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집 규제 3년 ◆
대기업 제빵 브랜드 가맹점을 운영하던 김주한 씨(가명·48)는 지난해 말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자 좀 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4년간 운영해온 기존 점포에서 예상보다 수익이 늘지 않자 힘들게 발품을 팔아 목 좋은 건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건물 300m 앞에 중소빵집이 있어 포기해야 했다. 결국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도입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규제다. 대기업의 신규 출점 시 도보 기준으로 500m 안에 동네빵집(중소제과점)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출점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은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명목 아래 이 규제가 시행된 지난 3년간 대기업 제빵 브랜드는 출점 제한으로 성장을 거의 멈췄으며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됐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매장은 중기적합업종 지정 당시인 2013년 2월 말 전국 3227곳에서 지난해 말 3354곳으로 3년간 127곳(3.9%) 늘어나는 데 그쳤고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80곳에서 1275곳으로 오히려 5곳(-0.4%) 줄어들었다.
신규 출점이 제한된 대기업 가맹본부는 투자 여력이 줄어들자 인력과 가맹점 판촉행사 비용도 함께 줄이고 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의 경우 본사 판매인력이 2010년 795명에서 2014년 93명으로 감소했고, 본사 협력업체 인력마저도 같은 기간 2733명에서 1478명으로 줄었다.
규제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69.9%)은 동네빵집보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탓에 소비자가 덜 선호하는 빵을 먹어야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작 이번 규제가 도입된 후 이득을 본 사람은 제과점 입점 건물주라는 지적도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지역정보전공) 교수는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 점포는 쉽게 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물주들이 해마다 권리금과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 영세 자영업자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거리규제 원칙이 오락가락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9월 뚜레쥬르를 7년간 운영해온 정 모씨가 파리바게뜨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같은 건물 내에서 브랜드만 바꾸려 했는데 공교롭게도 인근 500m 이내에 중소제과점이 있었다. 정씨가 동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자 결국 동반위와 대한제과협회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 규제 자체가 얼마나 원칙도 기준도 없는 '떼법'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이번 규제가 도입된 후 중소빵집은 얼마나 경쟁력을 회복했을까. 일단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은 특정 지역 내 운영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돼 생존권을 보장받는 혜택을 누렸다.
대한제과협회는 적합업종 지정 후 1년 만인 2014년 2월 전국 중소빵집 신규 점포가 500곳을 넘고 각 중소 점포 매출도 30% 이상 신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협회가 120여 개 지회지부를 통해 자체 조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14개 중소제과점의 2014년 각 점포 수를 지난해 점포 수(각사 홈페이지 기준)와 비교한 자료는 협회 주장과 상이한 결과를 보인다. 14개 중 9개 브랜드 매장 수가 소폭 늘었지만 5개 브랜드 매장 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계청과 공정위 정보공개서에 나타난 중소 제과점업의 매출, 점포 수, 영업이익 등을 중기적합업종 지정 전후와 비교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세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중소업체 보호와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한 적합업종 지정은 큰 실효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제과제빵 경쟁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빵집은 규제했지만 요즘은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도 베이커리를 판매하기 때문에 동네빵집이나 중소 제빵업체들은 예전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였고 결국 수익성에서도 큰 성장세를 거두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에 불과한 대기업 제빵 브랜드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상처만 남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지정 기한이 다음달 말 완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1차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빵 대기업과 중소 제빵업체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 제빵 브랜드들은 도보 500m 거리제한 규정만큼은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대한제과협회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대기업 제빵 브랜드 가맹점을 운영하던 김주한 씨(가명·48)는 지난해 말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자 좀 더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옮기고 싶었다. 4년간 운영해온 기존 점포에서 예상보다 수익이 늘지 않자 힘들게 발품을 팔아 목 좋은 건물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건물 300m 앞에 중소빵집이 있어 포기해야 했다. 결국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바로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도입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규제다. 대기업의 신규 출점 시 도보 기준으로 500m 안에 동네빵집(중소제과점)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출점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은 매년 전년도 말 점포 수의 2% 이내에서만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자는 명목 아래 이 규제가 시행된 지난 3년간 대기업 제빵 브랜드는 출점 제한으로 성장을 거의 멈췄으며 소비자 선택권도 제한됐다.
SPC그룹 파리바게뜨 매장은 중기적합업종 지정 당시인 2013년 2월 말 전국 3227곳에서 지난해 말 3354곳으로 3년간 127곳(3.9%) 늘어나는 데 그쳤고 CJ푸드빌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80곳에서 1275곳으로 오히려 5곳(-0.4%) 줄어들었다.
신규 출점이 제한된 대기업 가맹본부는 투자 여력이 줄어들자 인력과 가맹점 판촉행사 비용도 함께 줄이고 있다. 실제로 파리바게뜨의 경우 본사 판매인력이 2010년 795명에서 2014년 93명으로 감소했고, 본사 협력업체 인력마저도 같은 기간 2733명에서 1478명으로 줄었다.
규제는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도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지난해 7월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69.9%)은 동네빵집보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탓에 소비자가 덜 선호하는 빵을 먹어야 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작 이번 규제가 도입된 후 이득을 본 사람은 제과점 입점 건물주라는 지적도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지역정보전공) 교수는 "대기업 계열 베이커리 점포는 쉽게 이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건물주들이 해마다 권리금과 임대료를 올리고 있어 영세 자영업자들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거리규제 원칙이 오락가락해 더 큰 문제다. 지난해 9월 뚜레쥬르를 7년간 운영해온 정 모씨가 파리바게뜨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같은 건물 내에서 브랜드만 바꾸려 했는데 공교롭게도 인근 500m 이내에 중소제과점이 있었다. 정씨가 동반위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자 결국 동반위와 대한제과협회는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업계 관계자는 "동반위 규제 자체가 얼마나 원칙도 기준도 없는 '떼법'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렇다면 이번 규제가 도입된 후 중소빵집은 얼마나 경쟁력을 회복했을까. 일단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은 특정 지역 내 운영권을 사실상 독점하게 돼 생존권을 보장받는 혜택을 누렸다.
대한제과협회는 적합업종 지정 후 1년 만인 2014년 2월 전국 중소빵집 신규 점포가 500곳을 넘고 각 중소 점포 매출도 30% 이상 신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협회가 120여 개 지회지부를 통해 자체 조사한 내용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서에 등록된 14개 중소제과점의 2014년 각 점포 수를 지난해 점포 수(각사 홈페이지 기준)와 비교한 자료는 협회 주장과 상이한 결과를 보인다. 14개 중 9개 브랜드 매장 수가 소폭 늘었지만 5개 브랜드 매장 수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계청과 공정위 정보공개서에 나타난 중소 제과점업의 매출, 점포 수, 영업이익 등을 중기적합업종 지정 전후와 비교해보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장세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중소업체 보호와 경쟁력 제고를 목적으로 한 적합업종 지정은 큰 실효가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제과제빵 경쟁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빵집은 규제했지만 요즘은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도 베이커리를 판매하기 때문에 동네빵집이나 중소 제빵업체들은 예전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 상황에 놓였고 결국 수익성에서도 큰 성장세를 거두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에 불과한 대기업 제빵 브랜드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상처만 남긴 중소기업적합업종 제과점업 지정 기한이 다음달 말 완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1차에 한해 3년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제빵 대기업과 중소 제빵업체들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기업 제빵 브랜드들은 도보 500m 거리제한 규정만큼은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대한제과협회는 중소기업적합업종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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