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진입 앞둔 한국]
- 지자체 76곳 초비상
경북 군위·의성군, 전남 고흥군… 머지않아 지자체 존속 자체 위기
- 교육·국방·투표·조세 '격변'
인구역전 따른 생산·비용 등 변화 엄밀히 계산해 대책 세워야
경북 의성군은 65세 이상 노인들이 1만9614명(2016년 8월 현재)인 반면 어린이(0~14세)들은 3438명밖에 안 돼 노인 인구가 어린이보다 5.7배나 많다. 의성군처럼 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를 추월한 곳은 전국 229개 지방자치단체(세종특별자치시 포함) 가운데 154곳(67%)이나 된다. 노인들이 어린이보다 세 배 이상 많은 지자체는 경북 군위군과 전남 고흥군 등 전국적으로 35곳이고, 두 배 이상인 곳은 76곳에 달한다.
한국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인구 지진(Age-quake)' 격변기에 들어서게 된다. 우리나라 전체 노인 인구가 전체 아동 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는 데 이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절대 규모도 내년부터 줄어들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도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최진호 아주대 명예교수는 "아기를 너무 안 낳고 평균 수명 연장으로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생긴 결과"라며 "앞으로 교육·국방·투표·조세 등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대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내년 1월 처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 역전(노인 인구〉어린이 인구) 현상은, 노인 수명 연장과 신생아 감소에 따른 결과이다. 전국적으로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40만명대로 떨어지기 시작한 2002년생이 내년에 15세가 되는데,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어린이 인구(15세 미만) 모두가 한 해 40만명대씩 태어난 저출산 세대로 채워진다.
이른바 '40만둥이'들이 고교에 진학할 경우 고교 진학자 급감과 대입 정원 미달 사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40만둥이들이 고교 3개 학년을 모두 채우는 2020년이 되면 고교는 500여 개, 학급 수는 1만5600개가 남아돌게 되는 실정이다. 현재 57만명 선인 대입 정원과 대학 진학률(70%)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40만둥이 세대들이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입 정원의 20만명 안팎이 남아돌 것으로 예상된다.
군 입대자들도 마찬가지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는 "40만둥이들이 군에 입대하는 5년 뒤인 2022년부터 군 입대 장병들의 부족 현상이 생길 것"이라며 "모병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군 제도의 변화와 내부 전략, 비용 등의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국방부가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어린이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존속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도 높다. 올 8월 기준으로 노인 인구가 어린이 인구의 두 배가 넘어 미래에 지자체 인구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은 곳은 경북 군위·의성·청송·청도, 경남 합천·남해, 전남 고흥·신안·보성·곡성군 등 76곳에 달한다. 획기적인 저출산 대책 등이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내년부터 50만명대 인구를 가진 1952년생들이 노인 인구에 진입하면서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어 연령별로 60만~90만명씩인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들도 노인 대열에 합류하면서 월 최대 20만여원을 주는 기초연금 등 고령층 복지 지출이 급속히 팽창하고,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의 재정 고갈도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선거에서도 노인들의 투표가 위력을 발휘, 복지 공약 등이 주로 노인층 표를 감안해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오는 2022년 노인 유권자는 5명 중 한 명꼴이 되고, 2032년이 되면 2030세대보다 노인 유권자가 더 많아진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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