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값 받는 경제 만들자 ② 싼값 찾다 무너진 안전 ◆
지난해 말 부산 남북항대교 연결도로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일어나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공사를 담당한 S사가 낙찰받은 공사대금은 당초 예상됐던 공사 가격의 67% 수준에 불과했다.
최저가낙찰제 공사 현장은 비용과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하거나 미숙련 근로자,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투입하면서 재해율이 높아지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공사 현장의 평균 재해율은 0.2%도 안됐지만 최저가낙찰제로 발주된 현장의 재해율은 3.25%로 16배나 됐다. 값싼 공사비만 강조하다 안전을 내팽개친 셈이다.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로 시행 14년째를 맞는 최저가낙찰제가 부실 공사와 재해의 원인으로 꼽히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무조건 '싼값'을 강조하다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게 됐다는 얘기다.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최저가낙찰제로 진행된 공사는 평균 100억원짜리 공사에 4억원 적자를 봤다. 반면 대안입찰, 턴키, 적격심사제, 수의계약 등 다른 입찰 방식 공사에선 4억~18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측에선 공사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좋지만 건설 업계는 다르다. 기술력이나 시공능력보다 낮은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제대로 된 공사를 하기 힘들다. 한 지방 중소건설사 사장은 "제값을 받는다면 왜 공사를 제대로 안 하겠느냐"며 "지금 같은 가격 중심 입찰제에선 비용 절감을 위해 철근을 덜 써야 하고, 공기를 앞당기려고 무리한 공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사업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했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영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최고가치낙찰제를 운용하고 있다. 최고가치ㅂ낙찰제는 가격은 물론 품질, 기술력, 미적ㆍ기능적 특징, 환경, 운영비용, 사후서비스 등 다양한 기준을 종합평가해 최고 가치를 제공하는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최저가낙찰 방식이 저가 수주에 따른 품질 저하와 산업재해 증가 등 부작용이 많아지자 최저가낙찰 방식을 폐지했다. 미국은 1994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줄여가고 있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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