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독자 여러분, 혹시 이런 내용 보신 적 있으십니까? 사진은 제 휴대전화 화면을 갈무리한 건데요, 어제 오늘 사이 모바일 메신저와 SNS로 빠르게 돌고 있는 메시지입니다. 핸드폰으로 전화 걸 때 앞번호 010을 빼고 걸어도 전화가 연결이 되며, 이렇게 전화를 걸면 전화요금이 절약된다는 내용입니다. '휴대폰 가게'에서는 요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안 가르쳐 준다며 '대한민국의 착한 소비자는 늘 봉'이라는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까지 붙어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010'으로 검색해 봤습니다. 이미 연관검색어로 많은 이용자들이 찾아보신 것 같습니다. 검색되는 블로그 몇 개를 둘러봤더니 "진짜 010 빼고도 연결이 된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010'이라는 식별번호를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휴대전화로 전화를 할 때는 '010'을 누르지 않고 8자리 번호만 눌러도 연결이 됩니다. 같은 식별번호, 즉 국번을 가진 이용자들끼리는 굳이 국번을 누르지 않아도 연결이 된다는 건데, 이건 예전에 011, 016, 017, 018, 019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즘은 유선전화가 예전처럼 많이 사용되지 않습니다만, 서울에서 서울로 전화를 걸 때 02라는 지역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01X 번호를 쓰다보니 생각이 나네요. 이제는 예전 얘기가 되어버렸습니다만, 한때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하면서 국번별로 그룹을 만들어서 나와 국번이 같은 친구들은 01X를 입력하지 않고 그냥 저장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엑셀 등 컴퓨터로 주소록을 관리할 때의 번거로움 때문에 오래 가지 않더군요.)
다시 이 문제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동통신정책을 총괄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010 번호통합제도를 홍보하는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010number.go.kr/main.do)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홈페이지에서 010 번호통합 정책의 추진 필요성을 언급한 부분을 찾아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제가 빨간색 실선으로 표시한 네모 안을 보시죠. "현재도 010번호 사용자간에는 식별번호(010)을 누르지 않고 국번호 4자리와 가입자번호 4자리 등 총 8자리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전화번호를 저장할 수 있다"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따라서 최근 빠르게 돌고 있는 소문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사실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럼 '요금할인'이 된다는 부분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요금은 이용자 각자가 가입한 '요금제'에 따라 통화한 시간에 비례해 부과되는 것이지 통신 호(呼)의 식별번호 유무로 부과되지 않습니다. 이동통신사가 요금할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익이 줄어들까봐 쉬쉬하며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도 근거가 없는 소문입니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가입자에게 가능하면 '비싼' 요율로 설정된 요금제를 판매하는 게 개별 통화에 식별번호가 있고 없고를 따지는 것 보다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게다가, 잘 알고 계시듯이 요즘에는 통화 자체는 자사, 상대사를 막론하고 일정 시간 이상부터 해서 한달 내내 무료로 제공하는 요금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통화보다는 LTE 데이터 판매에 초점을 맞춘 요금제들입니다만, 무료 통화를 많이 제공하는 요금제일수록 기본 단가가 올라가죠. 물론 어찌됐든 통화를 많이 하면 할수록 통화요금은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만 그것도 요금제에 따라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이동통신사들은 아예 요금제 자체의 가격으로 돈을 받으려는 것이죠.
맨 위에 갈무리한 메시지 내용의 절반(010으로도 전화 걸린다)은 맞고, 절반(요금도 할인되는데 통신사는 쉬쉬한다)은 틀리다는 내용을 간단하게나마 취재파일로 정리해 봤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더 있죠. '대한민국 착한 소비자는 모두 늘 봉이네요ㅠㅠ'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이 부분이 이용자로서, 또 저 개인적으로는 기자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돈 내고 내가 사용하는 이동통신서비스에 이용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불만족스럽고 부당한 느낌이 들었으면 이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메시지가 급속히 확산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이 메시지를 쓰고, 또 공유한 모든 분들이 바로 '대한민국 착한 소비자는 봉'이라는 부분에 공감하신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언론이 이동통신사들의 부당한 '행위'에 계속 감시의 눈길을 두어야 한다는 새삼스럽지만 당연한 교훈을 이번 '메시지 사태'를 통해 되새기게 됐습니다. 이용자 분들의 많은 제보와 고발을 기다리겠습니다.
<기사 출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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