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도시' 덴마크 코펜하겐
지난 1일, 제1기 '오마이뉴스 꿈틀 비행기'가 떴다. 행복 사회 덴마크를 돌아보며 행복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 안에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스태프를 포함한 32명의 참가자들은 인생 학교와 교육 단체,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흔적 등을 돌아봤다. 첫 번째 '꿈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의 단편을 나누고자 한다. - 기자말
덴마크에서 돌아온 다음 날은 휴일이었다.
'행복도시' 덴마크의 행복한 기운에 흠뻑 취해서 마음도 한껏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자전거도로가 있음에도 자전거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20~30여 명의 라이더들이 외제차의 에스코트를 받아가며 차로 하나를 점령하다시피 떼지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머무는 동안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풍경은 자전거를 타는 풍경이었다. 가수 '자전거탄 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그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너에게 난 해질녁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덴마크에 대한 안내를 받을 때, 그곳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도로에 서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
인도와 별 구분없는 자전거도로 일색인 도시, 설령 차로와 구분된 자전거도로가 있어도 불법주차한 차들로 막혀있어 불편했던 도시, 한강에 나가야만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서조차 쌩쌩 달리는 자전거의 위협을 느껴야 했던 도시, 국민의 혈세로 4대강 지역 여기저기 난립한 자전거도로가 있는 나라, 제법 비싼 자전거가 아니면 괜스레 위축되는 도시, 굳이 자전거를 탄다고 하지 않고 '라이딩'을 한다면서 복장까지도 완벽하게 갖추길 권하는 나라에서 살던 내게 '그런 안내'는 사실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생활의 일부' 그리고 '취미'
근본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덴마크에서 자전거는 그냥 '생활의 일부'다. 산악지대가 아니라 평지가 대부분인 덴마크는 우리나라에 비해 자전거 타기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을 게다. 거기에 검소한 국민성은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선호했을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기 좋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의 자전거도로뿐 아니라 자전거 보관소와 같은,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으면서 자전거는 덴마크인 생활의 일부가 됐을 것이다. 생활의 일부가 됐으니 자전거는 고급화를 지향하기보다는 편리성을 지향했을 것이다. 또 자전거가 출퇴근 교통수단이기도 하니 평상복을 입고 타는 데 익숙해졌을 것이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싣고 다녀야 하니, 짐받이나 바구니는 필수고,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장치들을 자전거에 연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취미로 자전거를 타게 될 경우는 생활로 자전거 타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자전거는 고급화되고, 동호회가 생기게 되고, 자전거용품까지도 고급화되고 특성화되는 성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등으로 인해 가격이 높은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치달았다. 자전거 타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비싼 자전거나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외제 자전거의 수요가 높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만을 위한 자전거도로
덴마크의 자전거도로는 오로지 자전거의 통행만을 위한 공간이다.
간혹 오토바이가 그곳을 함께 이용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극소수에 불과(자전거 100대에 1대꼴 정도?)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나라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굉음을 내며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있긴 했지만, 9일을 머무는 동안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수신호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전거 신호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멈추기 전에 손을 들어주고, 우회전이나 좌회전 시에 손으로 방향을 지시해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미리 자신의 진로를 알려줬다. 아예 생활로 자리 잡은 자전거 문화 덕분에 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것들을 몸에 익힌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인도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경우가 많고, 몇몇은 차로에 별도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법주차로 인해 오히려 차로로 비껴가다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조금만 더 연구하면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덴마크보다 우리나라가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불리한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언덕길이 많고, 이미 만들어진 도로에 별도로 자전거도로를 할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자전거의 생활화가 이뤄진 것도 아닌데 막대한 비용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자전거도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전거를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과 차량이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도로는 서로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편하고 당당하게 자전거를 즐기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를 돌아봤다.
일단 자전거도로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신호체계가 분명해 혼란스럽지 않았다. 다들 평상복을 입고 있으니 그냥 청바지를 입은 채로 자전거를 타도 어색하지 않았다. 자전거는 3단 자전거였다. 평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지간하면 21단 자전거를 권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자전거는 평범했다.
눈에 띄는 자전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들과 다른 것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화가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이 다른 삶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화가 그들에겐 충만한 듯하다.
그들에게 "행복하냐?"라고 물으면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술술 풀어놨다. 그러다가 "혹시 걱정되는 일이나 불안한 일은 있냐?"라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즉답을 못했다. "글쎄요. 왜 걱정거리가 있어야 하죠?" 이런 대답 앞에 오히려 당황해야 했다.
그들의 자전거 타기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우리네 자전거 타기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개개인의 변화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이참에 바구니와 짐받이가 달린 수수한 3단 자전거를 하나 마련해서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겠다.
지난 1일, 제1기 '오마이뉴스 꿈틀 비행기'가 떴다. 행복 사회 덴마크를 돌아보며 행복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이 우리 안에도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스태프를 포함한 32명의 참가자들은 인생 학교와 교육 단체, 덴마크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의 흔적 등을 돌아봤다. 첫 번째 '꿈틀 비행기'에 탑승한 것은 행운이다. 그 행운의 단편을 나누고자 한다. - 기자말
▲ 자전거를 타는 아이 페달도 없는 자전거를 경사를 이용해서 타고 있다. |
ⓒ 김민수 |
덴마크에서 돌아온 다음 날은 휴일이었다.
'행복도시' 덴마크의 행복한 기운에 흠뻑 취해서 마음도 한껏 넓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자전거도로가 있음에도 자전거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20~30여 명의 라이더들이 외제차의 에스코트를 받아가며 차로 하나를 점령하다시피 떼지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머무는 동안 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풍경은 자전거를 타는 풍경이었다. 가수 '자전거탄 풍경'의 노래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을 나도 모르게 읊조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그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
'너에게 난 해질녁 노을처럼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덴마크에 대한 안내를 받을 때, 그곳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자전거도로에 서 있는 것'이라고 들었다.
인도와 별 구분없는 자전거도로 일색인 도시, 설령 차로와 구분된 자전거도로가 있어도 불법주차한 차들로 막혀있어 불편했던 도시, 한강에 나가야만 제대로 된 자전거 도로를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서조차 쌩쌩 달리는 자전거의 위협을 느껴야 했던 도시, 국민의 혈세로 4대강 지역 여기저기 난립한 자전거도로가 있는 나라, 제법 비싼 자전거가 아니면 괜스레 위축되는 도시, 굳이 자전거를 탄다고 하지 않고 '라이딩'을 한다면서 복장까지도 완벽하게 갖추길 권하는 나라에서 살던 내게 '그런 안내'는 사실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생활의 일부' 그리고 '취미'
▲ 덴마크 자전거 풍경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들이 신호대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 |
ⓒ 김민수 |
근본적인 차이는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덴마크에서 자전거는 그냥 '생활의 일부'다. 산악지대가 아니라 평지가 대부분인 덴마크는 우리나라에 비해 자전거 타기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었을 게다. 거기에 검소한 국민성은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선호했을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기 좋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이렇게 도시의 자전거도로뿐 아니라 자전거 보관소와 같은, 자전거를 타는 데 필요한 것들이 적재적소에 자리 잡으면서 자전거는 덴마크인 생활의 일부가 됐을 것이다. 생활의 일부가 됐으니 자전거는 고급화를 지향하기보다는 편리성을 지향했을 것이다. 또 자전거가 출퇴근 교통수단이기도 하니 평상복을 입고 타는 데 익숙해졌을 것이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로 싣고 다녀야 하니, 짐받이나 바구니는 필수고, 필요에 따라 이런저런 장치들을 자전거에 연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취미로 자전거를 타게 될 경우는 생활로 자전거 타기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자전거는 고급화되고, 동호회가 생기게 되고, 자전거용품까지도 고급화되고 특성화되는 성향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등으로 인해 가격이 높은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치달았다. 자전거 타기에 그다지 필요 없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비싼 자전거나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외제 자전거의 수요가 높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전거만을 위한 자전거도로
▲ 덴마크 자전거문화 자전거를 다양하게 변형시켜서 타고 다닌다. |
ⓒ 김민수 |
덴마크의 자전거도로는 오로지 자전거의 통행만을 위한 공간이다.
간혹 오토바이가 그곳을 함께 이용하기도 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극소수에 불과(자전거 100대에 1대꼴 정도?)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나라 오토바이 폭주족처럼 굉음을 내며 거리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도 있긴 했지만, 9일을 머무는 동안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수신호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전거 신호를 지키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멈추기 전에 손을 들어주고, 우회전이나 좌회전 시에 손으로 방향을 지시해 뒤따라 오는 이들에게 미리 자신의 진로를 알려줬다. 아예 생활로 자리 잡은 자전거 문화 덕분에 이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것들을 몸에 익힌 것 같았다.
▲ 자전거보관 역주변의 자전거보관소에는 자전거로 넘쳐난다. |
ⓒ 김민수 |
우리나라는 인도에 자전거도로가 있는 경우가 많고, 몇몇은 차로에 별도로 자전거도로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법주차로 인해 오히려 차로로 비껴가다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조금만 더 연구하면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덴마크보다 우리나라가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불리한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언덕길이 많고, 이미 만들어진 도로에 별도로 자전거도로를 할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자전거의 생활화가 이뤄진 것도 아닌데 막대한 비용을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자전거도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자전거를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 지금처럼 사람과 차량이 함께 사용하는 자전거도로는 서로를 위험에 노출시킨다.
편하고 당당하게 자전거를 즐기자
▲ 덴마크 자전거 문화 자전거 앞의 바구니 등 필요한 부품들을 달아놨다. |
ⓒ 김민수 |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를 돌아봤다.
일단 자전거도로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신호체계가 분명해 혼란스럽지 않았다. 다들 평상복을 입고 있으니 그냥 청바지를 입은 채로 자전거를 타도 어색하지 않았다. 자전거는 3단 자전거였다. 평지의 영향도 있겠지만 어지간하면 21단 자전거를 권하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대부분의 자전거는 평범했다.
눈에 띄는 자전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들과 다른 것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화가 아니라, 그냥 자기 자신이 다른 삶을 추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문화가 그들에겐 충만한 듯하다.
그들에게 "행복하냐?"라고 물으면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도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술술 풀어놨다. 그러다가 "혹시 걱정되는 일이나 불안한 일은 있냐?"라고 물으면 공통적으로 즉답을 못했다. "글쎄요. 왜 걱정거리가 있어야 하죠?" 이런 대답 앞에 오히려 당황해야 했다.
그들의 자전거 타기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우리네 자전거 타기도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시스템의 변화뿐 아니라 개개인의 변화가 더해져야 할 것이다. 이참에 바구니와 짐받이가 달린 수수한 3단 자전거를 하나 마련해서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겠다.
▲ 자전거 그곳에서 만난 자전거들은 하나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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