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컬럼비아大 연구팀, 태어난 달과 건강의 상관관계 밝혀내]
출생 당시 일조량·생활방식 등 영향
12~3월生 고혈압·동맥경화 잘 걸리고 11월生은 기관지염·ADHD 위험
여름에 태어난 사람들이 가장 건강해
'오늘의 운세'나 '별자리 운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맞으면 신기하고, 틀리면 당연한 일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최소한 건강 운(運)에서는 언제 태어났느냐가 중요할지 모른다. 겨울보다 여름에 태어난 아이들이 대체로 건강하고, 11월생(生)은 기관지염, 12월생은 심장 질환처럼 태어난 달에 따라 잘 걸리는 질병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겨울보다 여름 출생자가 건강
미국 컬럼비아대 병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의학정보학회 저널'에 실린 논문에서 "환자 약 175만명을 대상으로 의료기록을 검토한 결과, 55개의 질병이 태어난 달에 따라 걸릴 확률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1900~2000년 출생자 중 1985~ 2013년 컬럼비아대 병원과 장로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174만9400명이었다. 이 중 1000명 이상이 걸린 질환들을 별도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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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12월부터 3월 초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른 계절에 태어난 사람보다 고혈압, 심방세동, 동맥경화증에 걸린 사람이 많았다. 11월 초에 태어난 사람은 바이러스 감염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았고, 급성 기관지염은 11월 말에 태어난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견됐다.
이에 비해 5월부터 8월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은 다른 시기에 태어난 사람보다 특별히 많이 걸린 질병이 없었다. 전반적으로 가을과 겨울에 태어난 사람들이 봄과 여름에 태어난 사람보다 허약하다는 것이다.
◇일조량, 생활방식 등의 영향
왜 태어난 달에 따라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달라지는 것일까. 연구진은 출생 당시의 자연조건을 원인으로 꼽았다. 기온이나 일조량(日照量),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성 물질의 양은 달마다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햇빛이 부족한 겨울에 태어나면 피부가 햇빛을 받아야 만들 수 있는 비타민D가 부족해, 신체 기능이 다른 계절에 태어난 사람보다 천천히 발달할 수 있다는 것.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 조건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을에 태어나면 곧바로 겨울로 접어들어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만큼 신생아 시기에 실내 먼지 진드기나 미세 먼지 등에 노출돼 천식이나 기관지염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컬럼비아대 니컬러스 타토네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국 뉴욕 지역의 환경에 국한된 것인 만큼, 다른 나라와 지역에서는 태어난 달과 질병의 상관관계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덴마크에서 진행됐던 연구에서는 8월에 태어난 사람들의 천식과 기관지염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는데, 8월의 덴마크 기온은 뉴욕의 10~11월과 비슷하다.
◇임신 시기가 더 중요하단 주장도
태어난 달에 따라 건강이 다른 것을 어머니가 임신한 시기로 설명하는 과학자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지난 201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은 논문에서 "5월에 임신을 해 다음 해 2월 무렵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엄마 배 속에서 지내는 기간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1주일가량 짧고, 미숙아 출산율도 13%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미국 산모 64만7050명이 낳은 아이 143만5213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재닛 퀴리 교수는 "2월은 계절 독감이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조산 비율이 높아지고, 아이들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컬럼비아대 연구 결과와 달리 5월에 태어난 아이가 11월생 아이보다 비타민D 수치가 낮고, 면역질환의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당시 연구진은 "5월에 태어난 아이는 태아 시기에 어두운 겨울을 났기 때문에 비타민D가 부족해 면역체계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신생아 때보다 태아 때 햇빛 노출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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