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가 선보인 ‘홍미노트3’가 국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홍미노트3는 샤오미의 공식 판매망이 아닌 해외에서 판매되는 제품을 들여오는 구매대행 방식으로 일부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 홍미노트3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 설정, 구글 플레이스토어 설치 등 초기 설정 등에서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홍미노트3가 국내 판매 한달만에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것은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가 홍미노트3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선DB
국내에서는 중국 제품이라면 가격은 싸지만 품질이 조악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샤오미, 화웨이 등이 애플, 삼성에 뒤지지 않는 품질의 첨단 제품을 싼 가격에 선보이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중국 제품도 쓸만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화웨이 초저가폰 ‘Y6’ /화웨이 제공
이에 따라 샤오미의 홍미노트3와 화웨이 Y6의 돌풍이 중국 IT(정보기술) 제품의 한국시장 공략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LG유플러스가 단독 판매한 화웨이의 초저가 스마트폰 ‘Y6’는 출시 보름만에 1만대 이상 팔렸다.
◆ ‘가성비’ 우월 홍미노트3…동급 제품 1대 살 돈이면 홍미노트3 7대
홍미노트3는 출시 3개월 만에 609만대가 팔린 전작 홍미노트2의 차기모델로 높은 사양을 자랑한다. 이 제품은 아이폰6s 플러스와 같은 5.5인치 풀HD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전·후면에는 각각 500만, 1300만 화소의 카메라를 장착해 하드웨어 사양으로는 아이폰6s 플러스(전·후면 각각 500만, 1200만 화소)와 동급 수준이다. 배터리 용량은 무려 4000(밀리암페어아워)mAh에 달해 아이폰6s 플러스(2750mAh), 갤럭시노트5(3000mAh)를 압도한다.
그럼에도 홍미노트3의 가격은 애플과 삼성 동급 제품 가격과 비교할 때 최대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홍미노트3 16기가바이트(GB) 모델의 가격은 899위안(약 16만8300원), 32GB 모델의 경우 1099위안(약 19만6600원)이다. 반면 비슷한 사양의 아이폰6s 플러스 16GB의 가격은 1029달러(122만2240원), 갤럭시노트5 32GB 가격은 89만9800원이다. 아이폰6s 플러스 1대 가격으로 같은 메모리 용량의 홍미노트3를 7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밖에도 홍미노트3는 금속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고,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만 적용되는 지문인식 기능도 탑재했다. 국내에서 홍미노트3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스마트폰 구매대행 사업자인 3KH, 인터파크 등은 이동통신사의 대형 판매점과 협력해 홍미노트3 판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 구매대행 사이트 K3H에서 판매되고 있는 ‘홍미노트3’ /K3H 홈페이지 캡처
3KH는 SK텔레콤의 일부 판매점들과 연계해 SK텔레콤 전용으로 홍미노트3 16GB 모델을 11만9000원에, 32GB 제품을 18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3KH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단말기 가운데 가장 좋은 가성비를 갖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미노트3의 인기로 수입사와 통신사간 마찰까지 빚어지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5일부터 KT의 자회사 M&S와 함께 홍미노트3를 판매하다가 이틀 만에 중단했다. 인터파크는 KT로부터 ‘판매와 관련한 법적인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이미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이 팔리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의 압력으로 홍미노트3 판매가 중단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 샤오미, 국내서 사용은 ‘불편’…中앱마켓만 100여개, 미마켓 영향력 ‘미미’
국내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글등록, 구글 플레이스토어 설치 등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된 샤오미 스마트폰의 전원을 켜면 한글로 표시되는 국내 단말기와 달리 대부분 영어로 표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언어 설정에서 한국어를 선택하더라도 메뉴 곳곳이 영어로 표기되는 등 완벽한 한글화가 돼 있지 않다. 특히 한글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한글키보드 설치 작업이 필요하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는 일도 문제다. 샤오미는 안드로이드오픈소스기반(AOSP)의 MIUI 운영체제(OS)를 사용하기 때문에 앱을 샤오미의 전용 앱 마켓인 ‘미마켓(MiMarket)’에서 내려받아야 한다. 미마켓은 시작에서 끝까지 모든 게 중국어로 돼 있다. 대부분의 앱도 중국 현지에서 사용되는 앱들 뿐이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이 손쉽게 쓰기 위해서는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필요하다.
홍미노트3에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샤오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구글 플레이스토어 설치파일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에 넣은 뒤 설치하거나 미마켓에서 바이두검색 앱을 내려받은 뒤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미마켓에서 구글 설치파일을 내려받아 설치해도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대해 잘알고 있는 젊은 세대라면 초기 설치작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어르신이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번거로운 작업이 될 수 있다”며 “복잡한 절차가 필요함에도 샤오미가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배경은 결국 높은 가성비 때문이다”고 말했다.
샤오미 사용자인터페이스(UI)의 모습 /조선DB
일각에서는 최근 샤오미 스마트폰의 인기로 구글과 애플로 대변되는 앱생태계에도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개발자 입장에서 그동안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2개 였다면 샤오미의 등장으로 시장이 3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앱개발 전문가들은 중국 현지에 100여개의 안드로이드 앱마켓이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미마켓의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중국에서 접속할 수 없는 상태다.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웹젠의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은 샤오미의 미패드에 탑재됐고, 샤오미 미마켓에도 등록됐다. 하지만 정작 매출의 70% 이상은 중국 1~2위 앱마켓인 바이두와 360 을 통해 발생했다. 바이두와 360이 중국의 앱마켓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샤오미 미마켓의 중국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10%에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샤오미 단말기가 중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샤오미의 미마켓은 국내 게임 업체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통 플랫폼”이라며 “다만 아직 점유율이 미미하고, 바이두나 360 등 시장 선점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에 샤오미 단말기 판매량 증가만으로 앱생태계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비즈>
<기사 출처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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