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학교·회사 제출 신분증명서에 이혼·재혼·혼인 외 출생·입양 정보까지 공개
'일부'증명서 있지만 실생활 이용 안해…정부, 일반·상세·특정 증명서 구분 법안 발의
#입사한 회사에 제출하려고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았더니 부모님 이혼은 물론이고 친권이 바뀐 사실까지 나옵니다. 스물일곱, 성인이라 친권은 의미가 없을 텐데 이런 정보까지 회사에 알려야 하나요?
#재혼해서 낳은 아이 보육수당을 받으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더니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 이름까지 나와 있어서 당황스러웠어요. 보육수당 신청 대상인 아이와 저의 가족관계만 증명하면 될 텐데, 방법이 없나요?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더 까다로워지는 등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입학, 취업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신분증명서에는 여전히 이혼, 재혼, 혼인 외 출생, 입양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공개돼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목적에 맞게 필요한 정보만 신분증명서에 담길 수 있도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회사 등 기관에서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야 보다 수준 높은 개인 정보 보호가 이뤄질 것이라 말한다.
◇양육수당 신청하는데 재혼한 사실이 필요하나요
지난 2008년 시행된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현재 신분 상태를 증명하는 데 쓰이는 증명서는 Δ가족관계증명서 Δ기본증명서 Δ혼인관계증명서 Δ입양관계증명서 Δ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목적별로 5가지다. 이 중에서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명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면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대표적 증명서로 꼽혀왔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자신을 기준으로 부모,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증명서다. 자녀의 보육수당 신청 등 주로 부모자녀 관계를 증명하는 데 쓰이는데 모든 자녀가 기록되다 보니 이혼·재혼 등 불필요한 정보까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재혼한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성이 다를 확률이 높은 전 배우자와 현재 배우자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 함께 나타난다.
이는 미혼모들이 자녀 입양을 꺼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출생신고를 해야 자녀를 입양시킬 수 있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입양될 때까지 자녀 기록이 가족관계증명서에 남는다. 자녀가 입양되면 기록은 지워지지만 만약 파양되면 다시 증명서에 자녀 기록이 나타난다. 가족관계증명서가 흔히 이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혼모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기본증명서는 출생, 사망 등 본인의 기본적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성·본 변경, 친권 변경, 개명, 성전환 사실 등 증명서 발급 당시의 사항뿐 아니라 과거 사항까지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탓에 부모의 이혼 사실, 혼인 외의 자로 출생했다는 사실 등 알리고 싶지 않은 민감한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1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개정을 요구해왔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신분증명서는 증명에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증명서를 제출 용도에 맞게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거없는 상세증명서 요구에 제재 수단도 필요
지난 2009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 등 현재의 신분관계 위주로 기록된 일부증명서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라는 용어가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돼 실생활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법무부가 5가지 증명서를 일반증명서와 상세증명서, 특정증명서 세가지로 구분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반증명서에는 현재 신분관계가, 상세증명서에는 과거 신분관계를 포함한 전체 신분관계가 기록된다. 특정증명서는 사용 목적에 따라 신청인이 선택한 필요 정보만 담긴다.
예를 들어 재혼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의 일반증명서에는 현재 혼인 중인 배우자 사이에서의 자녀만 나오고 상세증명서에는 결혼 전 자녀 등 모든 자녀에 대한 정보가 담기는 것이다. 특정증명서는 증명이 필요한 특정 자녀와의 관계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혼, 재혼, 입양 등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일반증명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많은 정보가 담긴 상세증명서 발급을 요구할 때는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해 발급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만 5가지 신분증명서 중 특정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 종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회사나 기관에서 불필요한 이유로 상세증명서를 요구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은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는 특정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면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에 대해 특정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으면 개인정보 보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근거 없이 상세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회사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제재방법이 있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법무부는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20대 국회에 다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학교·회사 제출 신분증명서에 이혼·재혼·혼인 외 출생·입양 정보까지 공개
'일부'증명서 있지만 실생활 이용 안해…정부, 일반·상세·특정 증명서 구분 법안 발의
#입사한 회사에 제출하려고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았더니 부모님 이혼은 물론이고 친권이 바뀐 사실까지 나옵니다. 스물일곱, 성인이라 친권은 의미가 없을 텐데 이런 정보까지 회사에 알려야 하나요?
#재혼해서 낳은 아이 보육수당을 받으려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았더니 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아이 이름까지 나와 있어서 당황스러웠어요. 보육수당 신청 대상인 아이와 저의 가족관계만 증명하면 될 텐데, 방법이 없나요?
지난달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더 까다로워지는 등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입학, 취업 등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신분증명서에는 여전히 이혼, 재혼, 혼인 외 출생, 입양 등 민감한 개인정보까지 공개돼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목적에 맞게 필요한 정보만 신분증명서에 담길 수 있도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아가 회사 등 기관에서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해야 보다 수준 높은 개인 정보 보호가 이뤄질 것이라 말한다.
◇양육수당 신청하는데 재혼한 사실이 필요하나요
지난 2008년 시행된 가족관계의등록등에관한법률(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현재 신분 상태를 증명하는 데 쓰이는 증명서는 Δ가족관계증명서 Δ기본증명서 Δ혼인관계증명서 Δ입양관계증명서 Δ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등 목적별로 5가지다. 이 중에서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명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면서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대표적 증명서로 꼽혀왔다.
가족관계증명서는 자신을 기준으로 부모,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증명서다. 자녀의 보육수당 신청 등 주로 부모자녀 관계를 증명하는 데 쓰이는데 모든 자녀가 기록되다 보니 이혼·재혼 등 불필요한 정보까지 드러난다. 예를 들어 재혼한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성이 다를 확률이 높은 전 배우자와 현재 배우자 사이에서 낳은 자녀들이 함께 나타난다.
이는 미혼모들이 자녀 입양을 꺼리는 원인이기도 하다. 출생신고를 해야 자녀를 입양시킬 수 있는 입양특례법에 따라 미혼모가 출생신고를 하면 입양될 때까지 자녀 기록이 가족관계증명서에 남는다. 자녀가 입양되면 기록은 지워지지만 만약 파양되면 다시 증명서에 자녀 기록이 나타난다. 가족관계증명서가 흔히 이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혼모의 불안은 클 수밖에 없다.
기본증명서는 출생, 사망 등 본인의 기본적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쓰인다. 문제는 성·본 변경, 친권 변경, 개명, 성전환 사실 등 증명서 발급 당시의 사항뿐 아니라 과거 사항까지 너무 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탓에 부모의 이혼 사실, 혼인 외의 자로 출생했다는 사실 등 알리고 싶지 않은 민감한 정보가 쉽게 노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관계등록법 시행 1년도 지나지 않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개정을 요구해왔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신분증명서는 증명에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가 섞여 있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증명서를 제출 용도에 맞게 필요한 정보만 선택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거없는 상세증명서 요구에 제재 수단도 필요
지난 2009년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혼인관계에서 출생한 자녀 등 현재의 신분관계 위주로 기록된 일부증명서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라는 용어가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돼 실생활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법무부가 5가지 증명서를 일반증명서와 상세증명서, 특정증명서 세가지로 구분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일반증명서에는 현재 신분관계가, 상세증명서에는 과거 신분관계를 포함한 전체 신분관계가 기록된다. 특정증명서는 사용 목적에 따라 신청인이 선택한 필요 정보만 담긴다.
예를 들어 재혼 여성의 가족관계증명서의 일반증명서에는 현재 혼인 중인 배우자 사이에서의 자녀만 나오고 상세증명서에는 결혼 전 자녀 등 모든 자녀에 대한 정보가 담기는 것이다. 특정증명서는 증명이 필요한 특정 자녀와의 관계만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혼, 재혼, 입양 등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일반증명서를 사용하도록 하고 많은 정보가 담긴 상세증명서 발급을 요구할 때는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해 발급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만 5가지 신분증명서 중 특정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는 증명서 종류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회사나 기관에서 불필요한 이유로 상세증명서를 요구해도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점은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개정안에는 특정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신분증명서의 종류를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상용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사생활 침해 문제가 심각하면서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에 대해 특정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으면 개인정보 보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근거 없이 상세증명서 제출을 요구하는 회사 등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제재방법이 있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법무부는 "19대 국회 마지막 회기인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20대 국회에 다시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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