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맞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의전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에 한두 명 꼴로 베이징을 찾는 외국 정상을 맞아 인민대회당에서 딱딱한 공식 환영식을 펼치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가 났다.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이 아닌 시안(西安)에서 모디 총리를 영접했다. 시 주석 가문의 고향인 샨시(陝西)성의 성도이자 정치적 고향인 곳이다. 서방 국가들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수도를 벗어나 외국 지도자를 맞이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2000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양저우(陽州)로 맞아들여 회담한 것이 최초였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2010년 동북 3성을 둘러보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창춘(長春)에서 만난 정도다.
중국 외교당국이 마련한 일정에는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모디 총리는 오전 병마용 관람을 마친 뒤 고찰 흥선사(興善寺)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흥선사는 불교식 선식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모디 총리를 위한 배려로 읽혔다. 장안성 성곽을 참관한 뒤 진행된 저녁 환영의식은 당나라 전통 양식에 따랐다. 두 나라의 공통 자산인 고대 문명 발상지로서의 자부심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였다.
15일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긴 뒤의 요가·태극권의 합동 공연 관람 역시 내각에 요가 전담 부처를 두고 매일 요가로 신체를 단련중인 모디 총리를 위한 배려다.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태극권과 요가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아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공연을 마련했다. 당나라 고승 현장(玄<5958>)이 인도에서 구해온 불경을 번역한 곳인 자은사 대안탑을 찾은 것과 함께 두 나라의 오랜 교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모디 총리에 앞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박근혜 대통령 등 많은 해외 정상들이 시안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가 주석이 현지에서 영접한 건 대단한 파격이다. 루신예(魯新也) 전 중국 외교부 예빈사장(禮賓국장)은 “모디 총리가 지난해 9월 시 주석을 고향 구자라트로 안내한 데 대한 답례”라고 말한 건 표면적인 해석이다. 최근 중국 외교는 과거의 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의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때보다 더 허심탄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고려한 적이 있다”며 “결국 중국 권력의 중심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달빛 아래 두 정상이 장시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대단한 파격이었다”고 말했다.
옛 비단길의 기점인 시안에서의 파격 의전에는 전략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 주석의 최대 역점 과제인 일대일로 구상에는 인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간 북경청년보의 정치 블로그는 “일대일로 구상은 주변국과의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최적의 장소로 시안을 고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철도·항만·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모디 총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1조 달러(약 110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인도의 입장에선 큰 손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망 구축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26억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미국이 호주·일본과 손잡고 동남아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가치동맹체를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의 실행에는 인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8개월 만에 상호 방문을 성사시킨 두 정상의 밀착은 이런 구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중국의 또다른 포석이다. 지난주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다진 시 주석은 이번엔 모디 총리를 불러들이는 전방위 외교를 펼쳤다. 이런 행보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으로 이어진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시 주석은 14일 베이징이 아닌 시안(西安)에서 모디 총리를 영접했다. 시 주석 가문의 고향인 샨시(陝西)성의 성도이자 정치적 고향인 곳이다. 서방 국가들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만 중국 최고지도자가 수도를 벗어나 외국 지도자를 맞이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2000년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자신의 고향인 양저우(陽州)로 맞아들여 회담한 것이 최초였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2010년 동북 3성을 둘러보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창춘(長春)에서 만난 정도다.
중국 외교당국이 마련한 일정에는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었다. 모디 총리는 오전 병마용 관람을 마친 뒤 고찰 흥선사(興善寺)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흥선사는 불교식 선식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채식주의자로 유명한 모디 총리를 위한 배려로 읽혔다. 장안성 성곽을 참관한 뒤 진행된 저녁 환영의식은 당나라 전통 양식에 따랐다. 두 나라의 공통 자산인 고대 문명 발상지로서의 자부심을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였다.
15일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긴 뒤의 요가·태극권의 합동 공연 관람 역시 내각에 요가 전담 부처를 두고 매일 요가로 신체를 단련중인 모디 총리를 위한 배려다.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은 태극권과 요가가 상호 영향을 주고 받아 완성되었음을 보여주는 공연을 마련했다. 당나라 고승 현장(玄<5958>)이 인도에서 구해온 불경을 번역한 곳인 자은사 대안탑을 찾은 것과 함께 두 나라의 오랜 교류 역사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모디 총리에 앞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박근혜 대통령 등 많은 해외 정상들이 시안을 방문했다. 하지만 국가 주석이 현지에서 영접한 건 대단한 파격이다. 루신예(魯新也) 전 중국 외교부 예빈사장(禮賓국장)은 “모디 총리가 지난해 9월 시 주석을 고향 구자라트로 안내한 데 대한 답례”라고 말한 건 표면적인 해석이다. 최근 중국 외교는 과거의 격식에서 탈피해 다양한 의전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 때보다 더 허심탄회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항저우에서 정상회담을 고려한 적이 있다”며 “결국 중국 권력의 중심부인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달빛 아래 두 정상이 장시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대단한 파격이었다”고 말했다.
옛 비단길의 기점인 시안에서의 파격 의전에는 전략적 의미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시 주석의 최대 역점 과제인 일대일로 구상에는 인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간 북경청년보의 정치 블로그는 “일대일로 구상은 주변국과의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최적의 장소로 시안을 고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철도·항만·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모디 총리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1조 달러(약 1100조원)의 자금이 필요한 인도의 입장에선 큰 손 중국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더 나아가 미국의 대(對) 중국 포위망 구축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두 나라의 인구를 합치면 26억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에 해당한다. 미국이 호주·일본과 손잡고 동남아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가치동맹체를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려는 전략의 실행에는 인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8개월 만에 상호 방문을 성사시킨 두 정상의 밀착은 이런 구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중국의 또다른 포석이다. 지난주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다진 시 주석은 이번엔 모디 총리를 불러들이는 전방위 외교를 펼쳤다. 이런 행보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미국 국빈방문으로 이어진다.
<기사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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