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6일 일요일

[포르투갈 신트라] 안갯속의 도시…아담과 이브도 걸었을까



포르투갈 리스본 근교 신트라에 위치한 무어인의 성채에서 바라본 신트라 전경.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신트라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도시 전경이 운치를 더한다.
이탈리아 로마, 페루 마추픽추, 포르투갈 포르투…. 세계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들이다. 숱한 여행지 중 굳이 이곳들을 꼽은 이유는 '비' 때문이다. 기자는 1년 내내 온난한 기후를 자랑하는 로마에서 비를 맞았고,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잉카 트레일을 걸었을 때도 우비를 뒤집어써야 했다. 평생 한 번 가기 어려울 수 있는 포르투에서도 비를 맞은 탓에 안개 속을 헤매야 했다.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기차로 45분가량 떨어진 신트라(Sintra). 과거 영국의 시인 바이런이 '위대한 에덴'이라고 묘사했던 곳이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신트라에서도 기자는 비를 피하지 못했다.

온몸이 흥건히 젖은 채 투덜거리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모든 이들이 가장 먼저 추천하는 '무어인의 성채.' 신트라역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인 이곳은 8세기 무어인들이 해발 450m 산 위에 지은 성이다. 1147년 포르투갈인들에게 점령된 성벽만 남은 이곳에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신트라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성벽 위를 걷다 보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일쑤다.

강한 바람을 맞으며 까마득한 성벽 아래를 내려다 보면 두 다리가 절로 후들거리지만 이곳에서 보이는 고요한 신트라 전경은 마치 '마약'과도 같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흔치 않은 절경에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풀린 채 신트라 관광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페나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린 시절 꿈꿨던 '동화 속의 성'이 눈앞으로 다가온다면 이곳일까. 파스텔톤의 단아한 붉은색, 노란색 외벽과 봉긋한 첨탑까지. 단아한 자태를 뽐내는 페나성이 안개에 뒤덮여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거 포르투갈 왕족들의 여름 별궁으로 사용됐던 곳답게 이슬람 양식, 고딕·마누엘·르네상스·바로크 양식 건축 기법이 총동원된 페나성은 성벽 곳곳에 장식된 아줄레주(포르투갈만의 독특한 타일 양식)가 더해져 더욱 우아함을 뽐낸다.

페나성벽에 올라 안개에 뒤덮인 산을 바라봤지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만 좋았다면 무어인의 성채와 신트라 전경이 한눈에 보였겠지만 이곳에서 느껴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설레임에 아쉬움이 어느새 사라졌다.

돌이켜 보니 신트라에서 맞은 비야말로 기대하지 않았던 선물이다. 안개가 드리워져 운치 있는 신트라 곳곳을 걷다 보니 절로 신선이 된 기분이다. 아쉬움 대신 '언젠가 화창한 신트라를 다시 찾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득 채우고 다음 여행지, 유럽 최서단 '호카곶(Cabo da Roca )'으로 향했다. 

■ 신트라서 40분 '호카곶'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 호카곶에서 바라본 대서양.
'이곳에서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 카몽이스는 신트라에서 버스로 40분 떨어진 '호카곶'에 발을 디딘 순간 느낀 감격을 이렇게 표현했다. 북위 38도 47분, 동경 9도 30분에 위치한 호카곶은 카몽이스의 시구에서 알 수 있든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이다. 땅의 끝이자 바다의 시작점인 이곳은 그야말로 황량하다.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이라고는 등대, 관광안내소, 기념비 정도가 전부다.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은 만큼 유럽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고개를 숙여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면 파도가 절벽을 때리며 뽀얀 거품을 만들어낸다. 파도 소리와 짭조름한 바다 내음에 취해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 일은 걷고 또 걸어도 결코 질리지 않는다. 유라시아 대륙 최서단인 만큼 이곳에서 찍는 사진 역시 각별하다.

관광안내소에서는 '유럽 최서단에 도착했다'는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큰 증명서는 11유로고, 작은 증명서는 5.6유로다. 호카곶 방문을 마친 관광객들은 두 가지 갈림길에 놓인다. 신트라를 거쳐 리스본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인근에 위치한 휴양지 카스카이스를 거쳐 리스본으로 가는 방법을 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신트라, 호카곶, 카스카이스를 하루 만에 돌아볼 수도 있다. 관광객들로부터 '지옥의 입'이라는 별명을 얻은 카스카이스의 해안 절벽 역시 기회가 되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다. 

<기사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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