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국민건강진흥법(이하 금연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금연구역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지난 1~3월의 계도기간에도 불구하고 금연법에 대한 시비는 여전하다. 특히 흡연실 설치로 흡연권과 건강권이 충돌하는가 하면 빈부갈등 우려의 목소리마저 일고 있다.
금연법이 허용하는 흡연실의 실태를 살펴본다.
◇탁자만 치우면 '도로 흡연석'.. 입법취지 무색
금연법 제9조 4항은 공중이 이용하는 시설은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토록 규정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령으로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령 제9조4항에 따르면 흡연실은 환기가 가능하도록 하고 시설의 규모나 특성 및 이용자 중 흡연자 수 등을 고려, 담배연기가 실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실내와 완전히 차단된 밀폐된 공간으로 해야 하며, 출입구로부터 10m 이상 거리를 두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부 규모가 넓은 시설은 흡연실을 설치해 놓고 손님을 유인하는 이른바 '흡연 마케팅'마저 동원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 흡연석의 탁자 등을 치우고 환풍 시설을 갖춘 흡연실로 조성, 흡연손님을 유인하고 있다.
대전시 동구 가오동 P카페 대표 김모(26)씨는 "원래 흡연석이 구석진 위치에 유리로 차단되어 있어 흡연실로 꾸미는데 어려움이 없었다"며 "흡연실과 흡연석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이런 금연법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뒤늦게 흡연실을 설치하려는 업소가 늘어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도로 흡연석'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테리어 시공업자인 주모(59.서구 삼천동)씨는 "금연법이 무조간 실내 금연인 것으로 잘못 알려졌던 것 같다"며 "최근 PC방과 카페 등에서 흡연실 설치 문의가 제법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보건의료원 이성규 박사는 "국제담배기준협약에 따르면 실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실 설치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장기적으로 모든 금연구역의 흡연실 설치를 줄여가는 게 입법취재에도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실로 매출 증가.. 부익부 빈익빅 갈등 우려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출입구로부터 10m 떨어진 곳에 흡연실을 설치하려면 업장 규모가 최소 100㎡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흡연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차단을 위한 부스설비 100만(2~3인)~170만원(5~6인 기준), 제연기 45만(2~3인)~160만원(5~6인 기준), 설치비 10만원 등 최소 160만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요구된다.결국 흡연실은 100㎡ 이상 규모의 영업장을 확보할 자금력과 이에 걸맞는 내부 시설 및 흡연실 설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금연법이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100㎡이하가 대부분인 영세 요식업소들은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유명 프랜차이즈 업장이나 대규모 업소는 오히려 흡연실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유성구 도룡동에서 소규모 카페로 사업을 시작한 이모(52·여)씨는 "적은 비용으로 이만한 가게를 창업했다고 뿌듯해 했었는데 흡연실로 손님을 빼앗겨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려운데 빈부 갈등이 우려되는 데 따른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소자본창업협회 창업상담센터 장부경 실장은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명목으로 금연법이 시행되면서 소자본으로 요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갈 곳을 잃고 있다"며 "생계형 소규모 창업자에 대해서는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라도 흡연실 설치비 지원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외면 법적용.. 논란 야기
금연법은 1000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은 시설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실내 당구장 등은 금연구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축구장과 같이 3만~5만여 명을 수용하는 대형실외경기장은 금연법 적용지역으로 별도의 흡연실에서만 흡연이 가능하다.
반면 소규모 실내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에서는 마음 놓고 흡연이 가능한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대전 서구 탄방동 A당구장 업주 김모(57)씨는 "실내 흡연이 가능해 문제될 건 없지만, 비흡연자들의 눈치가 보인다"며 "금연을 하려면 똑같이 하던가 해야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동구 신흥동 신모(28·여)씨는 "야구장에서 구석에 조그맣게 설치해 놓은 흡연구역을 봤지만, 담배연기가 그대로 올라와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그나마 흡연구역도 몇 군데 되지 않아 남자 친구가 불편해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고은아 사무처장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모두 다 제제를 해야 하지만 흡연자들의 권리도 있어 아쉽다"면서 "법에는 양면성이 있는 만큼 법적용에 있어 현실의 문제에 대한 보다 세심한 연구·검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박희진 의원은 "체육시설로 규정된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이 금연지정 구역에서 제외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법 적용"이라면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형평성에 맞는 법제정과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출처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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