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 남은 재료만으로 음식 해먹는 '냉장고 파먹기' 인기]
장보기 금지, 자투리 재료 활용
식비 절약… 음식쓰레기도 줄어
식재료 목록 만들고 식단 작성… 레시피 집착않고 있는 재료 써
채소는 1회분씩 나눠 냉동 보관
'냉장고 파먹기'에 도전하는 젊은 주부들이 늘고 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오래 묵은 재료만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걸 말한다. 줄임말로 '냉파'라고도 한다.
제1 원칙은 '장보기 절대 금지'. '먹을 게 없으니 마트 가서 사와야겠네'라는 생각 대신, 냉장고를 뒤져서 나오는 자투리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끼니를 해결한다. 최종 목표는 모든 재료를 남김없이 먹어치워 냉장고를 깨끗하게 비우기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젊은 주부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지역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냉파 인증'이라는 이름의 사진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으로 만든 요리나 텅 빈 냉장고 내부, 요리비를 얼마 줄였는지 보여주는 가계부 내역 등을 찍은 사진들이다. 한 게시판에는 '미쳤죠. 냉파 하려다가 냉장고 뜯었어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냉장고 파먹기라는 말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재테크·절약에 관심 있는 이들의 모임인 '다음 짠돌이카페' 회원들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해 확산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짠돌이카페 대표 운영자인 '대왕소금'(아이디) 이대표씨는 "이 말이 생겨난 건 4년 전쯤"이라고 했다. "짠순이(짠돌이카페 여성 회원)들끼리 쓰기 시작하더군요. '냉파 인증'이란 코너를 2013년 별도로 만들었죠. 그러더니 작년에 확 유행을 타더라고요."
냉장고 파먹기를 통한 경제적 이득은 여러 가지다. 우선 식비가 절약된다. 짠돌이카페 '쪼동이' 회원은 "한 달 만에 80만~100만원씩 쓰던 식비가 45만원으로 줄었다"고 했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음식이 줄어들면 냉장·냉동 효율이 높아지니 전기료도 줄어든다. 상해서 버리는 음식이 줄어드니 음식물 쓰레기도 줄어들고, 쓰레기봉투 비용이 절약된다.
주부 서재은(37)씨는 "장 보러 가면 '이것도 해서 아이한테 먹이고, 저것도 해서 남편 먹여야지' 하고 의욕이 충만해 잔뜩 사지만, 결국 냉장고에 처박아뒀다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직 식비가 얼마나 줄었는지 확인 못 했지만 음식물 쓰레기가 확 줄어 속 시원하다"고 말했다.
냉장고 파먹기의 첫 단계는 우리 집에 어떤 음식이 있는지 확인하기다. 냉장고와 냉동고는 물론 김치냉장고, 다용도실에 어떤 식재료가 쌓여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 우리 집 식재료를 종이에 적어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고수들은 "A4 용지를 세로로 반으로 나눠서 왼쪽에는 식재료를 적어두고, 오른쪽에는 그걸로 어떤 음식을 만들지 식단을 짜놓으면 효과적"이라고 귀띔한다. '황금 레시피'에 집착하면 안 된다. 카레를 만들 때 돼지고기가 없으면 냉동 칸에 꽁꽁 언 채 누워 있는 닭이나 통조림 참치를 넣어도 괜찮다. 상하기 쉬운 채소는 아예 얼려버린다. 깨끗이 씻고 물기를 없앤 다음 요리에 바로 쓸 수 있는 크기로 자르거나 다져서 1인분 또는 1회분씩 나눠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동한다.
냉장고 파먹기의 끝은 어디일까? '냉동실에 보관한 음식은 다 먹어야' '냉장칸은 물론 냉동칸까지 다 비워야 냉파의 완성이다' 등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이대표씨는 "냉파 레벨1은 '김치·장류·소스류 외 다 먹었다', 레벨2는 '냉동실에 얼려 보관한 음식 다 먹었다', 만랩(최고 레벨)은 '냉장고를 없앴다'는 말이 우리 카페에서는 돌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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