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보호자들이 마운팅을 단순히 성적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마운팅은 성적인 의미 외에 관계 형성의 불안감에서 기인한 경우도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몰티즈 콩이(6세·수컷)를 키우는 반려인은 반려동물 카페나 반려견 놀이터를 갈 때 망설여지는 게 하나 있다. 콩이가 6개월 때 중성화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개를 만났을 때 마운팅(다른 개의 뒤에서 등 위로 올라타 엉덩이를 앞뒤로 움직이는 행위)을 하기 때문이다. 반려인들 사이에서는 개가 사람이나 봉제인형, 다른 개에게 교미흉내를 내는 행동을 뜻하는 은어로 ‘붕가붕가’한다고 하기도 한다.
상대견이 암컷일 때도 있지만 수컷일 때도 있어 보호자는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운팅을 할 때마다 큰 소리를 내며 혼내기도 하고 손으로 밀어내보기도 했지만 보호자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콩이는 또 다른 개에게 교미하는 흉내를 냈다. 그렇다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애견카페나 반려견 놀이터를 아예 방문하지 않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보호자들은 마운팅을 단순히 성적행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운팅은 성적인 의미 외에 관계 형성의 불안감에서 기인할 수 있다. 개들 사이에서 우위를 가리기 위한 행위 중 하나로 암컷이 수컷 위에 올라탈 수도 있고 수컷이 수컷 위에, 암컷이 암컷 위에 올라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성화 수술을 한 반려견이 다른 개에게 마운팅을 한다고 너무 민망해하기 보다는 사회적 행동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지만 마운팅 중 혹시 서열이 높은 개가 낮은 개를 무는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마운팅하려는 개와 다른 개를 떨어뜨려 놓는 것을 권한다.
반려견이 보호자의 팔목이나 종아리를 붙잡고 마운팅을 할 때도 있다. 그렇다면 반려견이 보호자를 자신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기는 것일까. 보호자 가운데는 이런 의심을 품고 반려견을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반려견 입장에서 보호자는 자신과는 완전 다른 동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서열정리’를 위해 마운팅을 한다기 보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의한 것이나 같이 놀자는 의미의 관심유도형 행동으로 해석해야 한다.
예컨대 보호자가 다른 일을 하고 있다던가 TV를 보고 있을 때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마운팅을 하면 보호자는 바로 반려견과 시선을 맞추게 되고 반려견이 마운팅을 하지 못하도록 반려견을 들어 올리거나 만지게 된다. 이 경우 반려견은 마운팅의 행위가 보호자의 관심을 유도한 것으로 생각하면서 보상을 받았다고 여기게 된다.
때문에 보호자는 반려견이 자신에게 마운팅을 하려고 할 때 최대한 시선을 맞추지 말고 몸을 피해 반려견과 떨어져야 한다. 큰소리로 혼을 내거나 반려견의 코나 엉덩이를 때리는 일은 없도록 한다.
보호자가 반려견과 같이 놀아주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마운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가거나 집에서 공을 던져서 가지고 오기 등 육체적, 심리적 에너지를 충분히 소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이혜원 수의학 박사(충현동물종합병원 수의사)
<기사 출처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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