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DB
3대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은 올해가 이미 반 이상 지났지만 해외에서 해양 플랜트나 상선(商船)을 수주한 실적이 단 한 건도 없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 AET사(社)로부터 유조선 4척을 총 2억달러에 수주한 것을 마지막으로 9개월 가까이 ‘수주 휴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오랜 기간 수주를 못한 것은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서너 건 협상을 진행 중이라 하반기에는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여파로 조선 경기가 더욱 나빠져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해외 수주 산업인 조선·건설업이 올 상반기 사상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해외 수주가 세계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뚝 끊기면서, 업종의 존립 기반이 무너질 처지에 놓였다. 특히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도 예상할 수 없어 업체마다 속만 태우고 있다.
◇건설 해외 수주액, 2007년 이후 최저치 찍을 듯
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건설 등 상당수 대형 건설업체는 해외 사업 부실을 거의 다 털어낸 덕분에 올해 2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웃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 해외 수주가 워낙 부진해 1~2년 뒤에는 일감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우리 건설업체의 해외 수주액은 154억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263억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지난해 전체 수주량(461억달러)도 전년(660억달러)의 70% 수준에 그쳤는데, 올해는 더 떨어졌다.
대형 건설업체인 A사는 올 상반기 수주 실적이 3건 (5억1100만달러)에 그쳤다. 2014년 상반기에 쿠웨이트·이라크·싱가포르 등 6국에서 32억1247만달러를 수주한 것에 비하면 20%도 안 된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우리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실적은 2007년(398억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지사에서 근무 중인 한 대형 건설업체 직원은 “저유가로 수주 텃밭이던 중동 국가가 발주 물량을 2년 전에 비해 50% 이상 줄였다”면서 “나오는 발주도 수익성이 너무 떨어져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선업은 3년 사이 수주 90% 이상 줄어
전체 매출에서 해외 수주 비중이 90%를 넘는 조선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저유가 국면이 본격화된 2014년 하반기 이후 수주가 눈에 띄게 줄더니 올해 들어선 수주 소식이 아예 ‘가물에 콩 나듯’ 들린다.
3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수주액이 총 19억달러에 그치고 있다. 원유 시추·생산 설비인 해양 플랜트 수주가 집중되던 2013년에 기록된 486억달러의 ‘2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더 큰 문제는 하반기 이후로도 수주 가뭄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해양 플랜트는 보통 국제 유가가 60달러를 웃돌아야 시추 수요가 늘면서 발주가 시작된다. 하지만 2~3년 전 수주해 건조가 상당 부분 진행된 해양 플랜트도 줄줄이 계약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유가가 갑자기 급등하지 않는 이상 신규 수주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선 시장도 브렉시트 등의 여파로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상선은 유럽 해운업체의 발주량이 보통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신규 발주를 추진하던 유럽 선사(船社)가 최근 발주 계획을 취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 가뭄이 지속되면 최악에는 내년 하반기부터 도크(선박 건조장)가 빌 수도 있다”면서 “지금은 조선업체 스스로 끊임없는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새로운 시장 창출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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