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유령매물에 걸려 눈뜨고 당하기 일쑤… 허위광고로 구매자 끌어들인 뒤 딴소리
충남 서산에 사는 주부 김모씨(41)는 지난 12월 12일 토요일, 남편을 설득해 아이 둘(5세, 7세)을 데리고 인천 부평 중고차 매매단지까지 갔다. 인터넷 사이트 ‘중고차나라’에 올라온 매물을 사기 위해서다. 기아자동차의 2015년형 ‘올 뉴 쏘렌토’가 700만원이라니 솔깃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싸다 싶어 중개인에게 이틀에 걸쳐 수차례 전화로 물어봤다고 한다. “경매된 차인데 몇 차례 유찰돼서 싸게 나왔을 뿐, 판매가가 맞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 가족은 그 말을 믿고 서산에서 부평까지 5시간이나 차를 몰고 갔다. 애들이 멀미로 힘들다고 했지만 거의 새 차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았다. 중개인은 “아이들과 같이 오느라 힘들었겠다”며 인심 쓰는 척 650만원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타고 간 차는 폐차하고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먼저 계약금으로 150만원을 계좌로 이체했다.
한숨 돌리며 애들과 저녁을 먹을 때 남편에게 급히 오라는 연락이 왔다. 중개인이 대뜸 3100만원을 찻값으로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넘어가자 코를 꿰이게 됐다. 날벼락 같은 말에 따졌지만 중개인이 내민 인터넷 홍보 화면을 보니 아래에 깨알 같은 글씨로 ‘차 판매가 3100만원’이라고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중개인은 원래 찻값은 3100만원이고, 700만원은 ‘인도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걸 확인 안 하고 왔느냐고 묻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틀 동안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50통 가까운 연락 중에 한 번도 차 가격이 3100만원이라는 소리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시민들이 매물을 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전화상담 할 때와 현장에서 하는 말 달라
중개거래가 성사된 걸로 알고 나중에 나타난 실제 차주는 화가 나서 계약금 150만원을 못 돌려주겠다고 버텼다. 본인은 이런 식으로 중개가 이뤄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차주는 경매로 구입한 차는 맞는데 사고 같은 하자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그럼 실제 찻값은 얼마냐”고 물었지만 차주는 말을 못해주겠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실랑이하고 나서야 계약금 150만원을 겨우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뭔가에 홀린 듯 새벽 1시까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런데 현장에는 김씨 일행 말고도 4명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3명은 계약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는 중개인이 던진 밑밥에 걸린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누구라도 넘어갈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 단속 쉽지 않고 처벌기준도 약해
‘중고차나라’를 비롯한 다수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는 신차급 모델이 1000만원도 안 되게 나와 있는 정보가 제법 많이 떠 있다. 이들 모두가 김씨가 겪은 ‘허위매물’로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위험을 안고 있는 물건이 다수 보인다.
중고차 허위매물에 걸려 들었다가 곤란을 겪는 일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직접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일을 어떻게 해 왔을까.
인천 부평구청 교통행정과 당국자는 “우리도 대책을 못 세운다.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에 가 보면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조치를 하려면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허위매물 등으로 규정을 어겨도 1차에 영업정지 10일, 2차에 또 걸리면 20일이다. 과징금도 300만원으로 낮다. 신고가 되더라도 구매자와 합의해 돈을 돌려주거나 하면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5일 정도로 줄여준다. 상황이 이 정도니까 ‘채찍’을 무서워하기보다는 법망을 피해나갈 생각부터 하게 된다.
물론 매매업체 대표들도 억울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허위매물 등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경우의 다수는 업체 사장도 모르게 사기를 친다. 중개인 딜러가 사용료를 업체에 내고 활동하기 때문에 사장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행정관서에서 직접 고발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중앙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공을 넘겨 왔다. 공고차 매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들이 나서서 시장 자율 정화를 이끄는 것도 제약돼 있다.
국내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경기 부천, 인천 서구·부평, 서울 장안평은 ‘허위매물’의 상징적인 장소로도 불릴 만큼 오명을 써 왔다. 업체들이나 지자체는 자정 노력도 하지만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해 10월 중고차 연식 등을 속이고 허위매물을 올려놓은 인터넷 매매 사이트 운영자와 이를 이용해 차량을 판매한 딜러들을 기소했다.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 ㄱ씨(33)는 2013년 6월부터 광고 1건당 월 400만원을 받는 등 허위광고를 도운 혐의를 받았다. ㄴ씨 등 중고차 딜러 21명은 지난해 2월부터 ㄱ씨의 사이트를 이용해 주행거리와 차량 연식 등을 조작해 등록한 뒤 중고차 구매자를 유인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의 수법은 기본적으로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구매자들을 현장에 끌어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일단 광고 매물을 보여준 뒤 계속 다른 차를 소개한다. 처음 보고 온 차를 달라고 하면 ‘사고 차여서 위험하다’ ‘침수된 차’라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현장에는 광고된 차가 실제로는 없기 때문이다. 차를 검사하는 데도 돈을 요구한다. ‘검사가 세 차례 필요한데 각각 15만원이 들며, 사지 않아도 검사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다.
또 중고차 주인에게는 ‘차를 사겠다’고 하고, 구매자에게는 ‘싸게 팔겠다’고 해 양측을 만나게 한 뒤 찻값은 자신 계좌로 보내면 차주에게 주겠다고 속여 돈을 빼돌린 사기범이 지난해 10월 부천 원미경찰서에 붙잡히기도 했다. 차를 안 사겠다고 하자 감금시킨 사건도 일어났다.
유령 매물이 아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성능이 제대로인지, 주행거리나 연식이 정확한지 못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0대 한모씨는 2014년 11월 싼타페 중고차를 798만원에 샀으나 가속이 안 되는 문제로 점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변속기가 고장나 있었고 수리비로 65만원이나 나왔다. 판매업자에게 물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14년 중고자동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 총 843건를 접수해 보니, 중고차 성능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경우가 651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성능 및 상태 불량’이 333건(39.5%)으로 최다다. 이어 사고정보 고지 미흡이 180건(21.4%), 주행거리가 다른 경우 68건(8.1%), 연식 및 모델이 다른 경우 39건(4.6%), 침수차량임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31건(3.7%)이었다.
성능 및 상태 불량 유형(333건) 가운데는 오일 누유(91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진동 및 소음(65건), 시동 꺼짐(37건), 냉각수 누수(29건) 등의 순서다. 사고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180건에는 사고차량을 ‘무사고’로 속인 경우가 125건, 사고 부위를 축소한 경우가 55건으로 확인됐다. 주행거리가 10만㎞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33.8%나 됐다.
하지만 843건의 피해사례 중 수리보수, 환불, 배상 등 합의가 이뤄진 것은 303건(35.9%)뿐이다. 판매자들은 보상을 요구해도 보증수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거나, 성능점검기관에 책임을 미루며 배상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중고차 매매 피해의 다수는 시장이 큰 경기 부천과 인천 등에서 많았다. 최근 2년간 피해가 가장 많았던 중고차 매매단지는 경기 부천의 ‘오토맥스’로 158건이다. 이어 인천 서구 ‘엠파크 타워’(55건), 경기 부천 ‘오토프라자’(41건), 인천 서구 ‘엠파크랜드’(37건), 인천 남구 ‘주안자동차매매단지’(33건) 등이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을 ‘자동차산업 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딜러 교육과 매매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허위매물 근절 같은 근본 대책은 아직 뾰족히 보이지 않는다.
김모씨가 저장한 ‘중고차나라’ 모바일 화면. 신차 같은 중고차 가격이 450만~970만원이라며 유혹한다.
국토부 개선 법안 “구매자가 알아서 검사”
국토부도 최근 믿을 만한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섰다. 국토부는 새해 7일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고차 매매업자는 소비자가 원하면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산정한 가격정보를 제공토록 했다. 가격 산정은 정부가 정한 교육을 이수한 차량기술사나 국토부로부터 공인받은 자동차 진단평가에 관한 자격증 소지자만 할 수 있고, 산정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또 중고차 매매업자가 자신이 소유한 차량을 팔 때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으며, 매매를 알선한 경우에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중고차 매물의 정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로서는 자비를 들여서 전문가 평가를 받도록 하는 이번 방식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매매업자에게 일차적으로 정확한 차량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워야지, 부담을 구매자에게 넘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심쩍으면 추가로 비용 부담하고, 싫으면 속고 사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모양새다.
소비자는 물론 중소 매매상들의 선의의 피해를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면 장기간 영업정지 내지는 폐업, 과징금 대폭 상향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다수 소비자에게 중고차 매매는 ‘믿을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심지어 대포차를 속아 중고차로 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압류당해 차를 뺏길 수도 있다. 누군가는 벌써 정부 대책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충남 서산에 사는 주부 김모씨(41)는 지난 12월 12일 토요일, 남편을 설득해 아이 둘(5세, 7세)을 데리고 인천 부평 중고차 매매단지까지 갔다. 인터넷 사이트 ‘중고차나라’에 올라온 매물을 사기 위해서다. 기아자동차의 2015년형 ‘올 뉴 쏘렌토’가 700만원이라니 솔깃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싸다 싶어 중개인에게 이틀에 걸쳐 수차례 전화로 물어봤다고 한다. “경매된 차인데 몇 차례 유찰돼서 싸게 나왔을 뿐, 판매가가 맞다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 가족은 그 말을 믿고 서산에서 부평까지 5시간이나 차를 몰고 갔다. 애들이 멀미로 힘들다고 했지만 거의 새 차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았다. 중개인은 “아이들과 같이 오느라 힘들었겠다”며 인심 쓰는 척 650만원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타고 간 차는 폐차하고 중고차를 사기로 했다. 먼저 계약금으로 150만원을 계좌로 이체했다.
한숨 돌리며 애들과 저녁을 먹을 때 남편에게 급히 오라는 연락이 왔다. 중개인이 대뜸 3100만원을 찻값으로 더 내놓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계약금이 넘어가자 코를 꿰이게 됐다. 날벼락 같은 말에 따졌지만 중개인이 내민 인터넷 홍보 화면을 보니 아래에 깨알 같은 글씨로 ‘차 판매가 3100만원’이라고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중개인은 원래 찻값은 3100만원이고, 700만원은 ‘인도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걸 확인 안 하고 왔느냐고 묻는 말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틀 동안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 50통 가까운 연락 중에 한 번도 차 가격이 3100만원이라는 소리는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시민들이 매물을 보고 있다. / 김영민 기자
전화상담 할 때와 현장에서 하는 말 달라
중개거래가 성사된 걸로 알고 나중에 나타난 실제 차주는 화가 나서 계약금 150만원을 못 돌려주겠다고 버텼다. 본인은 이런 식으로 중개가 이뤄지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차주는 경매로 구입한 차는 맞는데 사고 같은 하자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 김씨는 “그럼 실제 찻값은 얼마냐”고 물었지만 차주는 말을 못해주겠다고 했다. 김씨 부부는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실랑이하고 나서야 계약금 150만원을 겨우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뭔가에 홀린 듯 새벽 1시까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그런데 현장에는 김씨 일행 말고도 4명이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다. 3명은 계약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는 중개인이 던진 밑밥에 걸린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누구라도 넘어갈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자체 단속 쉽지 않고 처벌기준도 약해
‘중고차나라’를 비롯한 다수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는 신차급 모델이 1000만원도 안 되게 나와 있는 정보가 제법 많이 떠 있다. 이들 모두가 김씨가 겪은 ‘허위매물’로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위험을 안고 있는 물건이 다수 보인다.
중고차 허위매물에 걸려 들었다가 곤란을 겪는 일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직접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일을 어떻게 해 왔을까.
인천 부평구청 교통행정과 당국자는 “우리도 대책을 못 세운다.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에 가 보면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발조치를 하려면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밝혔다. 허위매물 등으로 규정을 어겨도 1차에 영업정지 10일, 2차에 또 걸리면 20일이다. 과징금도 300만원으로 낮다. 신고가 되더라도 구매자와 합의해 돈을 돌려주거나 하면 행정처분을 내리기 어렵고, 하더라도 영업정지 5일 정도로 줄여준다. 상황이 이 정도니까 ‘채찍’을 무서워하기보다는 법망을 피해나갈 생각부터 하게 된다.
물론 매매업체 대표들도 억울한 경우가 있다고 한다. 허위매물 등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경우의 다수는 업체 사장도 모르게 사기를 친다. 중개인 딜러가 사용료를 업체에 내고 활동하기 때문에 사장들에게 책임이 있지만, 행정관서에서 직접 고발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중앙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자체에 공을 넘겨 왔다. 공고차 매매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분류돼 대기업들이 나서서 시장 자율 정화를 이끄는 것도 제약돼 있다.
국내 대표적 중고차 매매단지인 경기 부천, 인천 서구·부평, 서울 장안평은 ‘허위매물’의 상징적인 장소로도 불릴 만큼 오명을 써 왔다. 업체들이나 지자체는 자정 노력도 하지만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 상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해 10월 중고차 연식 등을 속이고 허위매물을 올려놓은 인터넷 매매 사이트 운영자와 이를 이용해 차량을 판매한 딜러들을 기소했다. 중고차 매매상사 대표 ㄱ씨(33)는 2013년 6월부터 광고 1건당 월 400만원을 받는 등 허위광고를 도운 혐의를 받았다. ㄴ씨 등 중고차 딜러 21명은 지난해 2월부터 ㄱ씨의 사이트를 이용해 주행거리와 차량 연식 등을 조작해 등록한 뒤 중고차 구매자를 유인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의 수법은 기본적으로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구매자들을 현장에 끌어들이는 데서 출발한다. 일단 광고 매물을 보여준 뒤 계속 다른 차를 소개한다. 처음 보고 온 차를 달라고 하면 ‘사고 차여서 위험하다’ ‘침수된 차’라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한다. 왜냐하면 많은 경우 현장에는 광고된 차가 실제로는 없기 때문이다. 차를 검사하는 데도 돈을 요구한다. ‘검사가 세 차례 필요한데 각각 15만원이 들며, 사지 않아도 검사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식이다.
또 중고차 주인에게는 ‘차를 사겠다’고 하고, 구매자에게는 ‘싸게 팔겠다’고 해 양측을 만나게 한 뒤 찻값은 자신 계좌로 보내면 차주에게 주겠다고 속여 돈을 빼돌린 사기범이 지난해 10월 부천 원미경찰서에 붙잡히기도 했다. 차를 안 사겠다고 하자 감금시킨 사건도 일어났다.
유령 매물이 아니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성능이 제대로인지, 주행거리나 연식이 정확한지 못 믿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0대 한모씨는 2014년 11월 싼타페 중고차를 798만원에 샀으나 가속이 안 되는 문제로 점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변속기가 고장나 있었고 수리비로 65만원이나 나왔다. 판매업자에게 물어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14년 중고자동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 총 843건를 접수해 보니, 중고차 성능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의 상태가 다른 경우가 651건(77.2%)으로 가장 많았다. 세부적으로 ‘성능 및 상태 불량’이 333건(39.5%)으로 최다다. 이어 사고정보 고지 미흡이 180건(21.4%), 주행거리가 다른 경우 68건(8.1%), 연식 및 모델이 다른 경우 39건(4.6%), 침수차량임을 알리지 않은 경우가 31건(3.7%)이었다.
성능 및 상태 불량 유형(333건) 가운데는 오일 누유(91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진동 및 소음(65건), 시동 꺼짐(37건), 냉각수 누수(29건) 등의 순서다. 사고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180건에는 사고차량을 ‘무사고’로 속인 경우가 125건, 사고 부위를 축소한 경우가 55건으로 확인됐다. 주행거리가 10만㎞ 넘게 차이 나는 경우도 33.8%나 됐다.
하지만 843건의 피해사례 중 수리보수, 환불, 배상 등 합의가 이뤄진 것은 303건(35.9%)뿐이다. 판매자들은 보상을 요구해도 보증수리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거나, 성능점검기관에 책임을 미루며 배상을 해주지 않았다.
이런 중고차 매매 피해의 다수는 시장이 큰 경기 부천과 인천 등에서 많았다. 최근 2년간 피해가 가장 많았던 중고차 매매단지는 경기 부천의 ‘오토맥스’로 158건이다. 이어 인천 서구 ‘엠파크 타워’(55건), 경기 부천 ‘오토프라자’(41건), 인천 서구 ‘엠파크랜드’(37건), 인천 남구 ‘주안자동차매매단지’(33건) 등이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장안평 중고차 매매시장을 ‘자동차산업 복합단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딜러 교육과 매매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허위매물 근절 같은 근본 대책은 아직 뾰족히 보이지 않는다.
김모씨가 저장한 ‘중고차나라’ 모바일 화면. 신차 같은 중고차 가격이 450만~970만원이라며 유혹한다.
국토부 개선 법안 “구매자가 알아서 검사”
국토부도 최근 믿을 만한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섰다. 국토부는 새해 7일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고차 매매업자는 소비자가 원하면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가가 산정한 가격정보를 제공토록 했다. 가격 산정은 정부가 정한 교육을 이수한 차량기술사나 국토부로부터 공인받은 자동차 진단평가에 관한 자격증 소지자만 할 수 있고, 산정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한다. 또 중고차 매매업자가 자신이 소유한 차량을 팔 때는 수수료를 받을 수 없으며, 매매를 알선한 경우에만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중고차 매물의 정보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로서는 자비를 들여서 전문가 평가를 받도록 하는 이번 방식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도 있다. 매매업자에게 일차적으로 정확한 차량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지워야지, 부담을 구매자에게 넘기는 식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심쩍으면 추가로 비용 부담하고, 싫으면 속고 사든 말든 알아서 하라’는 모양새다.
소비자는 물론 중소 매매상들의 선의의 피해를 막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면 장기간 영업정지 내지는 폐업, 과징금 대폭 상향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말하자면 다수 소비자에게 중고차 매매는 ‘믿을 수 없는 시장’이 됐다. 심지어 대포차를 속아 중고차로 샀다면 어느 날 갑자기 압류당해 차를 뺏길 수도 있다. 누군가는 벌써 정부 대책을 비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고차 매매 위험 줄이려면
대기업의 경우 중고차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 SK엔카는 앞서 중고차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예외다. 여기서도 SK엔카가 보증하는 차인지 아닌지는 따져보는 게 좋다. 이 회사는 일반차량, 보증차량, 직영차량 등으로 분류한다.
일반차량은 SK엔카가 온라인 오픈마켓처럼 장터만 제공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매매된다. 허위매물 위험이 있다. 보증차량은 SK엔카 직거래지점을 찾아 본사 소속의 전문평가사 검증을 받은 차다. 구입한 지 최대 3개월간 무상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직영차량은 SK엔카에서 직접 매입한 매물이다. 구입 후 최대 1년간 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다. 또 SK엔카는 보험개발원과 제휴해 차량정보와 기존 자료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매물 등록을 차단해 허위매물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보배드림’ 같은 대형 중고차 사이트는 보증차량 서비스는 안 한다. 대신 허위매물 구별법이나 사고차 이력조회 등 정보들을 제공한다. 보배드림은 허위매물 1회 적발 시 가입 아이디 영구정지 조치를 한다. 다른 중고차 사이트 ‘카즈’는 사고이력 조회 서비스를 등록된 차량 구매 목적으로 제공한다.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거래과정에서 허위·미끼매물을 구입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평균 시세와 토털 이력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한국중앙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kuca.kr)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carku.co.kr)에서 평균시세와 실제 상품용으로 등록된 차량인지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중고차 가격이 평균시세보다 많이 낮으면 허위·미끼매물일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서는 토털 이력 조회가, 카 히스토리(carhistory.or.kr)에서는 사고이력 조회와 전손·침수사고 조회가 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중고차 매매 시 관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동차등록원부를 통해 차량 소유관계와 가압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동차 딜러가 약속한 특약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할 것을 당부했다.
<기사 출처 : 주간경향>
대기업의 경우 중고차 판매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국내 최대 SK엔카는 앞서 중고차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예외다. 여기서도 SK엔카가 보증하는 차인지 아닌지는 따져보는 게 좋다. 이 회사는 일반차량, 보증차량, 직영차량 등으로 분류한다.
일반차량은 SK엔카가 온라인 오픈마켓처럼 장터만 제공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책임지는 구조로 매매된다. 허위매물 위험이 있다. 보증차량은 SK엔카 직거래지점을 찾아 본사 소속의 전문평가사 검증을 받은 차다. 구입한 지 최대 3개월간 무상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직영차량은 SK엔카에서 직접 매입한 매물이다. 구입 후 최대 1년간 보증수리를 받을 수 있다. 또 SK엔카는 보험개발원과 제휴해 차량정보와 기존 자료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매물 등록을 차단해 허위매물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보배드림’ 같은 대형 중고차 사이트는 보증차량 서비스는 안 한다. 대신 허위매물 구별법이나 사고차 이력조회 등 정보들을 제공한다. 보배드림은 허위매물 1회 적발 시 가입 아이디 영구정지 조치를 한다. 다른 중고차 사이트 ‘카즈’는 사고이력 조회 서비스를 등록된 차량 구매 목적으로 제공한다.
국토교통부는 중고차 거래과정에서 허위·미끼매물을 구입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평균 시세와 토털 이력정보를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한국중앙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kuca.kr)와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carku.co.kr)에서 평균시세와 실제 상품용으로 등록된 차량인지 확인할 것을 권고했다. 중고차 가격이 평균시세보다 많이 낮으면 허위·미끼매물일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서는 토털 이력 조회가, 카 히스토리(carhistory.or.kr)에서는 사고이력 조회와 전손·침수사고 조회가 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중고차 매매 시 관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자동차등록원부를 통해 차량 소유관계와 가압류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자동차 딜러가 약속한 특약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할 것을 당부했다.
<기사 출처 : 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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