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시급 6030원으로 올랐는데
버젓이 4000~5000원대 고수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돼도
미지급분 주면 넘어가는 탓
"과태료·사법처리 등 처벌 강화를"
지난해 10월부터 울산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변찬호(23ㆍ가명)씨의 시급은 4,800원이다. 해가 바뀌어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에서 6,030원으로 올랐지만 변씨가 받는 돈은 3년 전 최저임금 수준이다. 평일 오후6시부터 오후11시까지 일하면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48만원 남짓이다. 변씨는 “면접 때 편의점 점주가 ‘시급 다 못 주는 거 알지?’라고 얘기한 기억이 나 새해가 돼도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올해 목표가 저축인데, 용돈, 통신비, 교통비 하면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지난 4일부터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에서 안내데스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휴학생 김선영(24ㆍ가명)씨. 김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한 달에 세 번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 일하고 월 12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한 달 총 근로시간(232시간)으로 따진 김씨의 시급은 5,172원에 불과하다. 그는 “월급이 생각보다 적어 미심쩍었는데 온라인을 통해 노동상담소에 문의하니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이었다”며 “중견 업체라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할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보가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접 연락해 본 업소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8개월 동안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부산의 편의점 주인은 “처음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지난해 최저임금(5,580원)을 주고, 이후부터 6,030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최저임금 100%를 줘야 하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 인상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식당 주인은 “처음에는 시급 5,580원을 주고 일을 잘 하면 인상해준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6,030원 아닌가요?”라고 묻자 그는 오히려 “그러니까 임금을 올려준다고 했잖아요”라고 호통을 쳤다. 서울 은평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배달사원을 모집하면서 시급으로 ‘5,580~8,200원’을 준다고 광고했고, 경기 김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최저시급을 준수하고 있습니다’라면서도 시급을 5,580원으로 고시했다.
’알바몬’ CF의 한 장면.
정부 당국은 방학 시기만 되면 편의점ㆍ커피전문점ㆍ주유소 등 저임금사업장에서 최저임금 미준수 특별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들은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012년 169만 명에서 지난해 222만 명으로 증가 추세다. 최저임금 미준수율도 같은 기간 10.8%에서 11.5% 높아졌다. 캐나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5% 안팎이다.
불법이 방치되는 이유는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 지방고용청에 진정이나 고발을 하더라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는‘시정조치’만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미준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정조치를 하면 업주에게 불이익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2014년 최저임금법 위반 1만6,777건 중 사법처리(34건)ㆍ과태료 부과(14건) 등 처벌한 사례는 48건(전체 0.28%)에 불과하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최저임금 미준수: 현황, 제도, 개선방안’보고서에서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처벌로 인한 손실보다 위반으로 얻을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미지급시 시정조치와 함께 과태료 부과, ▦적발 시 바로 사법처리 등 처벌을 강화해야 최저임금 미지급 실태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시정조치와 동시에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2014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근로감독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는 각 지역 지방고용청에 진정을 넣거나 고용부 민원마당 홈페이지에 신고를 하면 된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버젓이 4000~5000원대 고수
최저임금법 위반 적발돼도
미지급분 주면 넘어가는 탓
"과태료·사법처리 등 처벌 강화를"
지난해 10월부터 울산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변찬호(23ㆍ가명)씨의 시급은 4,800원이다. 해가 바뀌어 최저임금이 시급 5,580원에서 6,030원으로 올랐지만 변씨가 받는 돈은 3년 전 최저임금 수준이다. 평일 오후6시부터 오후11시까지 일하면서 그가 손에 쥐는 돈은 한 달 48만원 남짓이다. 변씨는 “면접 때 편의점 점주가 ‘시급 다 못 주는 거 알지?’라고 얘기한 기억이 나 새해가 돼도 오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며 “올해 목표가 저축인데, 용돈, 통신비, 교통비 하면 남는 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씁쓸해 했다.
지난 4일부터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에서 안내데스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휴학생 김선영(24ㆍ가명)씨. 김씨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 한 달에 세 번 오전 9시부터 오후3시까지 일하고 월 120만원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한 달 총 근로시간(232시간)으로 따진 김씨의 시급은 5,172원에 불과하다. 그는 “월급이 생각보다 적어 미심쩍었는데 온라인을 통해 노동상담소에 문의하니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이었다”며 “중견 업체라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대놓고 최저임금법을 위반할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본보가 구인ㆍ구직 사이트를 통해 직접 연락해 본 업소들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8개월 동안 일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부산의 편의점 주인은 “처음 3개월 수습기간 동안 지난해 최저임금(5,580원)을 주고, 이후부터 6,030원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1년 미만 근로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최저임금 100%를 줘야 하는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최저임금 인상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전북 전주시의 한 식당 주인은 “처음에는 시급 5,580원을 주고 일을 잘 하면 인상해준다”고 말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6,030원 아닌가요?”라고 묻자 그는 오히려 “그러니까 임금을 올려준다고 했잖아요”라고 호통을 쳤다. 서울 은평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배달사원을 모집하면서 시급으로 ‘5,580~8,200원’을 준다고 광고했고, 경기 김포의 한 패스트푸드점은 ‘최저시급을 준수하고 있습니다’라면서도 시급을 5,580원으로 고시했다.
’알바몬’ CF의 한 장면.
정부 당국은 방학 시기만 되면 편의점ㆍ커피전문점ㆍ주유소 등 저임금사업장에서 최저임금 미준수 특별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업장들은 줄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2012년 169만 명에서 지난해 222만 명으로 증가 추세다. 최저임금 미준수율도 같은 기간 10.8%에서 11.5% 높아졌다. 캐나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5% 안팎이다.
불법이 방치되는 이유는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 지방고용청에 진정이나 고발을 하더라도,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는‘시정조치’만 하면 처벌받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미준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시정조치를 하면 업주에게 불이익이 없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2014년 최저임금법 위반 1만6,777건 중 사법처리(34건)ㆍ과태료 부과(14건) 등 처벌한 사례는 48건(전체 0.28%)에 불과하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최저임금 미준수: 현황, 제도, 개선방안’보고서에서 “고용주가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이유는 처벌로 인한 손실보다 위반으로 얻을 실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미지급시 시정조치와 함께 과태료 부과, ▦적발 시 바로 사법처리 등 처벌을 강화해야 최저임금 미지급 실태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시정조치와 동시에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2014년 12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며 “근로감독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을 때는 각 지역 지방고용청에 진정을 넣거나 고용부 민원마당 홈페이지에 신고를 하면 된다.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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