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두증’ 지카 바이러스 공포]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발병 사례는 없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태국에서 감염환자가 나타나는 등 지리적으로 근접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로 태교여행이나 신혼여행을 가려던 젊은층들은 비상이 걸렸다.
○ “혹시 여기도 지카 바이러스?” 문의 급증
다음 달 중순 괌으로 태교여행을 가려던 임신 20주 차 황모 씨(30)는 최근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황 씨는 “여행을 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할 것 같았다”며 “환불받지 못한 숙소 대금 120만 원가량을 손해 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낙점했던 예비신랑 정모 씨(30)도 다른 곳을 새로 알아보고 있다. 그는 “아기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가 없는 국가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혼, 태교여행과 관련된 고민을 문의하는 글이 31일에만 10건 이상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선 병원에는 임신부를 중심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 평균 4, 5건씩 접수되고 있다. 멕시코 칸쿤, 동남아 등 발생 지역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임신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감염자로 추정되는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7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이 있으면서 관절통 근육통 두통 결막염을 동반할 경우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국가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는 의심환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있는 흰줄숲모기도 옮길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사례는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해외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돼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뒤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7일. 최대 2주 안에 증세가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대개 경미한 증상이 지속되다가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데다 발열, 발진 등도 가벼운 수준이어서 감염자의 80%는 감염됐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에도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제 투약 등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증치료를 통해 증세를 완화시킨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 위험하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길랑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 여부는 의학계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이 둘의 인과관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공포의 ‘소두증’ 무엇이기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소두증. 머리 둘레가 신생아 평균(34∼37cm)보다 작은 32cm 이하이면 일단 소두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생아 2만∼3만 명당 1명꼴로 드물게 발생하는 소두증은 아기의 성장·발달 지연이나 인지능력 장애, 균형감각 상실, 청력 저하, 시각장애, 경련이나 발작 등을 유발한다.
WHO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strongly suspected)’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는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감염되고, 이러한 태내감염이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바이러스만 소두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아기 두개골이 너무 일찍 붙어서 발생하는 두개골융합증,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나타난다. 또 임신부가 약물이나 영양부족, 알코올에 노출되거나 신생아가 풍진, 수두 같은 여러 감염병에 걸렸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소두증의 증세는 경증부터 치명적인 정도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신경학적인 검사와 성장발달 검사를 병행해 진단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지카 바이러스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발병 사례는 없지만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태국에서 감염환자가 나타나는 등 지리적으로 근접해 들어오는 상황이다. 감염자가 발생한 나라로 태교여행이나 신혼여행을 가려던 젊은층들은 비상이 걸렸다.
○ “혹시 여기도 지카 바이러스?” 문의 급증
다음 달 중순 괌으로 태교여행을 가려던 임신 20주 차 황모 씨(30)는 최근 여행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황 씨는 “여행을 가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마음 편히 놀지 못할 것 같았다”며 “환불받지 못한 숙소 대금 120만 원가량을 손해 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와이를 신혼여행지로 낙점했던 예비신랑 정모 씨(30)도 다른 곳을 새로 알아보고 있다. 그는 “아기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바이러스라고 하니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지카 바이러스 문제가 없는 국가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신혼, 태교여행과 관련된 고민을 문의하는 글이 31일에만 10건 이상 올라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일선 병원에는 임신부를 중심으로 감염 여부를 검사해 달라는 요청이 하루 평균 4, 5건씩 접수되고 있다. 멕시코 칸쿤, 동남아 등 발생 지역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임신부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중 실제 감염자로 추정되는 사례는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37도 이상의 발열 또는 발진이 있으면서 관절통 근육통 두통 결막염을 동반할 경우 유전자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히 해당 국가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는 의심환자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중남미에 서식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 있는 흰줄숲모기도 옮길 가능성은 있지만 확인된 사례는 없다. 사람 간 접촉이나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해외 감염환자의 정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돼 성관계를 통한 감염 가능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린 뒤 증세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2∼7일. 최대 2주 안에 증세가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대개 경미한 증상이 지속되다가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 증상이 나타나는 데다 발열, 발진 등도 가벼운 수준이어서 감염자의 80%는 감염됐다는 사실 자체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증세가 나타났을 경우에도 휴식과 수분 섭취, 해열제 투약 등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대증치료를 통해 증세를 완화시킨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에게 더 위험하다는 증거도 아직은 없다.
길랑바레 증후군과의 연관성 여부는 의학계를 긴장시키는 부분이다. 이 증후군은 급성으로 말초신경, 척수, 뇌신경 등을 파괴해 근육을 약화시키거나 마비시키는 희귀 질환으로, 브라질에서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 뒤 갑자기 발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이 둘의 인과관계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 공포의 ‘소두증’ 무엇이기에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신생아에게서 나타나는 소두증. 머리 둘레가 신생아 평균(34∼37cm)보다 작은 32cm 이하이면 일단 소두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신생아 2만∼3만 명당 1명꼴로 드물게 발생하는 소두증은 아기의 성장·발달 지연이나 인지능력 장애, 균형감각 상실, 청력 저하, 시각장애, 경련이나 발작 등을 유발한다.
WHO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는 소두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strongly suspected)’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지훈 교수는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이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감염되고, 이러한 태내감염이 태아 소두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바이러스만 소두증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아기 두개골이 너무 일찍 붙어서 발생하는 두개골융합증, 다운증후군 같은 유전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나타난다. 또 임신부가 약물이나 영양부족, 알코올에 노출되거나 신생아가 풍진, 수두 같은 여러 감염병에 걸렸을 때도 발생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중신 교수는 “소두증의 증세는 경증부터 치명적인 정도까지 매우 다양하다”며 “신경학적인 검사와 성장발달 검사를 병행해 진단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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