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보트를 타고 떠가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이색적인 여행
서울과 경남 교사들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 교사 연수단 16명은 남인도의 코친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미니 버스를 빌려 타고 케랄라주의 알레피로 향하였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달려서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는 각자 자기 전공을 살려 즉석 차내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교사 연수단에 함께 참여한 이기영 호서대 교수는 천연초와 건강에 관한 강연을 했고, 요즘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에 나서고 있는 나는 '탈핵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수로여행의 도시 알레피로 향했다.
세계 10대 낙원 중 8위에 선정된 인도 케랄라
우리 일행이 알레피를 찾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알레피 수로에서 하우스보트를 타고 여행을 하며 주변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인도 케랄라주는 이미 200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가 뽑은 세계 10대 낙원 중 8위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를 기획하여 진행한 최두열 선생님은 이번 교사연수 참가자들을 위해 미리 각종 인터넷 자료들을 검색해 제공하였다. 제공된 자료들을 여행 출발에 앞서서 읽어보니 더더욱 가보고 싶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곳이었다.
이미 우리가 탈 배는 한국에서 예약이 되어 있었다. 배 한 척에 방이 여러 개 있어 모두 한 배를 타고 수로 여행을 떠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그건 아니었다. 배 한 척에 방이 세 개씩 있는 배였다. 그래서 한 배에 다 타지를 못하여 3척에 나누어 타고 수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지만 배 세 척이 함께 가면서 때론 한 배에 모여 시간을 보내곤 하기도 하였다. 잠잘 때만 나누어 타면 되는 것이다.
지붕과 벽면은 열대 특유의 수상가옥들과 같은 형태였다. 야자나뭇잎이나 껍질을 이용하여 덮거나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고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외모와는 달리 막상 내부에 들어가 보니 3성급 호텔 수준이었다.
배의 앞면 갑판에는 탁자와 함께 안락한 의자가 놓여있고, 뱃전에는 드러누워서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침구가 놓여있었다. 침실 내부에 들어가보니 깨끗하고 잘 정돈된 더불침대에 에어컨시설이라든가, 화장실의 시설 등이 있었다. 실내 환경과 분위기는 외모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배의 뒤켠으로 가 보았더니 주방도 깨끗하고 식기들도 가지런히 잘 정리돼 있다. 이런 시설의 하우스보트를 타고 수로를 미끌어져간다는 그 상상만으로도 잔잔히 흥분되는 마음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최두열 선생님한테 물어보았다.
"이 배로 1박 하면서 여행하는 데 얼마 주고 빌렸나요?"
"1인당 30% 할인 받아서, 한국돈으로 약 9만 원을 주고 빌린 셈이지요."
"배들 중에는 객실이 더 많이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객실이 한 개만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격은 비슷한가요?"
"물론 객실이 여러 개 있어서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큰 배도 있고, 작은 것은 객실 하나만 있어서 신혼부부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것들도 있습니다. 작은배라고 싼 것은 아니고 오히려 더 비싸서 하루 이용하는 데 한국돈 약 40만 원 정도 듭니다."
선장과 항해사, 조리사 등 3인이 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인도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나는 친구들이었다. 우리가 탁자를 앞에 두고 둘러 앉았더니, 각종 남국의 과일들과 차를 내왔다. 그걸 먹고 마시면서 수로 여행은 시작이 된 것이다.
이번 수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20여 년 전 여름 방학을 이용해 태국과 동남아 일대로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최초의 해외 연수였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제임스본드섬으로 널리 알려진 태국의 팡응아 해상국립공원(Ao Phang Nga National Park)의 모습이다.
물론 이곳 인도의 알레피는 강물 위를 떠가는 수로 여행이고, 팡응아는 바다의 섬들 사이를 여행하는 것이라 근본은 다르다. 그렇지만 야자나무와 코코넛, 바나나, 망고 등 열대 과일나무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뭇 식물들이 피워내고 있는 꽃들의 향연 속을 유유히 배로 이동하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된 여행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굉장히 아름다운 해상의 파라다이스를 여행했다는 기분에서는 별로 차이를 못 느낄 것 같았다.
자연 환경과 마을 사람들 사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여행
5년 전 갔던 이태리 베네치아 여행을 생각하면, 곤돌라를 타고 좁은 수로를 여행하면서 뱃사공이 불러줬던 이탈리아의 깐소네 곡이 참 분위기가 있었다는 느낌이 떠오르는데, 이곳 알레피 하우스보트에서 느끼는 정취와 그 근본이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파리 세느강에서 배를 타고 시내 여행을 할 때는 오래되어 고색창연하게 빼곡이 들어찬 파리의 건축물들이 육중하게 다가왔다. 좁은 강변에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작은 모래밭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이색적인 풍경,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갔던 유람여행도 나름대로 다들 아름다웠고 특색이 있었지만 이곳 알레피의 수로 여행과는 그 느낌과 감흥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곳이 10대 낙원 중 하나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곳 수로는 거대한 한 줄기의 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좁은 수로들이 거미줄처럼 얼키고 설키어 있어 이곳 지형과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물길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곳이라고 한다. 이 지역 일대의 내륙수로들과 복잡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 내륙수운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이곳 수로에서는 큰 축에 들어갔지만 카누와 같은 조각배들도 많이 왕래를 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배들은 좁은 내륙수로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1월이라 남인도의 날씨는 건기이면서 제일 기온이 낮은 계절이어서 여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제아무리 기온이 낮다고 해도 30℃ 정도의 기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여름날씨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건기이기 때문에 7, 8월의 우기와는 달리 습도가 덜 해서 여행을 하기에는 쾌적한 환경이다. 가끔 모기의 공격도 받지만 그렇게 극성스럽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파란 하늘이 강과 주변 논 위로 끝없이 펼쳐져 지나가는데 가끔은 각 구름들도 떠다니고, 퍼렇고 누런 강물 위로는 부레옥잠들이 연보라빛 꽃을 피우고 떠다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담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생이가래와 같은 부유식물들도 떠다니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바다가 아니고 강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배는 중간에 어떤 마을에 정박을 하였다. 우리 일행은 배에서 내려 마을 구경을 나갔다. 마을이래야 우리네 면소재지 정도 되는 마을이었다. 남인도는 가는 곳마다 천주교 성당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데, 우리가 내린 마을어귀에서 몇 걸음 안 갔는데, 큰 성당이 나왔다. 성당 마당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맞이를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고 있는가 하면 음악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작은 토기 그릇에 야자유를 넣고 심지를 세워 불을 붙여 새해를 맞이하는 기도를 드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야자나무 벤 것을 차에 싣고 와서 어떤 조형물을 만들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호기심을 갖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둘러보는데, 생김새가 좀 특이한 우리 일행을 보고, 이곳 아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일행은 대부분 교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호감이 어떤 사람들보다 많았다. 그들과 기념 촬영도 하고, 준비해 간 볼펜이라든가 초콜릿 등을 나누어 주면서 관심을 나타내었다. 우리 일행이 성당을 돌고 하우스보트로 귀환을 할 때까지도 아이들은 우리 뒤를 졸졸 쫓아왔다. 까마잡한한 피부에 마른 몸매, 쏙 들어간 눈, 착하게 보이는 표정 ,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천진난만한 인도의 어린이들이었다.
수로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거닐면서 이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다 우리 배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만약 저 강의 양안에 열대 나무와 풀들, 꽃들이 자연스럽게 널려있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강에서 배를 타고 강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런 자연 속에 몇 채씩 떠 있는 집과, 마을들, 파랗게 벼가 자라는 논, 널려져 있는 열대 숲, 이런 자연을 만끽하면서 하는 뱃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내려가다가 우리가 탄 배는 생선가게들이 모여있는 어느 강변 마을에 도착하였다.
저녁놀 타는 남인도에서 맛보는 랍스터
이런 자연을 만끽하면서 뱃놀이를 하며 내려가다가 우리가 탄 배는 생선가게들이 모여 있는 어느 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밤을 보내기 위해 이곳 아라비아해에서 잡아올린다는 랍스터와 새우 등을 사서 요리하기로 했다. 남인도의 정취와 함께 여행의 백미인 맛있는 음식을 포식해 보고자 하는 식탐의 욕구가 발동한 것이다. 원래 계획에 있기도 하고 이곳 알레피 수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선생님 세 분과 최두열 선생님이 배의 선원 한 사람과 함께 배에서 내렸다. 랍스터와 새우를 한 보따리 사 들고 온 것이다.
"최 선생님, 이것들 모두 얼마 주고 사 오신 거예요?"
"9000루피 주었어요."
9000루피라면 우리 돈으로 18만 원 정도다. 1인당 약 1만 원어치 정도를 사온 것이다. 한국에서 바닷가재를 사 먹으려면 이 돈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역시 인도라서 그런지 비싸지 않네요."
"약간의 흥정을 했지요. 싸게 해달라고 해서 달라는 금액에서 많이 깎았지요."
"생선가게가 크던가요?"
"가게는 몇 군데 없지만 랍스터와 새우 등 싱싱한 해물들이 잔뜩 쌓여 있어요. 냉장시설 등도 잘 되어 있구요."
그렇게 푸짐한 만찬을 준비하고 수로 여행은 계속되고 있는데, 드디어 강의 앞쪽 끝으로 하루를 이글거렸던 태양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가 지고 노을이 진다는 것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야자나무 가지를 비집고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해를 보면서 다들 탄성을 지른다. 서서히 넘어가는 해넘이에 온갖 상념들을 한아름 안고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 배는 정박할 곳을 찾고 닻줄을 내린다. 이름도 모른다. 수로변 자그만 동네 어귀에 정박한 것이다. 이윽고 마을에서 끌어온 전기가 배의 조명을 밝히고 우리의 남인도 여행의 저녁밤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은 좀 전에 구입한 랍스터와 새우의 요리 부탁해 놓은 것을 저녁 식사와 함께 전달받았다. 조리사는 이곳 인도 사람들이 즐기는 소스를 좀 섞어 삶아 먹음직스럽게 요리를 해왔다. 그와 곁들여 배에서 파는 맥주를 반주로 시켰다. 배에서 파는 맥주는 좀 비쌌다. 한 병에 약 5500원을 받았으니 말이다. 여행이야 돈을 아끼며 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또 쓸 때는 이렇게 쓰면서 기분을 낼 때 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맛있는 저녁과 랍스터, 새우 요리에 맥주 몇 병이 도니 자연스럽게 뱃노래가 넘쳐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판소리와 창, 한국춤의 대가인 은형 샘이 드디어 한 곡 탄다. 자연스럽게 우리 일행들은 돌아가면서 반주없는 생음악 모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이럽게 급조된 여행에서 각자의 끼를 발휘해 분위기를 돋우면서 즐긴다면 이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각자 가진 끼들도 많았지만 좀 부족한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못한다고 잡아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남인도의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수로 여행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공산당이 선거를 통해 권력 잡았던 케랄라주
둘째날 새벽녘에 일어나 강마을 산책을 나갔다. 이곳 강마을은 여느 마을들보다 집들도 근사하고 제법 잘 사는 동네 같았다. 배로 돌아와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동네에는 공직자들이 많이 살아서 생활수준이 높다고 한다.
이곳 남인도는 문맹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삶의 수준도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당히 높아 살기 좋은 지역이라 한다. 케랄라주는 1957년부터 선거를 통해 공산당이 집권을 해 주정부 권력을 장악해 오다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우파연합에게 패할 때까지 집권을 했다고 한다. 폭력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유재산제 자체가 부정이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 유럽의 사민주의와 비슷한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와서 다른 지역에 비해 빈부격차도 적고 교육수준은 높고, 비교적 복지제도는 잘 돼 있고, 카스트제도의 폐해도 낮은 것이리라. 동네 곳곳에서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의 사진이 담긴 대형 광고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배로 돌아오는데 강이 끝나는 곳에서는 아침해가 서서히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어제는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뜨는 해를 가슴에 안고 앞으로 있을 남인도와 스리랑카에서의 남은 여정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했다.
우리나라의 왜목마을처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알레피 수로여행이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가벼웠다. 중간 기착지들이 없이 강 한가운데를 열심히 달린 우리 배는 1시간 반 정도 달려 어제 배를 탔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꿈같은 환상의 수로여행의 여진을 진하게 안고 다음 여행지인 케랄라주의 주도인 트리밴드리움으로 가기 위하여 알레피역으로 이동하는 미니 버스에 올랐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 강 위로 끝임없이 가고 오는 하우스보트들 파란 강물 위로 쉼없이 하우스보트들이 떠다니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이곳이 얼마나 유명한 관광지인지를 느끼게 한다. |
ⓒ 김광철 |
▲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배 16명의 교사 연수단은 배 세 척에 나누어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바로 옆의 배에는 민곤 선생님이 탄 모습이 보인다. |
ⓒ 김광철 |
서울과 경남 교사들을 중심으로 모인 우리 교사 연수단 16명은 남인도의 코친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미니 버스를 빌려 타고 케랄라주의 알레피로 향하였다.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달려서 가는 동안 버스 안에서는 각자 자기 전공을 살려 즉석 차내 강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교사 연수단에 함께 참여한 이기영 호서대 교수는 천연초와 건강에 관한 강연을 했고, 요즘 '탈핵희망 서울길 순례'에 나서고 있는 나는 '탈핵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강연을 하면서 수로여행의 도시 알레피로 향했다.
세계 10대 낙원 중 8위에 선정된 인도 케랄라
우리 일행이 알레피를 찾은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알레피 수로에서 하우스보트를 타고 여행을 하며 주변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살피는 것도 중요한 목적이었다. 인도 케랄라주는 이미 200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National Geographic Traveler)가 뽑은 세계 10대 낙원 중 8위에 선정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수를 기획하여 진행한 최두열 선생님은 이번 교사연수 참가자들을 위해 미리 각종 인터넷 자료들을 검색해 제공하였다. 제공된 자료들을 여행 출발에 앞서서 읽어보니 더더욱 가보고 싶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는 곳이었다.
▲ 다양한 형태의 하우스보트들 이보다 더 큰 배들도 물론 더러 있었다. |
ⓒ 김광철 |
▲ 여행을 하던 배들이 잠시 정박해 있는 마을 하우스보트는 밋밋한 여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동네 어귀에 가끔 정박을 하여 마을 구경을 하기도 한다. |
ⓒ 김광철 |
이미 우리가 탈 배는 한국에서 예약이 되어 있었다. 배 한 척에 방이 여러 개 있어 모두 한 배를 타고 수로 여행을 떠나는 줄 알았는데, 막상 현지에 도착해서 보니 그건 아니었다. 배 한 척에 방이 세 개씩 있는 배였다. 그래서 한 배에 다 타지를 못하여 3척에 나누어 타고 수로 여행을 떠났다. 그렇지만 배 세 척이 함께 가면서 때론 한 배에 모여 시간을 보내곤 하기도 하였다. 잠잘 때만 나누어 타면 되는 것이다.
지붕과 벽면은 열대 특유의 수상가옥들과 같은 형태였다. 야자나뭇잎이나 껍질을 이용하여 덮거나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러고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외모와는 달리 막상 내부에 들어가 보니 3성급 호텔 수준이었다.
배의 앞면 갑판에는 탁자와 함께 안락한 의자가 놓여있고, 뱃전에는 드러누워서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침구가 놓여있었다. 침실 내부에 들어가보니 깨끗하고 잘 정돈된 더불침대에 에어컨시설이라든가, 화장실의 시설 등이 있었다. 실내 환경과 분위기는 외모와는 달리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배의 뒤켠으로 가 보았더니 주방도 깨끗하고 식기들도 가지런히 잘 정리돼 있다. 이런 시설의 하우스보트를 타고 수로를 미끌어져간다는 그 상상만으로도 잔잔히 흥분되는 마음이 일지 않을 수 없었다.
▲ 하우스보트의 침실 내부 정소와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하우스보트내의 침실 모습. |
ⓒ 김광철 |
최두열 선생님한테 물어보았다.
"이 배로 1박 하면서 여행하는 데 얼마 주고 빌렸나요?"
"1인당 30% 할인 받아서, 한국돈으로 약 9만 원을 주고 빌린 셈이지요."
"배들 중에는 객실이 더 많이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객실이 한 개만 있는 것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격은 비슷한가요?"
"물론 객실이 여러 개 있어서 2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큰 배도 있고, 작은 것은 객실 하나만 있어서 신혼부부들이 이용하기에 좋은 것들도 있습니다. 작은배라고 싼 것은 아니고 오히려 더 비싸서 하루 이용하는 데 한국돈 약 40만 원 정도 듭니다."
선장과 항해사, 조리사 등 3인이 배를 운영하고 있었다. 인도 특유의 친절함이 묻어나는 친구들이었다. 우리가 탁자를 앞에 두고 둘러 앉았더니, 각종 남국의 과일들과 차를 내왔다. 그걸 먹고 마시면서 수로 여행은 시작이 된 것이다.
이번 수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20여 년 전 여름 방학을 이용해 태국과 동남아 일대로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해외연수를 다녀온 경험을 떠올렸다. 당시 최초의 해외 연수였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제임스본드섬으로 널리 알려진 태국의 팡응아 해상국립공원(Ao Phang Nga National Park)의 모습이다.
물론 이곳 인도의 알레피는 강물 위를 떠가는 수로 여행이고, 팡응아는 바다의 섬들 사이를 여행하는 것이라 근본은 다르다. 그렇지만 야자나무와 코코넛, 바나나, 망고 등 열대 과일나무들,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는 뭇 식물들이 피워내고 있는 꽃들의 향연 속을 유유히 배로 이동하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오래된 여행이라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굉장히 아름다운 해상의 파라다이스를 여행했다는 기분에서는 별로 차이를 못 느낄 것 같았다.
자연 환경과 마을 사람들 사는 모습까지 볼 수 있는 여행
▲ 열대 과일나무들 사이의 동네 강 위에는 부레옥잠이 떠 있고, 야자와 망고 나무 숲 속에는 집 몇 채가 들어앉아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
ⓒ 김광철 |
5년 전 갔던 이태리 베네치아 여행을 생각하면, 곤돌라를 타고 좁은 수로를 여행하면서 뱃사공이 불러줬던 이탈리아의 깐소네 곡이 참 분위기가 있었다는 느낌이 떠오르는데, 이곳 알레피 하우스보트에서 느끼는 정취와 그 근본이 사뭇 다른 것이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 파리 세느강에서 배를 타고 시내 여행을 할 때는 오래되어 고색창연하게 빼곡이 들어찬 파리의 건축물들이 육중하게 다가왔다. 좁은 강변에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작은 모래밭에서 강수욕을 즐기는 이색적인 풍경,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부다페스트의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갔던 유람여행도 나름대로 다들 아름다웠고 특색이 있었지만 이곳 알레피의 수로 여행과는 그 느낌과 감흥이 달라도 한참 달랐다. 이곳이 10대 낙원 중 하나라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곳 수로는 거대한 한 줄기의 강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좁은 수로들이 거미줄처럼 얼키고 설키어 있어 이곳 지형과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물길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한 곳이라고 한다. 이 지역 일대의 내륙수로들과 복잡하게 연결이 되어 있어 내륙수운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이곳 수로에서는 큰 축에 들어갔지만 카누와 같은 조각배들도 많이 왕래를 하고 있었다. 이런 작은 배들은 좁은 내륙수로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이다.
▲ 수로 양안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야자나무 숲 '이곳 알래피 수로에 이런 열대림이 없었다면 여행은 맛은 어땠을까?' 여러 조건들이 어우러질 때 훌륭한 풍광을 자아내는 것이다. |
ⓒ 김광철 |
1월이라 남인도의 날씨는 건기이면서 제일 기온이 낮은 계절이어서 여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제아무리 기온이 낮다고 해도 30℃ 정도의 기온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여름날씨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건기이기 때문에 7, 8월의 우기와는 달리 습도가 덜 해서 여행을 하기에는 쾌적한 환경이다. 가끔 모기의 공격도 받지만 그렇게 극성스럽게 달려들지는 않았다.
파란 하늘이 강과 주변 논 위로 끝없이 펼쳐져 지나가는데 가끔은 각 구름들도 떠다니고, 퍼렇고 누런 강물 위로는 부레옥잠들이 연보라빛 꽃을 피우고 떠다니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담수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생이가래와 같은 부유식물들도 떠다니는 것을 보면서 이곳이 바다가 아니고 강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축제 중인 강변 마을의 성당 연말 연초 이곳 남인도는 축제의 계절인 것이다. |
ⓒ 김광철 |
▲ 인도의 어린이들 배가 잠시 들른 마을의 축제 현장에서 만난 인도 어린이들과 사진 한 컷을 기념으로 찍은 은형 선생님 |
ⓒ 김광철 |
배는 중간에 어떤 마을에 정박을 하였다. 우리 일행은 배에서 내려 마을 구경을 나갔다. 마을이래야 우리네 면소재지 정도 되는 마을이었다. 남인도는 가는 곳마다 천주교 성당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데, 우리가 내린 마을어귀에서 몇 걸음 안 갔는데, 큰 성당이 나왔다. 성당 마당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맞이를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큰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고 있는가 하면 음악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작은 토기 그릇에 야자유를 넣고 심지를 세워 불을 붙여 새해를 맞이하는 기도를 드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야자나무 벤 것을 차에 싣고 와서 어떤 조형물을 만들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호기심을 갖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렇게 둘러보는데, 생김새가 좀 특이한 우리 일행을 보고, 이곳 아이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우리 일행은 대부분 교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호감이 어떤 사람들보다 많았다. 그들과 기념 촬영도 하고, 준비해 간 볼펜이라든가 초콜릿 등을 나누어 주면서 관심을 나타내었다. 우리 일행이 성당을 돌고 하우스보트로 귀환을 할 때까지도 아이들은 우리 뒤를 졸졸 쫓아왔다. 까마잡한한 피부에 마른 몸매, 쏙 들어간 눈, 착하게 보이는 표정 , 우리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천진난만한 인도의 어린이들이었다.
수로 마을에서 한 시간 정도 거닐면서 이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둘러보다 우리 배는 다시 여행을 시작하였다. 만약 저 강의 양안에 열대 나무와 풀들, 꽃들이 자연스럽게 널려있지 않다면 우리나라의 강에서 배를 타고 강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그런 자연 속에 몇 채씩 떠 있는 집과, 마을들, 파랗게 벼가 자라는 논, 널려져 있는 열대 숲, 이런 자연을 만끽하면서 하는 뱃놀이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렇게 내려가다가 우리가 탄 배는 생선가게들이 모여있는 어느 강변 마을에 도착하였다.
저녁놀 타는 남인도에서 맛보는 랍스터
이런 자연을 만끽하면서 뱃놀이를 하며 내려가다가 우리가 탄 배는 생선가게들이 모여 있는 어느 마을에 도착을 하였다.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밤을 보내기 위해 이곳 아라비아해에서 잡아올린다는 랍스터와 새우 등을 사서 요리하기로 했다. 남인도의 정취와 함께 여행의 백미인 맛있는 음식을 포식해 보고자 하는 식탐의 욕구가 발동한 것이다. 원래 계획에 있기도 하고 이곳 알레피 수로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인 것이다.
선생님 세 분과 최두열 선생님이 배의 선원 한 사람과 함께 배에서 내렸다. 랍스터와 새우를 한 보따리 사 들고 온 것이다.
"최 선생님, 이것들 모두 얼마 주고 사 오신 거예요?"
"9000루피 주었어요."
9000루피라면 우리 돈으로 18만 원 정도다. 1인당 약 1만 원어치 정도를 사온 것이다. 한국에서 바닷가재를 사 먹으려면 이 돈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역시 인도라서 그런지 비싸지 않네요."
"약간의 흥정을 했지요. 싸게 해달라고 해서 달라는 금액에서 많이 깎았지요."
"생선가게가 크던가요?"
"가게는 몇 군데 없지만 랍스터와 새우 등 싱싱한 해물들이 잔뜩 쌓여 있어요. 냉장시설 등도 잘 되어 있구요."
▲ 아라비아해의 랍스타와 바다 새우 요리 하우스보트가 생선을 사기 위하여 잠시 정박한 마을에서 산 랍스타와 바다새우로 요리를 해낸 것이다. |
ⓒ 김광철 |
▲ 석양의 실루엣 아름다운 낙조의 모습에 취한 우리 일행은 각각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기 속에 연신 담았다. |
ⓒ 김광철 |
그렇게 푸짐한 만찬을 준비하고 수로 여행은 계속되고 있는데, 드디어 강의 앞쪽 끝으로 하루를 이글거렸던 태양이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가 지고 노을이 진다는 것은 언제 보아도 신비롭고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야자나무 가지를 비집고 강물 속으로 가라앉는 해를 보면서 다들 탄성을 지른다. 서서히 넘어가는 해넘이에 온갖 상념들을 한아름 안고 아쉬움을 달래고 있는데, 드디어 우리 배는 정박할 곳을 찾고 닻줄을 내린다. 이름도 모른다. 수로변 자그만 동네 어귀에 정박한 것이다. 이윽고 마을에서 끌어온 전기가 배의 조명을 밝히고 우리의 남인도 여행의 저녁밤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일행은 좀 전에 구입한 랍스터와 새우의 요리 부탁해 놓은 것을 저녁 식사와 함께 전달받았다. 조리사는 이곳 인도 사람들이 즐기는 소스를 좀 섞어 삶아 먹음직스럽게 요리를 해왔다. 그와 곁들여 배에서 파는 맥주를 반주로 시켰다. 배에서 파는 맥주는 좀 비쌌다. 한 병에 약 5500원을 받았으니 말이다. 여행이야 돈을 아끼며 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또 쓸 때는 이렇게 쓰면서 기분을 낼 때 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맛있는 저녁과 랍스터, 새우 요리에 맥주 몇 병이 도니 자연스럽게 뱃노래가 넘쳐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판소리와 창, 한국춤의 대가인 은형 샘이 드디어 한 곡 탄다. 자연스럽게 우리 일행들은 돌아가면서 반주없는 생음악 모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각자의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이럽게 급조된 여행에서 각자의 끼를 발휘해 분위기를 돋우면서 즐긴다면 이거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각자 가진 끼들도 많았지만 좀 부족한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에서는 못한다고 잡아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남인도의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수로 여행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공산당이 선거를 통해 권력 잡았던 케랄라주
▲ 채게바라 사진 인도의 케랄라주는 선거를 통해 1957년부터 공산당이 집권을 하여 각종 복지가 다른 지역에 비하여 크게 발달하였다 한다. |
ⓒ 김광철 |
▲ 야자나무 사이로 붉은 해는 떠오르고 둘째날 아침,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는데, 조각배 한 척이 몇 사람을 싣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그림이 따로 없다. |
ⓒ 김광철 |
둘째날 새벽녘에 일어나 강마을 산책을 나갔다. 이곳 강마을은 여느 마을들보다 집들도 근사하고 제법 잘 사는 동네 같았다. 배로 돌아와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동네에는 공직자들이 많이 살아서 생활수준이 높다고 한다.
이곳 남인도는 문맹율이 거의 제로에 가깝고, 삶의 수준도 인도의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당히 높아 살기 좋은 지역이라 한다. 케랄라주는 1957년부터 선거를 통해 공산당이 집권을 해 주정부 권력을 장악해 오다가 지난 2011년 선거에서 우파연합에게 패할 때까지 집권을 했다고 한다. 폭력혁명을 통해 권력을 장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유재산제 자체가 부정이 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 유럽의 사민주의와 비슷한 정책적 지향을 가지고 와서 다른 지역에 비해 빈부격차도 적고 교육수준은 높고, 비교적 복지제도는 잘 돼 있고, 카스트제도의 폐해도 낮은 것이리라. 동네 곳곳에서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의 사진이 담긴 대형 광고물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동네 산책을 마치고 배로 돌아오는데 강이 끝나는 곳에서는 아침해가 서서히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어제는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감상에 젖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뜨는 해를 가슴에 안고 앞으로 있을 남인도와 스리랑카에서의 남은 여정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리게 했다.
우리나라의 왜목마을처럼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알레피 수로여행이었던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가벼웠다. 중간 기착지들이 없이 강 한가운데를 열심히 달린 우리 배는 1시간 반 정도 달려 어제 배를 탔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꿈같은 환상의 수로여행의 여진을 진하게 안고 다음 여행지인 케랄라주의 주도인 트리밴드리움으로 가기 위하여 알레피역으로 이동하는 미니 버스에 올랐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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