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처럼”… 자동차 좌석 고급화 바람
《 이동수단의 ‘좌석’이 호화롭게 바뀌고 있다. 그간 겉모습 꾸미기에만 치중했던 비행기, 자동차 등의 좌석이 점차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대중적인 이동수단이 점차 고급화하면서 이동 중에도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좌석 중 제일은 단연 비행기 일등석이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인 ‘EQ900’나 올해 상반기 시범운행 예정인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모두 ‘비행기 일등석’을 닮은 좌석을 내세우고 있다.
대체 실제 일등석은 어떻기에?
비행기 일등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주변에서 막상 실제로 타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주 노선 왕복 기준으로 가격이 1000만 원 안팎인 수준이어서 사실상 대기업 고위 임원이나 자산가가 아니면 일반인은 평생 쉽게 타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가 실제 비행기 일등석과, 비행기 일등석을 본떠 만들었다는 좌석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해 보기로 했다. 이 좌석들은 어떤 점이 특별한 걸까.
아, 비행기 일등석은 워낙 비싸서 정비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에서 체험했다. 물론 서비스는 없었다. 특급 서비스를 받을 순 없었지만 좌석 자체에 더 집중할 수는 있었다. 》
지난달 28일 본보 김성규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인근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아시아나의 일등석인 ‘퍼스트 스위트’를 체험하고 있다. 널찍한 접이식 테이블과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가 눈에 띈다.
일등석, 작은 방 속 소파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격납고를 찾았다. 현존하는 최대 항공기인 A380 기종의 일등석에 앉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시아나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정기점검을 위해 대기하던 A380에 올라타 아시아나의 일등석인 ‘퍼스트 스위트’에 조심스레 앉아봤다.
일등석에 생전 처음 앉아본 느낌은 ‘작은 방 속 소파’였다. 일등석에서 제일 눈에 띄었던 점은 좌석 그 자체보다 좌석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었다. 좌석을 앉은키보다 높은 가림막이 둘러싸고 있었고, 옆으로는 두 개의 슬라이딩 도어 형태의 자동문이 달려 있었다. 문을 닫고 좌석에 앉으면 마치 방처럼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비즈니스석도 앉는 각도와 좌석을 감싼 판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하긴 했지만 다른 승객의 시선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 다른 점은 좌석의 넓이. 어깨 공간이 훨씬 넓어 소파에 앉는 듯했고 발을 놀릴 수 있는 공간도 넓었다. 비즈니스석도 좌석을 수평으로 눕힐 순 있지만 발을 두는 공간은 아무래도 좁았다. 설명을 들으니 좌석 길이가 80인치(203.2cm)에 이른다고 한다.
가장 놀란 것은 테이블과 모니터의 크기. 비즈니스석에 비해서도 테이블 크기는 훨씬 컸다. 노트북을 편 뒤 서류들을 주변에 쌓아둔 채 일하기에도 충분해 보이는 넓이였다. 대형 모니터는 대각선 81.28cm(32인치)의 고화질(HD) 모니터. 영화 볼 맛 나겠다 싶었다. 이 외에도 앉은 좌석과 발받침 사이 공간도 넓어 드나드는 게 훨씬 편한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체조도 가능할 듯싶었다. 비즈니스 좌석에서는 체조까지 하긴 힘들다.
또 몸이 닿는 손잡이나 머리받침 부분에 천연 가죽을 쓰고 인조 소재이긴 하지만 둘레가 나무 무늬 소재로 돼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리모컨이 스마트폰처럼 세련된 모습이고 개인용 미니바 등 수납공간이 많았다. 서비스 시간별로 조명이 달라져 잘 때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모습이 된다고 한다. 디자인은 세계적 디자인 전문업체인 영국 ‘탠저린’이 맡았다고 한다. 여객기 좌석은 보통 에어버스나 보잉 등 항공기 제작업체가 아니라 전문 제작업체가 맡는데 국적 항공사의 일등석은 미국 ‘B/E 에어로스페이스’의 제품이다.
‘제네시스 EQ900’의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의 모습.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원하는 좌석 모드로 바꿀 수 있는 등 항공기 일등석을 본떠 만들었다. 이 시트는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땅 위로 내려온 일등석… 공통점과 차이점은
최근 “항공기 일등석 수준의 좌석을 갖췄다”고 내세우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바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중에서도 최고급 세단인 ‘EQ900’와 올해 7월쯤 시범운행이 예정돼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바로 그 주인공. 실제 이 좌석들은 일등석과 무엇이 비슷하다는 걸까.
제네시스 EQ900는 ‘국산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당연히 시트에도 공을 들였는데, 운전석은 독일 척추건강협회가 인증한 ‘모던 에르고 시트’가 장착됐고 뒷좌석에는 최고급 선택품목으로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 현대차는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에 대해 “최신형 항공기의 일등석을 분석하고 세계적인 명품 소파의 특장점을 더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EQ900 시승행사에서 체험해본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는 분명 최상의 안락함을 주긴 하지만 사실 겉으로는 일등석과 비슷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재질부터가 달랐다.
아시아나 일등석 시트는 95% 울(양모) 혼방 소재로 돼 있었다. 대부분의 시트커버가 90%대 울 혼방을 쓰고 있는데, 화재 시 잘 타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연 가죽은 실제로 피부가 닿는 부분만 쓰고 있었다. 반면EQ900의 좌석은 전체가 천연 가죽이었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소재만 보면 오히려 일등석보다 나은 듯싶기도 하다. 최고급 ‘내파 가죽’을 쓰는데, 이탈리아 명품 가죽 가공 브랜드 ‘파수비오’와 협업해 개발했고, 스티치는 고급 시트 브랜드인 오스트리아 ‘복스마크’와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다.
앉은 느낌도 달랐다. EQ900의 뒷좌석이 등을 감싸주는 느낌이었다면 일등석은 평평하고 넓게 열려 있어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웠다. 또 일등석 좌석은 180도 젖힐 수 있는 반면 EQ900의 뒷좌석은 최대 9도만 추가로 젖힐 수 있다. 9도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보통의 차 뒷좌석은 아예 고정돼 있는 걸 생각하면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에 더해 엉덩이 받침 부분과 발받침이 동시에 앞으로 나오면서 승용차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몸을 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EQ900 뒷좌석이 일등석과 같은 요소를 갖고 있는 건 오히려 편의기능 쪽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대표적인 것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휴식, 독서, 영상 시청 등 다양한 모드로 좌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항공기 좌석이 취침 시나 식사할 때 맞는 좌석 위치를 버튼 하나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것과 비슷하다. 아주 강하진 않지만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이에 더해 자동차임에도 뒷좌석에 모니터가 있다는 것, 움직이면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이 설치된 점, 따로 독서등이 달려 있다는 점 등 일등석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기능을 자동차에 최대한 옮겨놓은 듯하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 5월 시범차량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좌석 설계안(왼쪽 사진)과 조합이 참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고급형버스의 내부 모습(오른쪽 위 사진). 이들 고급형 좌석은 모두 항공기의 일등석(오른쪽 아래 사진)과 같은 편안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아시아나항공 제공
‘좌석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동차는 바로 고속버스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 준비 중인 이 버스는 기존 우등고속버스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좌석으로 손님들을 맞을 계획이다.
현재 외부 업체와 협의해 시범차량을 설계하는 단계에 있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나온 상태다. 버스 한 대에 좌석 21개가 설치되는데, 최대 165도까지 눕힐 수 있어 거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처럼 누워서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가림막이 있어 외부 시선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고,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제공한다. 접이식 테이블은 기본이고 신발장, 옷걸이, 독서등에 와이파이까지 돼 무선인터넷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등석까지는 아니어도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상쾌한 공기를 유지하는 기능까지 장착한다고 한다. 새로운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5월 시범차량이 나오고 7, 8월 중 시범운행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젠 먼 지방출장의 피로가 조금 줄어들 것 같다.
국적 항공기, 내년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좌석이 고급화하는 것은 목적지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해선 이동 과정도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모님을 모시고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모 씨(32·여)는 “8시간 정도 일반석에 앉아있다 보니 나도 피곤함이 느껴지는데 부모님은 오죽할까 싶었다”며 “여행은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여행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자니 가격을 보는 순간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름부터가 사업할 때나 쓸 수 있는 것처럼 ‘비즈니스’ 아닌가. 결국 웬만한 사람들은 일반석을 찾게 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국적 항공기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질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내년에 새로 운항하는 차세대 항공기인 A350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고급화한 일반석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일반석보다 약 50% 더 넓은 좌석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료수하물 허용량이 더 많고 마치 비즈니스석처럼 환영음료 및 편의용품 증정 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완전히 누울 수 있도록 좌석을 젖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도 옆과 앞뒤 간격이 더 넓어 발을 더 편하게 둘 수 있다. 델타항공, 캐세이패시픽, 루프트한자 등 외국 항공사에서는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지금까진 국적 항공기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동수단의 좌석뿐만 아니라 일반 의자도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마의자가 인기를 끌면서 ‘바디프랜드’ 등 업체들이 급성장했고, 고급 의자를 만드는 ‘시디즈’는 국내 의자업계 최초로 지난해 연간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디즈의 손태일 대표가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아왔던 자동차 시트 소재 업체들이 오늘날 성공의 바탕이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비행기의 최고급 좌석이 자동차 시트에 영향을 미치고, 자동차의 시트는 일반 의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 이동수단의 ‘좌석’이 호화롭게 바뀌고 있다. 그간 겉모습 꾸미기에만 치중했던 비행기, 자동차 등의 좌석이 점차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 대중적인 이동수단이 점차 고급화하면서 이동 중에도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좌석 중 제일은 단연 비행기 일등석이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인 ‘EQ900’나 올해 상반기 시범운행 예정인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모두 ‘비행기 일등석’을 닮은 좌석을 내세우고 있다.
대체 실제 일등석은 어떻기에?
비행기 일등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주변에서 막상 실제로 타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주 노선 왕복 기준으로 가격이 1000만 원 안팎인 수준이어서 사실상 대기업 고위 임원이나 자산가가 아니면 일반인은 평생 쉽게 타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가 실제 비행기 일등석과, 비행기 일등석을 본떠 만들었다는 좌석을 직접 체험하고 비교해 보기로 했다. 이 좌석들은 어떤 점이 특별한 걸까.
아, 비행기 일등석은 워낙 비싸서 정비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에서 체험했다. 물론 서비스는 없었다. 특급 서비스를 받을 순 없었지만 좌석 자체에 더 집중할 수는 있었다. 》
지난달 28일 본보 김성규 기자가 인천국제공항 인근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아시아나의 일등석인 ‘퍼스트 스위트’를 체험하고 있다. 널찍한 접이식 테이블과 여닫을 수 있는 슬라이딩 도어가 눈에 띈다.
일등석, 작은 방 속 소파에 앉아있는 듯한 기분
지난달 28일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격납고를 찾았다. 현존하는 최대 항공기인 A380 기종의 일등석에 앉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시아나 직원의 안내를 받아 정기점검을 위해 대기하던 A380에 올라타 아시아나의 일등석인 ‘퍼스트 스위트’에 조심스레 앉아봤다.
일등석에 생전 처음 앉아본 느낌은 ‘작은 방 속 소파’였다. 일등석에서 제일 눈에 띄었던 점은 좌석 그 자체보다 좌석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었다. 좌석을 앉은키보다 높은 가림막이 둘러싸고 있었고, 옆으로는 두 개의 슬라이딩 도어 형태의 자동문이 달려 있었다. 문을 닫고 좌석에 앉으면 마치 방처럼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비즈니스석도 앉는 각도와 좌석을 감싼 판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하긴 했지만 다른 승객의 시선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또 다른 점은 좌석의 넓이. 어깨 공간이 훨씬 넓어 소파에 앉는 듯했고 발을 놀릴 수 있는 공간도 넓었다. 비즈니스석도 좌석을 수평으로 눕힐 순 있지만 발을 두는 공간은 아무래도 좁았다. 설명을 들으니 좌석 길이가 80인치(203.2cm)에 이른다고 한다.
가장 놀란 것은 테이블과 모니터의 크기. 비즈니스석에 비해서도 테이블 크기는 훨씬 컸다. 노트북을 편 뒤 서류들을 주변에 쌓아둔 채 일하기에도 충분해 보이는 넓이였다. 대형 모니터는 대각선 81.28cm(32인치)의 고화질(HD) 모니터. 영화 볼 맛 나겠다 싶었다. 이 외에도 앉은 좌석과 발받침 사이 공간도 넓어 드나드는 게 훨씬 편한 것은 물론이고 간단한 체조도 가능할 듯싶었다. 비즈니스 좌석에서는 체조까지 하긴 힘들다.
또 몸이 닿는 손잡이나 머리받침 부분에 천연 가죽을 쓰고 인조 소재이긴 하지만 둘레가 나무 무늬 소재로 돼 있어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리모컨이 스마트폰처럼 세련된 모습이고 개인용 미니바 등 수납공간이 많았다. 서비스 시간별로 조명이 달라져 잘 때는 밤하늘의 별과 같은 모습이 된다고 한다. 디자인은 세계적 디자인 전문업체인 영국 ‘탠저린’이 맡았다고 한다. 여객기 좌석은 보통 에어버스나 보잉 등 항공기 제작업체가 아니라 전문 제작업체가 맡는데 국적 항공사의 일등석은 미국 ‘B/E 에어로스페이스’의 제품이다.
‘제네시스 EQ900’의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의 모습.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원하는 좌석 모드로 바꿀 수 있는 등 항공기 일등석을 본떠 만들었다. 이 시트는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땅 위로 내려온 일등석… 공통점과 차이점은
최근 “항공기 일등석 수준의 좌석을 갖췄다”고 내세우는 자동차가 등장했다. 바로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중에서도 최고급 세단인 ‘EQ900’와 올해 7월쯤 시범운행이 예정돼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바로 그 주인공. 실제 이 좌석들은 일등석과 무엇이 비슷하다는 걸까.
제네시스 EQ900는 ‘국산 럭셔리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당연히 시트에도 공을 들였는데, 운전석은 독일 척추건강협회가 인증한 ‘모던 에르고 시트’가 장착됐고 뒷좌석에는 최고급 선택품목으로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를 장착할 수 있다. 현대차는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에 대해 “최신형 항공기의 일등석을 분석하고 세계적인 명품 소파의 특장점을 더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진행된 EQ900 시승행사에서 체험해본 퍼스트클래스 VIP 시트는 분명 최상의 안락함을 주긴 하지만 사실 겉으로는 일등석과 비슷해 보이지 않았다. 일단 재질부터가 달랐다.
아시아나 일등석 시트는 95% 울(양모) 혼방 소재로 돼 있었다. 대부분의 시트커버가 90%대 울 혼방을 쓰고 있는데, 화재 시 잘 타지 않는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천연 가죽은 실제로 피부가 닿는 부분만 쓰고 있었다. 반면EQ900의 좌석은 전체가 천연 가죽이었다. 개인 취향이겠지만 소재만 보면 오히려 일등석보다 나은 듯싶기도 하다. 최고급 ‘내파 가죽’을 쓰는데, 이탈리아 명품 가죽 가공 브랜드 ‘파수비오’와 협업해 개발했고, 스티치는 고급 시트 브랜드인 오스트리아 ‘복스마크’와 공동 개발했다고 한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브랜드다.
앉은 느낌도 달랐다. EQ900의 뒷좌석이 등을 감싸주는 느낌이었다면 일등석은 평평하고 넓게 열려 있어 움직임이 좀 더 자유로웠다. 또 일등석 좌석은 180도 젖힐 수 있는 반면 EQ900의 뒷좌석은 최대 9도만 추가로 젖힐 수 있다. 9도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보통의 차 뒷좌석은 아예 고정돼 있는 걸 생각하면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이에 더해 엉덩이 받침 부분과 발받침이 동시에 앞으로 나오면서 승용차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몸을 기울일 수 있도록 했다.
EQ900 뒷좌석이 일등석과 같은 요소를 갖고 있는 건 오히려 편의기능 쪽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대표적인 것이 버튼 하나만 누르면 휴식, 독서, 영상 시청 등 다양한 모드로 좌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항공기 좌석이 취침 시나 식사할 때 맞는 좌석 위치를 버튼 하나로 자동으로 바꿔주는 것과 비슷하다. 아주 강하진 않지만 마사지 기능도 있다. 이에 더해 자동차임에도 뒷좌석에 모니터가 있다는 것, 움직이면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테이블이 설치된 점, 따로 독서등이 달려 있다는 점 등 일등석에서 누릴 수 있는 편의기능을 자동차에 최대한 옮겨놓은 듯하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 5월 시범차량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좌석 설계안(왼쪽 사진)과 조합이 참고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고급형버스의 내부 모습(오른쪽 위 사진). 이들 고급형 좌석은 모두 항공기의 일등석(오른쪽 아래 사진)과 같은 편안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아시아나항공 제공
‘좌석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동차는 바로 고속버스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이 준비 중인 이 버스는 기존 우등고속버스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좌석으로 손님들을 맞을 계획이다.
현재 외부 업체와 협의해 시범차량을 설계하는 단계에 있지만 구체적인 윤곽은 나온 상태다. 버스 한 대에 좌석 21개가 설치되는데, 최대 165도까지 눕힐 수 있어 거의 항공기 비즈니스석이나 일등석처럼 누워서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가림막이 있어 외부 시선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고, 게임 음악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시스템도 제공한다. 접이식 테이블은 기본이고 신발장, 옷걸이, 독서등에 와이파이까지 돼 무선인터넷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등석까지는 아니어도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상쾌한 공기를 유지하는 기능까지 장착한다고 한다. 새로운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5월 시범차량이 나오고 7, 8월 중 시범운행이 이뤄질 계획이다. 이젠 먼 지방출장의 피로가 조금 줄어들 것 같다.
국적 항공기, 내년 ‘프리미엄 이코노미’ 도입
좌석이 고급화하는 것은 목적지에서 즐겁게 지내기 위해선 이동 과정도 즐겁고 편안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부모님을 모시고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이모 씨(32·여)는 “8시간 정도 일반석에 앉아있다 보니 나도 피곤함이 느껴지는데 부모님은 오죽할까 싶었다”며 “여행은 비행기에 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족여행에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자니 가격을 보는 순간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름부터가 사업할 때나 쓸 수 있는 것처럼 ‘비즈니스’ 아닌가. 결국 웬만한 사람들은 일반석을 찾게 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국적 항공기에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이 도입될 예정이어서 선택의 폭이 좀 더 넓어질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내년에 새로 운항하는 차세대 항공기인 A350부터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도입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고급화한 일반석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은 일반석보다 약 50% 더 넓은 좌석 공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무료수하물 허용량이 더 많고 마치 비즈니스석처럼 환영음료 및 편의용품 증정 등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완전히 누울 수 있도록 좌석을 젖힐 수 있는 정도는 아니어도 옆과 앞뒤 간격이 더 넓어 발을 더 편하게 둘 수 있다. 델타항공, 캐세이패시픽, 루프트한자 등 외국 항공사에서는 운영하는 곳이 많지만 지금까진 국적 항공기에서는 볼 수 없었다.
이동수단의 좌석뿐만 아니라 일반 의자도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안마의자가 인기를 끌면서 ‘바디프랜드’ 등 업체들이 급성장했고, 고급 의자를 만드는 ‘시디즈’는 국내 의자업계 최초로 지난해 연간 100만 개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시디즈의 손태일 대표가 기아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네트워크를 쌓아왔던 자동차 시트 소재 업체들이 오늘날 성공의 바탕이 됐다는 점은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비행기의 최고급 좌석이 자동차 시트에 영향을 미치고, 자동차의 시트는 일반 의자에도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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