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20대 신입 여직원에게 속옷만 입은 사장이 사무실 문을 잠그고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면서 불쾌한 요구까지 했습니다.
결국 사장은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판결이 이렇게 날 수 있나? 어제 이 뉴스가 종일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로 계신 천정아 변호사와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천 변호사님 나와 계시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이번 판결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입장에서 지켜보셨어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최근에 성폭력에 대한 국민 법 감정이라든가 과거에 비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일부 후퇴한 판결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후퇴한 판결이다.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짚어봐야겠습니다. 여직원이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신입사원이었다면서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맞습니다. 2013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이고요. 피고인이 업무 관련 교육을 시켜주겠다면서 여직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장에 데려갔는데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까 문을 잠가라, 라고 해서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문을 잠그게 하고 그 다음에 더우니까 나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트렁크 팬티만 입은 상태에서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반바지로 갈아입겠다고 하고 속옷만 입은 채로 앉아 있었다는 말인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교육은 하긴 했어요. 교육은 하긴 했는데요. 교육이 끝나고 나서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자 하면서 고스톱을 쳤고요.
▷ 한수진/사회자:
고스톱을 치자?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자기가 이기니까 여직원한테 다리 주물러라, 라고 시켰고요. 여직원이 다리를 주무르니까 다리 말고 다른 데도 주물러라, 다른 곳도 주물러라, 하는 말도 하기도 했고요. 또 한쪽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 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피고인을 강제추행죄로 기소한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리를 그 사장이 자기의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는 거죠?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문을 잠근 사무실에서. 단 둘이. 그것도 속옷만 입은 상사가, 사장이?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면서 자신의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에 올렸다. 상식적으로 봐도 누가 봐도 성추행 아닌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그렇게 볼 수 있죠. 그래서 1심 법원에서는요, 피고인 행위가 강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고요. 피고인이 반성하는 기색도 부속하고 피해자하고 관계를 고려했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요. 성폭력 치료 강의도 80시간 수강하도록 그렇게까지 경고한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1심의 판결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이 정도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라면 집행유예 정도는 선고됩니다. 1심 판결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1심에서는 유죄, 2심은 뒤집어서 무죄 판결이 나온 거죠? 그리고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판결이 바뀐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2심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무죄 판결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강제추행죄라는 게 폭행 협박을 가해서 사람을 추행해서 성립하는 죄이고 그때 폭행 협박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으로 보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여직원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만지는 그런 신체 접촉을 한 건 아니고 단지 여직원의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놓은 건 있는데 이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요. 두 번째는 이 여직원이 내기 고스톱을 해서 다리를 주무르게 된 경위라든가 실제로 피고인이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에 올려놓기 전까지 여직원이 계속 다리를 주물러 줬거든요. 그런 내용을 봤을 때 단순히 다리를 올린 행동이 기습 추행으로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해서 무죄 판결을 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너무 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라든가 당시의 상황을 무시한 굉장히 추행이라는 단어, 폭행 협박의 의미, 거기에만 집중한 법 감정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강제 추행이라는 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이면서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거든요. 정말 단순히 다리 위에 자기의 다리를 올린다든가 허리나 어깨를 만진다든가 하는 행위 자체도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어요. 특히나 이 사건은 피해자나 피고인의 관계를 봤을 때 이제 입사한 지 1주일 밖에 안 된 여직원이었고, 교육을 받기 위해서 온 자리였어요. 자신의 사장님이었고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장님이 다리를 주물러라 하는 걸 거부할 수 없었을 거고요. 다리를 그렇게 갑자기 자기의 다리 위에 올려놨는데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날 수도 없었을 거고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폭행과 협박은 없었다고 해도 사장과 부하 직원의 관계가 일종의 직장 내 권력의 서열관계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강압과 협박이 성립될 수는 없는 건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그래서 폭행 협박으로 강제추행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에 보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는 규정이 있거든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같은 경우는 폭행 협박까지는 필요 없고요. 업무나 고용 관계 이런 걸로 인해서 자기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서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거든요. 이 사건의 경우도 두 사람의 신분 차이라든가 지위 이런 걸 봤을 때는 충분히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이 가능한 사건이 아니었나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적용된 판례도 그동안 있었습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일반 헌법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죄가 없었어요. 규정 자체가 없었는데요. 성폭력 특례법에서 규정을 새로 만듦으로써 이 규정으로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재판부 같은 경우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거고.
강제성와 추행의 범위 어떤가요? 사법부와 일반인의 시각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사실 하급심 법원들은 젊은 판사님들은 성인 감수성이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고요. 이런 사건에 대해 강제추행죄 인정도 하는 편인데요. 이상하게 상급심으로 올라가면 강제추행이나 강간에서 말하는 폭행 협박의 개념을 굉장히 좁게 봐서요.
▷ 한수진/사회자:
그동안의 판례를 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간혹 종종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하급심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판사님들이 좀 젊다 보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대해서 감수성이 다를 수 있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반적인 상식과도 많이 어긋나는 것 같아서요. 변호사님도 추행은 상대방 동의 없이 수치심 느끼게 하는 스킨십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이렇게 보고 계시는 거죠?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그럼요. 직접적인 스킨십이 있는 이상 상대방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면 당연히 강제추행으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면 다른 혐의는 적용할 수는 없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이번 같은 경우는 검사가 단순히 헌법상의 강제추행죄로 기소한 사건인데요. 성폭력 특례법상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기소를 했다면, 2심에서 이렇게 쉽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께서는 그동안 다수의 성폭행 피해자들 변호해 오셨을 테니까요. 이런 질문도 한번 여쭤봐야겠습니다.어떻습니까. 사법부가 그동안 성 범죄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가, 하는 비판 여론도 있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과거에 비해서 사실 언론도 그렇고 일반 법 감정도 그렇고 성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요. 처벌에 대한 의지도 강해지고, 성인들 감수성도 굉장히 높아졌는데요. 그것에 비해서는 사법부가 아직까지는 그 정도로 따라가 주지는 못하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그 반대로 너무 여론이나 일반인들이 성폭력에 대해서 감정이 안 좋고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사법부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처벌함에 있어서 유무죄 판단을 함에 있어서 더 강경하고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반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추행과 성폭력과 관련된 법률 혹시 개정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지금 사실 성희롱이 성폭행과 구별되어서 형사 처벌이 안 되거든요. 성희롱의 경우는 성추행과 강제추행과 가장 큰 차이가 직접적인 스킨십이 없는 경우예요. 단순히 말로만 성적 농담을 했다든가 그런 경우는 강제추행은 되지 않고 성희롱에만 해당되는데요. 성희롱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닙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위자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런 직장 내에서라든가 성적 농담 같은 성희롱이 만연하다면 거기서 강제추행까지 나아갈 수 있거든요. 경계선이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고요. 이런 성희롱까지 좀 더 엄하게 엄격하게 처벌하는 그런 식의 개정 방안은 어떤가,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면도 한번 꼭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님, 이 여직원 민사소송은 제기할 수 있습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물론 강제추행죄가 무죄 판결이 확정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려놨다든가 하는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요. 충분히 성희롱으로 내지는 그 부분에 관한 불법 행위로 보아서 손해배상 청구,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직원이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하는 생각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로 계신 천정아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기사 출처 : SBS뉴스>
20대 신입 여직원에게 속옷만 입은 사장이 사무실 문을 잠그고 다리를 주무르라고 시키면서 불쾌한 요구까지 했습니다.
결국 사장은 강제 추행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는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어떻게 판결이 이렇게 날 수 있나? 어제 이 뉴스가 종일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좀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로 계신 천정아 변호사와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천 변호사님 나와 계시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이번 판결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하던데요. 어떤 입장에서 지켜보셨어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최근에 성폭력에 대한 국민 법 감정이라든가 과거에 비해서 성인지 감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일부 후퇴한 판결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후퇴한 판결이다.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짚어봐야겠습니다. 여직원이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신입사원이었다면서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맞습니다. 2013년 8월에 있었던 사건이고요. 피고인이 업무 관련 교육을 시켜주겠다면서 여직원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사업장에 데려갔는데 손님이 올 수도 있으니까 문을 잠가라, 라고 해서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문을 잠그게 하고 그 다음에 더우니까 나 반바지로 갈아입어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트렁크 팬티만 입은 상태에서 있었고요.
▷ 한수진/사회자:
반바지로 갈아입겠다고 하고 속옷만 입은 채로 앉아 있었다는 말인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교육을 시켜주겠다고 했는데?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교육은 하긴 했어요. 교육은 하긴 했는데요. 교육이 끝나고 나서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자 하면서 고스톱을 쳤고요.
▷ 한수진/사회자:
고스톱을 치자?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자기가 이기니까 여직원한테 다리 주물러라, 라고 시켰고요. 여직원이 다리를 주무르니까 다리 말고 다른 데도 주물러라, 다른 곳도 주물러라, 하는 말도 하기도 했고요. 또 한쪽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 위에 올려놨습니다. 그래서 검찰이 피고인을 강제추행죄로 기소한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리를 그 사장이 자기의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 위에 올려놓기도 했다는 거죠?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문을 잠근 사무실에서. 단 둘이. 그것도 속옷만 입은 상사가, 사장이?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여직원에게 다리를 주무르라면서 자신의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에 올렸다. 상식적으로 봐도 누가 봐도 성추행 아닌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그렇게 볼 수 있죠. 그래서 1심 법원에서는요, 피고인 행위가 강제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고요. 피고인이 반성하는 기색도 부속하고 피해자하고 관계를 고려했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 그런 이유로 해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요. 성폭력 치료 강의도 80시간 수강하도록 그렇게까지 경고한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1심의 판결은 적절했다고 보십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이 정도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성인인 경우라면 집행유예 정도는 선고됩니다. 1심 판결은 적절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1심에서는 유죄, 2심은 뒤집어서 무죄 판결이 나온 거죠? 그리고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판결이 바뀐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2심 판결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무죄 판결을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강제추행죄라는 게 폭행 협박을 가해서 사람을 추행해서 성립하는 죄이고 그때 폭행 협박은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일 것으로 보는데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여직원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만지는 그런 신체 접촉을 한 건 아니고 단지 여직원의 다리 위에 자신의 다리를 올려놓은 건 있는데 이게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협박으로는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고요. 두 번째는 이 여직원이 내기 고스톱을 해서 다리를 주무르게 된 경위라든가 실제로 피고인이 다리를 여직원 허벅지에 올려놓기 전까지 여직원이 계속 다리를 주물러 줬거든요. 그런 내용을 봤을 때 단순히 다리를 올린 행동이 기습 추행으로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해서 무죄 판결을 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변호사님 의견은 어떠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너무 이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라든가 당시의 상황을 무시한 굉장히 추행이라는 단어, 폭행 협박의 의미, 거기에만 집중한 법 감정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시는 거예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강제 추행이라는 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이면서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거든요. 정말 단순히 다리 위에 자기의 다리를 올린다든가 허리나 어깨를 만진다든가 하는 행위 자체도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어요. 특히나 이 사건은 피해자나 피고인의 관계를 봤을 때 이제 입사한 지 1주일 밖에 안 된 여직원이었고, 교육을 받기 위해서 온 자리였어요. 자신의 사장님이었고요.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사장님이 다리를 주물러라 하는 걸 거부할 수 없었을 거고요. 다리를 그렇게 갑자기 자기의 다리 위에 올려놨는데 화를 내면서 벌떡 일어날 수도 없었을 거고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강제 추행이 될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폭행과 협박은 없었다고 해도 사장과 부하 직원의 관계가 일종의 직장 내 권력의 서열관계잖아요. 그것만으로도 강압과 협박이 성립될 수는 없는 건가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그래서 폭행 협박으로 강제추행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10조에 보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는 규정이 있거든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같은 경우는 폭행 협박까지는 필요 없고요. 업무나 고용 관계 이런 걸로 인해서 자기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서 위계나 위력으로 추행한 경우도 처벌하고 있거든요. 이 사건의 경우도 두 사람의 신분 차이라든가 지위 이런 걸 봤을 때는 충분히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처벌이 가능한 사건이 아니었나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적용된 판례도 그동안 있었습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일반 헌법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죄가 없었어요. 규정 자체가 없었는데요. 성폭력 특례법에서 규정을 새로 만듦으로써 이 규정으로 기소가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재판부 같은 경우는 인정하지 않았다는 거고.
강제성와 추행의 범위 어떤가요? 사법부와 일반인의 시각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요.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사실 하급심 법원들은 젊은 판사님들은 성인 감수성이 과거에 비해 높은 편이고요. 이런 사건에 대해 강제추행죄 인정도 하는 편인데요. 이상하게 상급심으로 올라가면 강제추행이나 강간에서 말하는 폭행 협박의 개념을 굉장히 좁게 봐서요.
▷ 한수진/사회자:
그동안의 판례를 봐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간혹 종종 있었죠.
▷ 한수진/사회자:
하급심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판사님들이 좀 젊다 보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 한수진/사회자:
성희롱이나 성추행이나 성폭행에 대해서 감수성이 다를 수 있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반적인 상식과도 많이 어긋나는 것 같아서요. 변호사님도 추행은 상대방 동의 없이 수치심 느끼게 하는 스킨십에 대해서는 처벌해야 한다고 이렇게 보고 계시는 거죠?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그럼요. 직접적인 스킨십이 있는 이상 상대방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성적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면 당연히 강제추행으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강제추행죄로 처벌할 수 없다면 다른 혐의는 적용할 수는 없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이번 같은 경우는 검사가 단순히 헌법상의 강제추행죄로 기소한 사건인데요. 성폭력 특례법상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으로 기소를 했다면, 2심에서 이렇게 쉽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께서는 그동안 다수의 성폭행 피해자들 변호해 오셨을 테니까요. 이런 질문도 한번 여쭤봐야겠습니다.어떻습니까. 사법부가 그동안 성 범죄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닌가, 하는 비판 여론도 있었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과거에 비해서 사실 언론도 그렇고 일반 법 감정도 그렇고 성폭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요. 처벌에 대한 의지도 강해지고, 성인들 감수성도 굉장히 높아졌는데요. 그것에 비해서는 사법부가 아직까지는 그 정도로 따라가 주지는 못하는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그 반대로 너무 여론이나 일반인들이 성폭력에 대해서 감정이 안 좋고 그러다 보니까 오히려 사법부에서는 성폭력 범죄를 처벌함에 있어서 유무죄 판단을 함에 있어서 더 강경하고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반 국민 법 감정에 반하는 판결들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추행과 성폭력과 관련된 법률 혹시 개정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지금 사실 성희롱이 성폭행과 구별되어서 형사 처벌이 안 되거든요. 성희롱의 경우는 성추행과 강제추행과 가장 큰 차이가 직접적인 스킨십이 없는 경우예요. 단순히 말로만 성적 농담을 했다든가 그런 경우는 강제추행은 되지 않고 성희롱에만 해당되는데요. 성희롱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닙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위자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형사 처벌의 대상은 아니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이런 직장 내에서라든가 성적 농담 같은 성희롱이 만연하다면 거기서 강제추행까지 나아갈 수 있거든요. 경계선이 애매모호한 부분도 있고요. 이런 성희롱까지 좀 더 엄하게 엄격하게 처벌하는 그런 식의 개정 방안은 어떤가, 그런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면도 한번 꼭 논의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님, 이 여직원 민사소송은 제기할 수 있습니까?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네. 물론 강제추행죄가 무죄 판결이 확정이 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다리를 허벅지 위에 올려놨다든가 하는 사실 관계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된 내용이 있기 때문에요. 충분히 성희롱으로 내지는 그 부분에 관한 불법 행위로 보아서 손해배상 청구, 위자료 청구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직원이 얼마나 충격이 컸을까, 하는 생각 충분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천정아 여성변호사회 이사: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로 계신 천정아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기사 출처 : SBS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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