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사람들은 나름대로 숙취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 민간요법을 꾸준히 개발해 왔다. 그림은 프랑스 화가 토마 쿠튀르의 ‘가장무도회 뒤의 만찬’(1855).
녹차를 사발로 들이켜든 더운 물로 샤워를 하든 각자가 효과적이라고 믿는 숙취 해소법이 있다. 알카셀처(숙취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진통제)와 비싼 해독주스가 나오기 까마득히 오래 전 고대인들도 숙취해소를 위한 민간요법을 개발했다.
지난 4월 말 ‘옥시링쿠스 파피루스’(영국 옥스포드대학 새클러 도서관에 소장된 고대 파피루스 사본)에서 고대 이집트인이 이상하지만 효능이 입증된 숙취해소법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월계수 잎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거는 방법이다. 이 식물이 실제로 숙취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뉴스가 보도한 대로 이런 목걸이가 전통적으로 뛰어난 학자나 운동선수에게 수여됐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이집트인은 승리에 대한 환상으로 숙취를 몰아낼 수 있다고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역사를 훑어보면 이보다 더 희한한 숙취해소법도 많았다. 중세에는 날 장어가 인기였고 1600년대의 일부 화학자들은 말린 독사를 최고로 쳤다. 역사 속 황당한 숙취해소법을 소개한다.
1 토끼 똥
머리가 욱신거리는 두통으로 잠에서 깨어나 토끼 배설물 한 컵을 들이켜는 기분이 어떨까? 미국 개척 시대 서부의 카우보이들이 애용하던 숙취해소법이다. 술을 마실 때 체내에서 빠져나가는 포타슘 등 중요한 영양소와 염분이 토끼 똥에 들어있다는 생각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냄새가 고약한 토끼 똥보다는 맛있는 바나나를 먹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2 양배추
고대인은 양배추를 삶아서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양배추에는 간의 알코올 대사를 돕는 광물질들이 들어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렌은 양배추 잎으로 머리를 감싸는 것이 성가신 숙취를 몰아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3 땀으로 입안 헹구기
땀을 흘리면 몸에서 독소를 빼내는 데 도움이 되고 걸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BBC 보도에 따르면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은 운동한 뒤 자신의 몸에 흐르는 땀을 핥아 입안을 헹군 뒤 뱉어내면 독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들은 땀으로 입안을 헹군다는 생각만으로도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역겨울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4 날 장어
중세 사람들은 날 장어를 숙취 해소에 이용했다. 날 장어가 맛있는 횟감이라서가 아니다. 당시 유럽의 의사들은 날 장어가 사람 뱃속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나서 숙취를 일으키는 알코올 잔류물을 빨아먹는다고 믿었다.
5 부엉이 알
고대 로마의 작가이자 과학자였던 플라이니 디 엘더(Pliny the Elder, 미국에선 이 이름의 맥주가 최고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는 희한한 숙취해소법을 제시했다. 그는 과음한 후 부엉이 알 2개를 먹으면 숙취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다지 신통한 방법처럼 들리진 않을지 모르지만 플라이니만 이 비법을 믿었던 건 아니다. 뉴잉글랜드 지방의 유명한 숙취해소용 음료 프레리 오이스터(Prairie Oyster)에는 달걀 노른자와 우스터소스, 셀러리 솔트(셀러리 씨앗을 갈아서 소금을 섞어 만든 조미료), 그리고 소금과 후추가 들어간다. 한 잔 쭉 들이켜 보자.
6 한바탕 울기
숙취에 따르는 공허하고 끔찍한 기분을 느껴봤는가? 영국 작가 킹슬리 에이미스는 저서 ‘술에 관하여(On Drink)’(1972)에서 ‘물리적 숙취’의 치료보다 ‘형이상학적 숙취’ 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울함과 슬픔, 불안, 자기혐오, 실패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합쳐진 복잡한 감정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결책은 카타르시스다. 그는 “한바탕 울거나 ‘실락원’의 마지막 장면 같은 글을 읽거나 지붕 없는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동안 하늘을 날 것”을 추천했다. “물론 경비행기의 조종은 숙취가 없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7 레몬즙을 겨드랑이에
일부 푸에르토리코인이 술을 마실 때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쓰는 방법이다. 술을 마시러 가기 전에 라임이나 레몬 같은 감귤류를 얇게 썰어 술잔을 자주 드는 쪽 팔의 겨드랑이에 문지른다.
8 말린 독사와 해골
17세기 영국 의사 조너선 고다드는 섬뜩한 숙취 해소용 음료를 개발했다. ‘고다드의 물방울(Goddard’s Drops)’이라고 불리는 이 음료에는 말린 독사와 암모니아, 교수형으로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의 해골이 들어간다. 고다드의 물방울이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유를 충분히 알 만하지 않은가?
9 숯 검댕
과음한 다음날 아침엔 뱃속에 콜타르가 가득 든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위에 벽난로에서 방금 긁어낸 재의 검댕을 뿌리면 어떨까? 1800년대 영국인은 그런 방법을 이용했다. 그들은 따뜻한 우유에 검댕을 넣어서 마시면 발열과 오한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나쁜 생각은 아닌 듯하다. 활성 목탄은 소화보조제로도 쓰이고 독소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다고 입증됐으니 말이다.
10 말린 황소 음경
시칠리아 사람은 과음한 다음날 정력 회복을 위해 말린 황소 음경을 통째로 먹는다.
11 해장술
‘hair of the dog’이라는 영어 표현은 1546년 이후 ‘숙취 해소를 위해 마시는 해장술’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이 표현은 중세 사람들이 개에 물렸을 때 물린 자리에 그 개의 털을 올려놓으면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던 데서 유래했다. 숙취 해소에 술이 도움이 된다거나 개털로 광견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술 먹을 핑계를 찾는 사람들에겐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기사 출처 :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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