. 비교과 활동은 수학 교사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하게 이어갔다. 스토리텔링 수학 기법과 수학 교구를 공부하는 동아리, 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학 학습 봉사활동, 수학체험전 등 수학 교사라는 목표에 맞춰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엮어냈다. 이씨는 동아리·봉사활동에서 느꼈던 고민과 배움을 자기소개서에서 지원동기로 연결시켰다.
“재미있고 쉬운 수학 교구로 가르치니까 수학을 싫어하던 아이들도 금세 수학과 친해졌어요. 그런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자세하게 풀면서 수학 교사를 꿈꾸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수학에 대한 관심이 동아리·봉사 활동으로 구체화되고, 그 안에서 겪었던 어려움(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아이들)을 극복(스토리텔링 수업과 교구 활용)하는 과정은 수학 교사를 꿈꾸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된다.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82명을 분석한 결과 두 사람처럼 학생부에 기재된 희망 진로와 합격학과 사이 연관성이 뚜렷했다. 지역균형 합격생 중 약 81%, 일반전형은 약 68%가 희망 진로와 합격학과 사이에 연관성이 확실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회계사→경제·경영학과, 수학 교사→수학교육과, 치의학자→치의학과와 같은 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1학년 때부터 지원 동기가 뚜렷하고, 3년 동안 희망 진로와 관련해 동아리·봉사·독서 등 비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펼친 학생들이 합격했다”고 분석했다.
고교 재학 중 학년이 올라가면서 희망 진로가 바뀌더라도 꿈이 바뀐 계기와 경험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면서 합격한 사례도 많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1학년 고모(19)씨는 2학년까지 대통령·국제인권변호사를 목표하다가 3학년 때 영화제작배급 최고경영자(CEO)로 꿈이 바뀌었다. 2학년부터 활동한 영화 동아리가 계기가 됐다.
“제작자·연출자 역할을 맡아 단편 영화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영화 산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거대 자본에 밀려 독립영화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고, 그런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어요. 그런 변화를 자기소개서에 진솔하게 썼습니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서울대는 내신 올 1등급도 떨어지는 등 내신만 우수해서는 합격하기 힘들다”며 “본인의 희망 진로를 진지하게 탐색해간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와 경험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분야 파고드는 호기심이 중요
학생부종합전형은 교과(내신)와 교과우수상·경시대회 등 교내 대회 수상 횟수와 같은 정량적 지표뿐 아니라 과제탐구·소논문 등 연구·실험 보고서와 독서의 깊이 등 정성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평가하는 부분이 지적 호기심의 확장이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중엔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깊이 있게 탐구하는 융합·통섭형 인재가 많았다.
이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독서 기록이다. 서울대는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자기소개서에서 고교 재학 중 인상 깊게 읽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해 책을 읽게 된 계기, 책에 대한 평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서술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합격생 82명의 독서 기록을 살펴보면 지역균형의 경우 일반고 출신은 평균 약 30권을, 특목고·자사고 출신은 평균 약 44권을 고등학교 재학 중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전형도 이와 비슷하다. 일반전형 일반고 합격생은 약 35권을, 특목고·자사고 출신 학생은 약 33권을 평균적으로 읽었다. 임성호 대표는 “진로 관련 책을 주로 읽으면서 특정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고 인문·사회·과학을 넘나들며 폭넓게 읽는 학생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생 82명(인문계열 31명, 자연계열 51명)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을 살펴보면 인문계열 학생들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장 지글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 『경제학 콘서트』(팀 하포드)와 같은 인문·사회 관련 책을 읽으면서 『하라하라의 생물학 까페』(이은희),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정재승)와 같은 과학 서적을 가장 많이 읽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계열 합격생은 과학 관련 도서로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를, 인문·사회 서적으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은 학생이 많았다.
합격생들은 독서를 지적 호기심의 확장 소재로 많이 언급했다. 서울대 인문대 1학년 정주원(19)씨는 ‘조선 후기의 상업 경제’를 주제로 참가했던 교내탐구논문대회를 계기로 읽었던 『조선 상업사』(사회과학출판사)를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 자기소개서에 소개했다. 정씨는 “조선 후기 경제를 공부하면서 교과서의 내용이 부족해 이 책을 찾아 읽었던 과정을 자기소개서에 담았다”고 말했다. 교내탐구대회와 독서가 연결되면서 공부의 깊이가 더해진 과정을 강조한 것이다.
박인호 외대부고 3학년 부장은 “독서는 자기 주도성과 지적 호기심의 확장을 평가하기에 좋은 소재다”며 “대학 수준의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을 읽더라도 독서에서 시작해 다른 활동으로 확장하는 탐구 과정의 성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전형 절반이 특목고·자사고 출신
서울대 수시모집은 지역균형과 일반전형 두 가지 전형으로 치러진다. 두 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큰 틀은 같지만 구체적인 전형 방법은 차이가 크다.
지역균형은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활동증빙서류 등 서류평가와 면접 점수를 일괄합산해 합격생을 가른다. 지역균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학교별로 추천 인원은 2명으로 제한된다. 내신이 좋은 전교 1·2등이 모여 경쟁하는 구조다.
일반전형은 학교별로 지원할 수 있는 인원 제한이 없다. 2단계로 나눠 진행되는 단계별 전형이다. 1단계에서 서류평가로 2배수를 걸러낸 뒤 2단계에서 서류평가 점수와 면접·구술고사 점수를 합해 선발한다.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이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2단계에서 치러지는 구술고사다. 지역균형 면접은 서류에 기반한 인성 면접인 반면 일반전형 면접은 교과 지식과 창의력·논리력·분석력 등을 평가하는 고난이도 구술고사다. 지역균형은 서류에만 기반해 학업 능력을 평가하고 일반전형은 ‘서류+구술고사’의 방법으로 학업 능력을 평가한다.
전형 방법의 차이에 따라 합격 사례의 유형도 달라진다. 입시 전문가들은 “지역균형은 일반고 학생에게, 일반전형은 특목고·자사고 학생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혜남 교사는 “지역균형은 전교 1·2등이 모여 경쟁하는 구조기 때문에 지원자의 평균 내신 등급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내신 관리가 어려운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뚫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6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보면 지역균형 합격자 597명 중 약 86%(513명)가 일반고 출신이다. 과학고·외고·국제고·영재학교 등 특목고 출신은 한 명도 없었고, 자사고 출신은 약 6%(37명)에 그쳤다. 실제 지난해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 사례 82건 중 지역균형으로 합격한 42명을 살펴보면, 내신 등급 평균은 상당히 높다. 일반고 출신은 평균 1~1.5등급의 분포를, 자사고 출신은 평균 1~1.9등급을 보였다.
일반전형은 사정이 달라진다.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일반전형 합격생 1689명 중 약 51%(855명)가 특목고·자사고 출신이다. 반면 일반고 출신 합격자는 약 36%(606명)였다. 서울대 일반전형 합격 사례 40명의 평균 내신 분포는 1~3.4등급으로 지역균형의 1~1.9등급보다 낮았다. 특히 특목고·자사고 학생의 내신 분포가 낮았는데, 1.8~3.4등급을 보였다. 임성호 대표는 “일반전형은 구술고사를 통해 학업 능력 평가에 더 초점을 두는 전형이다”며 “2단계 구술고사가 당락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또 “특목고·자사고 학생 중 내신 3.4등급에서도 합격 사례가 나오는 것은 내신은 떨어져도 동아리·독서 등 비교과 활동에서 특출난 성과를 보이면서 구술고사 성적을 잘 받은 경우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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