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부르는 '체취 유전자' 있다]
주둥이옆 수염, 체취찾는 코역할… 숨속의 CO₂까지 탐지해 찾아가
새끼 못낳게 유전자 조작 등 각국, 모기 멸종계획 본격화
섭씨 20도를 훌쩍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도 일찌감치 등장했다. 사람에게 있어 모기는 '해충(害蟲)'의 대명사다. 밤마다 귓가를 맴돌며 잠을 못 이루게 하고, 물리면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일으킨다. 특히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에 가까운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말라리아와 동남아에 창궐하는 뎅기열을 옮기는 주범이다.
◇모기에 잘 물리는 팔자는 따로 있다
모기가 모든 사람의 피를 똑같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런던 열대의학 대학원 제임스 로건 교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유전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모기에 더 잘 물리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전적인 차이에 따른 모기의 선호도를 분석하기 위해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일란성 쌍둥이 18쌍과 이란성 쌍둥이 19쌍에게 모기가 들어 있는 튜브 안에 손을 넣도록 하자 유전적으로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들은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 형제·자매와 비슷했다. 반면 유전자가 50%만 일치하는 이란성 쌍둥이들은 물린 횟수가 자신의 쌍둥이와 20~50%가량 차이가 났다. 로건 교수는 "일란성 쌍둥이들만 모기에 물리는 횟수가 비슷하다는 것은 유전자에 모기를 끌어당기는 어떤 요소가 들어있다는 뜻"이라며 "사람 몸에서 나는 체취(體臭)와 관련된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체취에 따라 모기에 잘 물릴 수도, 덜 물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기는 어떻게 좋아하는 사람 냄새를 구분할까. 미국 UC리버사이드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셀'에 게재한 논문에서 "모기의 빨대처럼 생긴 주둥이 양 옆에 나 있는 수염이 사람의 몸 냄새를 구분하는 코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모기가 수염을 이용해 발 냄새가 나는 양말, 낡은 옷이나 사용한 침대 시트 등 사람의 체취가 배어 있는 물체만을 구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수염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사람의 냄새를 맡고 찾아가서 피를 빨아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모기의 수염은 사람이 내뿜는 숨 속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도 감지할 수 있다. 임산부나 덩치가 큰 사람, 술을 마시거나 방금 운동을 마친 사람 등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많기 때문에 모기가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모기 씨 말리기 본격화
일부 국가에서는 해로운 모기를 멸종시키려는 계획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정부는 올 여름 플로리다대에서 만든 '유전자 조작(GM) 모기'를 살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은 이미 지난해부터 GM 모기를 자연에 풀어놓고 있다. 이 모기는 새끼를 제대로 낳지 못하게 해 자연히 개체 수가 줄어들게 한 것이다.
GM 모기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모기의 생존에 꼭 필요한 유전자 중 일부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수컷 모기의 단백질을 조작하는 방법이다. 이 수컷 모기를 풀어놓으면 야생에 있는 암컷들과 짝짓기를 하고, 암컷이 알을 낳는다. 이 알은 부화는 되지만 유충 단계에서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죽는다.
두 번째 방법은 항생제의 일종인 '테트라사이클린'을 이용한다. 테트라사이클린을 복용해야만 살 수 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GM 수컷 모기는 자연 상태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 이들이 야생 암컷과 짝짓기를 해서 낳은 새끼 역시 테트라사이클린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에 곧 죽는다.
GM 모기의 효과는 확실하다. 플로리다대 연구팀이 지난해 GM 수컷 모기 330만 마리를 일부 지역에 풀어놓고 6개월간 실험한 결과, 전체 모기의 96%가 사라졌다. 하지만 GM 모기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모기는 사람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박쥐와 일부 새의 중요한 먹이다. 유전자가 조작된 모기를 먹은 동물에게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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