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형법 241조 간통죄 처벌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당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 /사진=뉴스1 |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중에 포태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민법 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최모씨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민법 제844조 및 제855조에 대해 제기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최씨는 2012년 2월 전 배우자와 이혼신고를 했다. 이후 동거인과의 사이에서 같은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최씨는 이듬해 5월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 했으나 민법 844조에 따라 '전 배우자의 성을 따라 딸의 이름을 신고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설명을 들었다.
이후 유전자검사 결과 최씨의 딸은 동거인의 친자로 확인됐다. 이에 최씨는 "친생자 관계를 바로잡으려면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시기에 누구와 성관계를 했는지 밝혀야 하는데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민법 845조, '재혼한 여자가 해산한 경우에 844조의 규정에 의해 그 자의 부를 정할 수 없는 때는 법원이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이를 정한다'는 조항에 대해서는 최씨가 동거인과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했다는 점에서 법령이 적용되지 않아 심판 대상에서 제외했다.
헌재는 844조에 대해 "최씨의 사례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 배우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이는 여성이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데 부담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남성의 경우에도 전처가 이혼후 출산한 제3자의 자녀가 자신의 친생자로 추정되는 것은 진실한 혈연관계를 회복할 길이 막혀 버린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이같은 불합리한 결과는 단기간 내 재혼이 드물었던 민법 제정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혼인관계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전 남편이 아닌 남자의 자녀를 출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그 부자관계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문제점이 대두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혼인관계가 해소된 이후 자녀가 출생했고 최씨의 사례처럼 생부가 출생신고를 하려는 경우에도 아무런 예외 없이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를 전 배우자의 친생자로 추정하도록 하는 조항은 지나치게 불합리한 제한"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헌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입법자가 조항을 개선할 때까지는 잠정적으로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에 대해 이진성 재판관과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혼인관계 종료 후 출생한 자녀의 친생자관계에 관한 근본이 되는 추정규정"이라며 "추정규정은 진실을 알지 못하는 단계에서 법률관계를 안정시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또 "불합리한 경우가 있다고 해 추정규정을 위헌이라고 한다면 모든 추정규정은 위헌성을 지닌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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