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가던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가 여압장치 고장을 일으켰다. 사진은 고장을 일으킨 여객기 모습. 2015.12.23/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10년이상 노령 항공기 매일 운항에 사고 잇따라…중정비 받으려면 유럽까지 이동해야
"조만간 대형사고 터질 것 같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조종석 유리창에 실금이 발견되는 사고가 13일 발생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 비행을 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에어부산 고장·결항, 진에어 여객기의 세부 회항 등 불과 한달 새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LCC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해 지난 11일부터 제주항공과 진에어부터 점검에 돌입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정부의 안전 점검기간 중 기체결함으로 대체기를 투입하는 사고를 냈다.
이처럼 사건사고가 빈발하자 단순히 안전불감증을 넘어 저비용항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비치고 있다.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총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고된 결함" 10년 넘은 항공기 '수두룩'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추구하는 LCC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구입해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평균 기령이 10년을 넘고, 일부 기종은 20년도 넘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이 기체 연수를 10년 이상 가져가지 않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현재 국내 LCC 6개사는 총 84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22대로 가장 많고, 진에어가 19대, 에어부산이 16대, 이스타항공이 13대, 티웨이항공이 12대, 에어인천이 2대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평균기령은 11.45년이고, 진에어는 11.78년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그나마 기령이 짧은 편인데도 기체결함 사고가 잇따랐다.진에어도 지난해 신규도입한 한살짜리 새 비행기 4대를 제외하면 기령이 대부분 15년 안팎에 달한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의 기체 기령은 평균 14년이 넘는다. 에어인천은 달랑 2대 있는 항공기 기령이 1대는 24년 1대는 25년이다.
© News1
◇항공기 평균가동시간 매년 증가...피로도 '누적'
낡은 항공기를 장시간 운항하는 것도 문제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가동시간은 2010년 305시간에서 2015년 370시간으로 65시간이 늘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274시간에서 350시간으로 75시간 증가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2011년 283시간에서 지난해 341시간으로 58시간이 늘었다.
진에어의 경우 2011년부터 꾸준히 340여시간 안팎의 높은 기체가동률을 기록해왔다. 기체 노후화에 더해 항공기 가동시간까지 늘어나면서 항공 운용·정비 등 인력과 기체 피로도가 동반 누적되는 악순환이 계속된 셈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고착화될 경우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항공사들의 잇따른 결항·회항 사고가 이를 방증한다. 낡은 기계를 자꾸 가동을 시키니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LCC들은 기체 휴식시간 등에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 등을 모회사로 두지 않은 LCC들은 중정비를 한번 받으려면 유럽 등지까지 기체를 직접 이동시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안전예산도 비용절감?…운항지연·결항 사례 급증
상황이 이렇다보니 LCC들의 운항지연·결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LCC들의 운항지연·결항은 138건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전년보다 80% 늘어난 172건에 달했고, 2015년 상반기에만 133건의 운항지연·결항이 발생하는 등 나날이 증가 추세다.
이같은 상황은 각 항공사들의 지출내역을 들여다보면 예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체결함과 정비불량 등으로 운항지연 및 결항 사태는 속출하고 있지만 LCC들의 안전 관련 투자액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LCC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57억여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정비·보급 관리시스템(SAP ERP) 구축에 20억원(소프트웨어 15억원, 하드웨어 5억원)을 투자했고, 진에어는 31억1128만원을 투자했다. 같은기간 티웨이항공은 안전보안보고(SSR) 시스템 강화에 2억원 등 총 4억 1800만원 투자에 그쳤고, 에어부산 1억700만원, 이스타항공 7425만원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가 쥐꼬리만큼에 불과한 것은 국내 항공사들의 심각한 안전의식 미흡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들의 안전사고 예방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항공법규 위반에 강력한 제재 및 처벌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저비용항공사(LCC) 긴급 안전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최근 LCC의 항공안전장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항공사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2016.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토부, 특별안전점검…결과는 왜 비공개?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LCC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8일 항공사 임원진을 긴급소집해 강력 질타하는 한편 이번주부터 LCC 6개사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당초 각 사(社)당 1주일여 동안 전반적인 안전관리실태와 규정준수 여부 등을 심층 점검키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11일부터 시작된 안전실태 감사에서 제주항공과 진에어 2개사를 동시에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LCC들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적발사항이 있을시 해당 항공사에 대해 징계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각 항공사별 구체적 안전점검 내용은 '업무상 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조사가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면죄부 주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사 출처 : 뉴스1>
10년이상 노령 항공기 매일 운항에 사고 잇따라…중정비 받으려면 유럽까지 이동해야
"조만간 대형사고 터질 것 같다."
제주항공 여객기의 조종석 유리창에 실금이 발견되는 사고가 13일 발생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내 압력조절장치 이상으로 급강하 비행을 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에어부산 고장·결항, 진에어 여객기의 세부 회항 등 불과 한달 새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LCC들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착수해 지난 11일부터 제주항공과 진에어부터 점검에 돌입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정부의 안전 점검기간 중 기체결함으로 대체기를 투입하는 사고를 냈다.
이처럼 사건사고가 빈발하자 단순히 안전불감증을 넘어 저비용항공사의 구조적인 문제로 비치고 있다. 대형참사로 이어지기 전에 총체적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고된 결함" 10년 넘은 항공기 '수두룩'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추구하는 LCC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중고 항공기를 구입해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항공기는 평균 기령이 10년을 넘고, 일부 기종은 20년도 넘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들이 기체 연수를 10년 이상 가져가지 않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현재 국내 LCC 6개사는 총 84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22대로 가장 많고, 진에어가 19대, 에어부산이 16대, 이스타항공이 13대, 티웨이항공이 12대, 에어인천이 2대다.
제주항공이 보유한 항공기의 평균기령은 11.45년이고, 진에어는 11.78년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그나마 기령이 짧은 편인데도 기체결함 사고가 잇따랐다.진에어도 지난해 신규도입한 한살짜리 새 비행기 4대를 제외하면 기령이 대부분 15년 안팎에 달한다. 에어부산과 이스타항공의 기체 기령은 평균 14년이 넘는다. 에어인천은 달랑 2대 있는 항공기 기령이 1대는 24년 1대는 25년이다.
© News1
◇항공기 평균가동시간 매년 증가...피로도 '누적'
낡은 항공기를 장시간 운항하는 것도 문제다.
제주항공의 항공기 평균 가동시간은 2010년 305시간에서 2015년 370시간으로 65시간이 늘었다. 에어부산도 같은 기간 274시간에서 350시간으로 75시간 증가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2011년 283시간에서 지난해 341시간으로 58시간이 늘었다.
진에어의 경우 2011년부터 꾸준히 340여시간 안팎의 높은 기체가동률을 기록해왔다. 기체 노후화에 더해 항공기 가동시간까지 늘어나면서 항공 운용·정비 등 인력과 기체 피로도가 동반 누적되는 악순환이 계속된 셈이다.
이같은 시스템이 고착화될 경우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항공사들의 잇따른 결항·회항 사고가 이를 방증한다. 낡은 기계를 자꾸 가동을 시키니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LCC들은 기체 휴식시간 등에 수시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 등을 모회사로 두지 않은 LCC들은 중정비를 한번 받으려면 유럽 등지까지 기체를 직접 이동시켜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안전예산도 비용절감?…운항지연·결항 사례 급증
상황이 이렇다보니 LCC들의 운항지연·결항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강동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국내 LCC들의 운항지연·결항은 138건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전년보다 80% 늘어난 172건에 달했고, 2015년 상반기에만 133건의 운항지연·결항이 발생하는 등 나날이 증가 추세다.
이같은 상황은 각 항공사들의 지출내역을 들여다보면 예견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체결함과 정비불량 등으로 운항지연 및 결항 사태는 속출하고 있지만 LCC들의 안전 관련 투자액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LCC들이 2013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57억여원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은 정비·보급 관리시스템(SAP ERP) 구축에 20억원(소프트웨어 15억원, 하드웨어 5억원)을 투자했고, 진에어는 31억1128만원을 투자했다. 같은기간 티웨이항공은 안전보안보고(SSR) 시스템 강화에 2억원 등 총 4억 1800만원 투자에 그쳤고, 에어부산 1억700만원, 이스타항공 7425만원에 불과했다.
강 의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가 쥐꼬리만큼에 불과한 것은 국내 항공사들의 심각한 안전의식 미흡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앞으로 국토교통부가 국내 항공사들의 안전사고 예방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항공법규 위반에 강력한 제재 및 처벌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8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저비용항공사(LCC) 긴급 안전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최근 LCC의 항공안전장애가 잇달아 발생함에 따라 항공사 안전대책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2016.1.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국토부, 특별안전점검…결과는 왜 비공개?
국토부는 지난달부터 LCC들의 사고가 잇따르자 8일 항공사 임원진을 긴급소집해 강력 질타하는 한편 이번주부터 LCC 6개사를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당초 각 사(社)당 1주일여 동안 전반적인 안전관리실태와 규정준수 여부 등을 심층 점검키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11일부터 시작된 안전실태 감사에서 제주항공과 진에어 2개사를 동시에 점검하고 있다. 국토부 조사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토부는 LCC들에 대한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적발사항이 있을시 해당 항공사에 대해 징계조치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각 항공사별 구체적 안전점검 내용은 '업무상 비밀' 등을 이유로 비공개할 방침이다. 이 때문에 국토부의 조사가 결국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면죄부 주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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