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파경, 씁쓸한 뒷모습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당했어요. 이 결혼 무효로 해주세요, 재판장님!”
12년 전 협의이혼한 김모 씨(71)가 또다시 이혼 법정에 섰다. 재결합한 A 씨(59·여)와 두 번째 이혼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전처와 헤어진 뒤 1978년 A 씨와 재혼했지만, A 씨가 남몰래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연분을 맺은 사실을 알고 2002년 한 차례 이혼했다.
법적으로는 남남이 됐지만 24년을 함께 산 부부의 연은 질겼다. A 씨는 300억 원 가까이 되는 김 씨의 재산을 염두에 두고 장남 김모 씨(36)를 시켜 이듬해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이혼 후 충남 아산에서 거주하던 김 씨도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A 씨의 집에 올라와 손주들을 보며 지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A 씨가 김 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면서 수시로 다퉜고 결국 다시 법원 문을 두드렸다. 김 씨는 A 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고, A 씨도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중에는 자녀들끼리 주식지분 등 재산분할을 놓고 서로 편을 갈라 부모 중 어느 한쪽을 거들고 나섰다. 법정에 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훈수하는 장남이 A 씨는 못마땅했고, 부부갈등으로 시작한 가족갈등은 깊어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수영)는 혼인 무효는 받아들이지 않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이 판결로 A 씨에게 부동산 지분 40%와 재산 분할금 13억여 원 등 총 121억 원 상당의 재산을 떼 주게 됐다.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해 온 중년과 노년 부부의 ‘황혼이혼’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자녀가 이혼을 부추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자식들끼리 편을 나눠 부모 중 어느 한쪽에 붙어 재산분할 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막후에서 이혼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표면상으론 노부부의 황혼이혼이지만 실제로는 자녀들의 치열한 사전 상속 분쟁이 적지 않다”며 “조정(협의이혼)이나 이혼 소송 진행 중에 종종 자식들이 함께 법정에 동행해서 부모에게 훈수를 두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지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장남을 편애하는 아버지 대 어머니와 나머지 자녀 연합군 간의 대결 구도다. 서울 서초동의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장남 앞으로 재산을 모두 물려주려고 하면 어머니가 ‘다른 자녀들에게도 나눠주자’고 반기를 든다. 부부 갈등이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장성한 자녀들이 있는 한 황혼이혼은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싸움의 형태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은다. 가사전문법관을 지낸 법무법인 지우 이현곤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부모 자식이 서로의 인생에 관여하는 문화권에서 황혼이혼은 연로한 부모가 혼자 결심하기 쉽지 않다”며 “부모들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녀들의 의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자녀들은 황혼이혼의 준당사자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당했어요. 이 결혼 무효로 해주세요, 재판장님!”
12년 전 협의이혼한 김모 씨(71)가 또다시 이혼 법정에 섰다. 재결합한 A 씨(59·여)와 두 번째 이혼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 씨는 전처와 헤어진 뒤 1978년 A 씨와 재혼했지만, A 씨가 남몰래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연분을 맺은 사실을 알고 2002년 한 차례 이혼했다.
법적으로는 남남이 됐지만 24년을 함께 산 부부의 연은 질겼다. A 씨는 300억 원 가까이 되는 김 씨의 재산을 염두에 두고 장남 김모 씨(36)를 시켜 이듬해 다시 혼인신고를 했다. 이혼 후 충남 아산에서 거주하던 김 씨도 주말마다 서울에 있는 A 씨의 집에 올라와 손주들을 보며 지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A 씨가 김 씨의 여자관계를 의심하면서 수시로 다퉜고 결국 다시 법원 문을 두드렸다. 김 씨는 A 씨를 상대로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서울가정법원에 냈고, A 씨도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두 사람의 이혼 소송 중에는 자녀들끼리 주식지분 등 재산분할을 놓고 서로 편을 갈라 부모 중 어느 한쪽을 거들고 나섰다. 법정에 아버지를 모시고 나와 훈수하는 장남이 A 씨는 못마땅했고, 부부갈등으로 시작한 가족갈등은 깊어졌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판사 이수영)는 혼인 무효는 받아들이지 않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김 씨는 이 판결로 A 씨에게 부동산 지분 40%와 재산 분할금 13억여 원 등 총 121억 원 상당의 재산을 떼 주게 됐다.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해 온 중년과 노년 부부의 ‘황혼이혼’이 지난 5년간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자녀가 이혼을 부추기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자식들끼리 편을 나눠 부모 중 어느 한쪽에 붙어 재산분할 시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 막후에서 이혼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표면상으론 노부부의 황혼이혼이지만 실제로는 자녀들의 치열한 사전 상속 분쟁이 적지 않다”며 “조정(협의이혼)이나 이혼 소송 진행 중에 종종 자식들이 함께 법정에 동행해서 부모에게 훈수를 두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지도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장남을 편애하는 아버지 대 어머니와 나머지 자녀 연합군 간의 대결 구도다. 서울 서초동의 한 가사 전문 변호사는 “가부장적인 아버지가 장남 앞으로 재산을 모두 물려주려고 하면 어머니가 ‘다른 자녀들에게도 나눠주자’고 반기를 든다. 부부 갈등이 가족 갈등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케이스”라고 밝혔다.
장성한 자녀들이 있는 한 황혼이혼은 부부 둘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싸움의 형태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법조계는 입을 모은다. 가사전문법관을 지낸 법무법인 지우 이현곤 변호사는 “우리나라처럼 부모 자식이 서로의 인생에 관여하는 문화권에서 황혼이혼은 연로한 부모가 혼자 결심하기 쉽지 않다”며 “부모들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자녀들의 의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자녀들은 황혼이혼의 준당사자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기사 출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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