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모 씨(54)는 2012년 5월부터 사용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2’의 통신사 약정 계약(계약기간 2년)이 끝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새 제품으로 바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일 출퇴근길에 ‘신상’ 휴대전화 광고를 볼 때마다 혹하긴 하지만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로 보조금이 이전에 비해 줄어든 데다 신제품으로 바꿀 경우 통신비가 지금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월 3만4000원짜리 ‘올인원34’ 3G 요금제를 쓰고 있는 박 씨는 “‘갤럭시S6’를 사고 싶은데 보조금을 최대치로 받으려면 새로 나온 비싼 LTE 요금제로 바꿔야 한다고 하더라”며 “할부금까지 더하면 매달 요금이 10만 원이 넘는다고 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모 씨(23·여)도 이달 말로 ‘갤럭시S4’의 2년 약정 기간이 끝났지만 당분간 새 스마트폰으로 바꿀 계획은 없다. 이 씨는 “속도가 조금 느려진 것 외에는 쓰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고장이 잘 안 날뿐더러 고장 나더라도 애프터서비스(AS)가 잘되기 때문에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계속 쓸 것”이라고 했다.
○ 국내 스마트폰 4분의 1이 구형폰
1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각각 2011년 4월과 10월에 나온 ‘갤럭시S2’와 ‘갤럭시노트’를 쓰는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는 147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듬해인 2012년 나온 후속작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도 출시된 지 올해로 4년째이지만 여전히 525만1000여 명이 쓰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첫 제품으로 2010년 나온 ‘갤럭시S’를 아직 쓰는 사람도 22만2000여 명에 이른다. 2013년 4월 나온 ‘갤럭시S4’ 역시 지난달을 기점으로 초기 구매자들의 2년 약정이 속속 끝나고 있지만 이달 초 기준으로 360만 명 이상이 사용 중이다. 출시 만 2년이 지난 ‘구형 갤럭시’ 시리즈 사용자만 1056만3000여 명에 이르는 셈이다.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사에 가입된 스마트폰이 4000만 대 안팎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숫자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 시리즈와 LG전자 팬택 등 기타 제품까지 더하면 2년 넘은 폰을 쓰는 가입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첨단 경연장은 옛말… 단통법이 주된 원인
국내 전자업계에서는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테스트베드’로 불렸던 한국 시장의 명성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된 단통법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올해로 나온 지 3년이 지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의 사용자 수가 여전히 상당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전까지는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평균 교체 주기를 약정 할인 가입 기간인 2년으로 봤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 약정 기간에 관계없이 폰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해석했다.
매년 경쟁적으로 쏟아지는 각종 고사양 스마트폰에 소비자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신형 스마트폰의 기능은 날로 좋아지지만 돈을 주고 구입하는 소비자로서는 큰 감흥이 없어지는 한계효용 체감이 왔다는 분석이다. 애플 ‘아이폰5’를 쓰고 있는 직장인 김민정 씨(37·여)는 “‘아이폰6’를 살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곧 ‘아이폰6S’나 ‘아이폰7’이 나올 걸 알기 때문에 더이상 신상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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