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인구에서 비만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미국이 높을까, 한국이 높을까. 육식과 인스턴트식품을 즐기는 미국일 것 같지만, 실제 비만을 판가름하는 체질량지수(BMI)를 들이대면 한국이 더 높다. 이러면 국내 비만기준이 적정한지 의문이 생길 만하다.
실제 국내 대학병원 연구팀이 BMI로 따진 국내 비만기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비만을 판별하는 국내 BMI 기준치가 너무 낮아 비만이 아닌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지나친 스트레스를 주고, 체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줘 불필요한 비만치료비를 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조정진 교수팀은 최근 대한의학회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국내 비만기준이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0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6017명(남성 2623명, 여성 3394명)의 키와 몸무게, BMI, 체지방률,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값)을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비만을 따질 때 활용되는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인종적 특성을 감안해 비만에 해당하는 BMI 기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지역과 세계 기준이 다르다. WHO 세계기준은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보는 반면, 우리나라는 25 이상으로 이보다 낮다.
조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BMI 25 이상인 국내 비만 인구는 남성 38.7%, 여성 28.1%로 남성의 경우 미국의 비만인구 비율보다 많았다.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 미국의 비만 인구는 남자 35.5%, 여자 33.4%다.
이렇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키 175㎝, 몸무게 77㎏인 성인 남성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비만이지만, 미국에 가면 비만이 아닌 과체중에 해당된다. 조 교수팀은 미국보다 한국의 비만인구가 많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비만 기준 수치가 낮은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세계비만 기준과 국내비만 기준의 수치 차이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평가하기 위해 ROC Cure 분석을 통해 BMI 기준치를 산출하고, 미국인을 대상으로 산출한 BMI와 비교했다. ROC Cure 분석에서 민감도와 특이도가 1에 가까울수록 진단검사의 정확도는 높다. 민감도는 환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양성으로 진단될 확률, 특이도는 질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 음성으로 진단될 확률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BMI 24.2(민감도 78%, 특이도 71%), 미국은 25.5(민감도 83%, 특이도 76%)로 우리나라 수치가 1.3 정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기존의 BMI 수치 5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004년에 BMI 비만기준이 인종별로 차이가 크지 않아 국제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WHO 권고를 뒷받침 할 수는 있는 내용”이라며 “아시아인 114만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비만연구에서 BMI가 22.8-27.5 사이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았다는 결과에 비춰볼 때 국내 비만기준 BMI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해 일본검진학회는 BMI 비만기준을 남자 27.7, 여자 26.1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처럼 국내 비만기준 BMI를 국제기준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면 사망률과 질병 발생위험이 낮은 경도비만 그룹들이 체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을 줄이고, 불필요하게 쓰이고 있는 비만치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비만 기준 BMI 수치를 27 정도로 상향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만 BMI가 27이하라도 이상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개인의 질병유무나 건강상태에 따라 식사, 운동, 행동수정을 포함한 비만관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기사 출처 : 코메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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