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장벽이 사라지면 인류는 바벨탑을 다시 쌓을 수 있을까.
기술의 발달로 언어의 벽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생스럽게 공부해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한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부의 혁신 자문위원을 역임한 알렉 로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글에서 10년 내로 언어의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계 번역이 아직 정확성과 기능성, 전달력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일 2억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10억건 이상의 번역을 하고 있다. 90개의 언어로 번역이 가능한 구글 번역의 경우 사용자가 참여해 기계 번역의 결과물을 수정하고 이를 기계에 학습시킬 수 있다. 기계는 이 과정을 거쳐 번역 능력을 향상시킨다.
기계의 번역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머지 않아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까지 분별할 것으로 보인다. 발음의 차이를 알아내거나 구어체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수록, 컴퓨터의 계산력이 빨리질수록, 더 좋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수록 이 시기는 더 단축될 것이다.
■실시간 통역 이어폰 출현
기계 번역과 관련한 발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로스는 10년 내로 이어폰 크기의 실시간 통역기가 나와 대화 상대방이 외국어로 말하는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모국어로 바꿔줄 수 있다고 봤다. 사용자가 말하는 내용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대화 상대방의 통역 이어폰으로 전달되거나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일본의 스타트업 ‘Logbar’는 지난달 6일~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착용형 통역기 ‘iLi’를 출품했다. 기기의 동작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말을 한 뒤 버튼을 떼면 대화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주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쓸 수 있다. 현재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만 통역이 가능하지만 프랑스어와 태국어, 한국어도 곧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역기의 크기나 실시간성에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어폰 크기의 실시간 통역기가 나오는 시기가 10년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CES에 참석한 한 여성이 일본의 스타트업 ‘Logbar’가 출품한 착용형 통역기 ‘ili’를 사용하고 있다. Photo byEthan Miller/Getty Images
■군사·정보기관이 언어 통·번역 연구 주도
통역기가 만들어내는 목소리도 현재의 아이폰의 ‘시리’(Siri)와 같은 음성비서들이 사용하는 기계음이 아니라 진짜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워질 것이다. 음성의 주파수와 파장, 강도와 같은 목소리의 특징을 파악해내는 생체음향학의 발달로 대화 상대방의 목소리를 재조합해 목소리는 같지만 언어만 모국어로 바꿔서 말해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의 기계 번역은 오직 동시에 두 개의 언어만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동시에 여러 명이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해도 실시간 통역이 가능할 수 있다. 저녁 모임에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8명을 초대해도 서로의 말이 동시에 각자의 모국어로 바뀌어서 들리는 것이다.
군사·정보 분야 기관들은 민간 영역과 함께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시리는 미 국방부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후원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시리의 음성인식엔진은 ‘뉘앙스 커뮤니케이션’(Nuance Communications)이 개발했다. 이 회사는 미국 100대 기업이 사용하는 음성소프트웨어의 70%를 공급하고, 매년 음성과 관련한 생체정보측정 연구·개발에 3억달러(약 3600억원)를 사용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도 음성 생체정보 측정과 통·번역과 관련된 기초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암호화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통신 분석이 어려워지면서 이 방향의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들은 직업적 통역가들이 알고리즘으로 추출해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하는 지역 방언과 억양,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직할 경우 이 분야의 연구 성과가 민간 영역으로 옮겨가게 된다.
■언어의 벽이 무너진 이후의 세계
통·번역 기술이 발달하면 세상은 더욱 긴밀하게 통합될 것이다. 현 단계의 세계화는 일정 부분 영어가 국제어의 역할을 맡으면서 가능해졌다. 영어가 국제 교역의 공용어로 사용되면서 현재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인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원어민 수준에서 영어를 구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위 계층의 사람들만이 주로 국제 교역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다면 보통 사람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글로벌 시장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기술발달로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벽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공학자들은 손가락에 달린 센서로 수화를 인식하고 이를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활자로 표현해주는 로봇 장갑을 개발했다. 이 활자는 음성으로 변환되서 청각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시간 통역기술이 발달하면 7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인도네시아나 850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나라들로의 시장 진출도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기술의 발달로 언어의 벽이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생스럽게 공부해 통·번역 대학원에 입학한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부의 혁신 자문위원을 역임한 알렉 로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글에서 10년 내로 언어의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계 번역이 아직 정확성과 기능성, 전달력이라는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일 2억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컴퓨터를 이용해 10억건 이상의 번역을 하고 있다. 90개의 언어로 번역이 가능한 구글 번역의 경우 사용자가 참여해 기계 번역의 결과물을 수정하고 이를 기계에 학습시킬 수 있다. 기계는 이 과정을 거쳐 번역 능력을 향상시킨다.
기계의 번역 성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 머지 않아 미세한 뉘앙스의 차이까지 분별할 것으로 보인다. 발음의 차이를 알아내거나 구어체 문장을 해석하는 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사용자로부터 데이터를 더 많이 모을수록, 컴퓨터의 계산력이 빨리질수록, 더 좋은 소프트웨어가 만들어질수록 이 시기는 더 단축될 것이다.
■실시간 통역 이어폰 출현
기계 번역과 관련한 발전은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측면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로스는 10년 내로 이어폰 크기의 실시간 통역기가 나와 대화 상대방이 외국어로 말하는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모국어로 바꿔줄 수 있다고 봤다. 사용자가 말하는 내용은 같은 과정을 거쳐서 대화 상대방의 통역 이어폰으로 전달되거나 휴대전화나 스마트워치에 달린 스피커를 통해 들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일본의 스타트업 ‘Logbar’는 지난달 6일~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착용형 통역기 ‘iLi’를 출품했다. 기기의 동작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말을 한 뒤 버튼을 떼면 대화 상대방의 언어로 통역해주는데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쓸 수 있다. 현재는 영어와 일어, 중국어만 통역이 가능하지만 프랑스어와 태국어, 한국어도 곧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통역기의 크기나 실시간성에서는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어폰 크기의 실시간 통역기가 나오는 시기가 10년보다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
CES에 참석한 한 여성이 일본의 스타트업 ‘Logbar’가 출품한 착용형 통역기 ‘ili’를 사용하고 있다. Photo byEthan Miller/Getty Images
■군사·정보기관이 언어 통·번역 연구 주도
통역기가 만들어내는 목소리도 현재의 아이폰의 ‘시리’(Siri)와 같은 음성비서들이 사용하는 기계음이 아니라 진짜 사람의 목소리에 가까워질 것이다. 음성의 주파수와 파장, 강도와 같은 목소리의 특징을 파악해내는 생체음향학의 발달로 대화 상대방의 목소리를 재조합해 목소리는 같지만 언어만 모국어로 바꿔서 말해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재의 기계 번역은 오직 동시에 두 개의 언어만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는 동시에 여러 명이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해도 실시간 통역이 가능할 수 있다. 저녁 모임에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8명을 초대해도 서로의 말이 동시에 각자의 모국어로 바뀌어서 들리는 것이다.
군사·정보 분야 기관들은 민간 영역과 함께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시리는 미 국방부 연구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후원하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시리의 음성인식엔진은 ‘뉘앙스 커뮤니케이션’(Nuance Communications)이 개발했다. 이 회사는 미국 100대 기업이 사용하는 음성소프트웨어의 70%를 공급하고, 매년 음성과 관련한 생체정보측정 연구·개발에 3억달러(약 3600억원)를 사용한다.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도 음성 생체정보 측정과 통·번역과 관련된 기초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암호화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통신 분석이 어려워지면서 이 방향의 연구가 더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들은 직업적 통역가들이 알고리즘으로 추출해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하는 지역 방언과 억양,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연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직할 경우 이 분야의 연구 성과가 민간 영역으로 옮겨가게 된다.
■언어의 벽이 무너진 이후의 세계
통·번역 기술이 발달하면 세상은 더욱 긴밀하게 통합될 것이다. 현 단계의 세계화는 일정 부분 영어가 국제어의 역할을 맡으면서 가능해졌다. 영어가 국제 교역의 공용어로 사용되면서 현재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인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원어민 수준에서 영어를 구사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상위 계층의 사람들만이 주로 국제 교역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다면 보통 사람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도 글로벌 시장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기술발달로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의 소통의 벽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공학자들은 손가락에 달린 센서로 수화를 인식하고 이를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활자로 표현해주는 로봇 장갑을 개발했다. 이 활자는 음성으로 변환되서 청각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시간 통역기술이 발달하면 700개 이상의 언어가 사용되는 인도네시아나 850개 이상의 언어가 있는 파푸아뉴기니와 같은 나라들로의 시장 진출도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사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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