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투표 D-8…찬성여론 처음으로 앞서
기대 부푼 스코틀랜드
유전 경제 효과 年 50억파운드…통화·EU가입 등 난제도 많아
다급해진 영국
英 재무 "자치권 대폭 확대"…야당도 분리·독립 반대운동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하면 영국은 물론 유럽연합(EU)에도 연쇄적인 파장이 있을 것이다.”
오는 18일(현지시간) 치러질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렇게 전망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이 영국의 분열로 이어지고, 유럽의 다른 국가에도 광범위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1707년 영국에 합병된 스코틀랜드는 307년 만에 독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분리·독립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유럽 금융시장은 영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해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증시가 출렁이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분리·독립 이후 스코틀랜드가 누릴 수 있는 경제 효과에 대해서도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분리·독립 가능성 높아져
영국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가 지난 2~5일 스코틀랜드 주민 1084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분리·독립 찬성이 51%, 반대가 49%로 집계됐다. 찬성 의견이 과반을 차지한 것은 유고브 조사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여론조사를 통틀어 처음이다. 분리·독립 찬성률은 한때 반대 여론에 22%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이달 들어 6%포인트까지 격차를 좁히더니 아예 상황이 뒤집혔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로 구성돼 있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1707년 단일 국가로 통합됐다. 식민지배 시절부터 누적된 민족적 갈등이 경제난을 계기로 분출하면서 분리·독립 주민투표로 이어졌다. 분리·독립을 당론으로 내건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2011년 자치의회 다수당이 되면서 영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주민투표 시행을 끌어냈다.
북해 유전 산업 등이 발달한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 독립하면 재정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SNP는 2030년에 연간 50억파운드(약 8조3600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북해 대륙붕과 배타적 경제수역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분리·독립이 성사되면 북해 유전의 84%를 소유하게 된다. 무상 보육과 최저임금 인상, 세금 인하 등의 시책도 가능해진다.
◆경제 효과 의견 분분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분리·독립하면 오히려 경제 사정이 나빠질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영국 정부가 북해 유전의 생산시설을 해체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제 불안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논리다. 또 분리·독립에 따른 국가수립 비용으로만 15억파운드(약 2조5000억원)가 필요한 데다 국방, 복지, 재정 시스템 구축에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EU 가입, 에너지, 국방, 이민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주민투표 결과 분리·독립 찬성 의견이 많더라도 2016년 독립국가 출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재무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파운드화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당장 사용할 통화가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권 국가로 인정받아 EU에 가입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전 회원국이 찬성해야 한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분리·독립한 코소보는 스페인의 반대 때문에 EU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분리·독립 여론이 거세지자 영국 정부는 다급해진 모습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7일 긴급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스코틀랜드를 방문했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스코틀랜드 자치권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으며, 영국 집권 보수당과 야당 노동당도 분리·독립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섰다.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분리·독립하면 영국의 국토면적은 3분의 1이 줄어든다. 북해 유전 등 천연자원의 손실도 불가피해진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안이 통과되면 자산 매각과 은행 인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영국이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을 휩쓴 재정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사 출처 :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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