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마을에서 영어로 이야기하는 한국 어린이.
1997년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2시간짜리 영어 과목이 개설됐다. 한국에서 영어가 초등교과 과정에 포함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셈이다.
이제는 유치원생들도 영어로 의사표현을 하고, 대학에서 해외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기업에서 느끼는 직원의 외국어 실력은 중간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외국어 능력, 한국은 10점 만점에 5점대…"실무 회화능력 떨어져"
26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직원의 외국어 능력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29위에 그쳤다.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직원이 기업의 필요에 맞는 '외국어 능력'을 갖추었는지 설문조사했을 때 한국의 점수는 5.83점(10점 만점)에 불과했다.
한국의 점수가 보통 수준을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직원의 실무 회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모 대학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취업을 앞둔 4학년을 대상으로 살펴보면 과거보다 전반적인 영어 성적은 늘었다"면서도 "독해나 문법 점수는 좋은데 상대적으로 실무 회화 실력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기업에서 평가할 때 외국어 능력이 가장 좋은 인재를 갖춘 나라는 룩셈부르크(8.89점)였다.
또 네덜란드(8.68점), 덴마크(8.63점), 스위스(8.57점) 등이 뒤를 이었다.
상위권에 포진한 이들 나라는 대부분 여러 언어를 공용어로 쓰거나 모국어 이외에도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국가였다.
룩셈부르크는 공용어로 룩셈부르크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으로 3개 국어를 사용하며 스위스 역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망스어를 공용으로 사용한다. 네덜란드와 덴마크는 유럽 국가 가운데 영어 능력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는 영어, 말레이어, 타밀어, 중국어를 사용하는 싱가포르가 7위(8.34점)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홍콩도 21위에 올랐다.
미국은 42위(4.79점)로 하위권에 속했으며, 영어로 길을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는 52위(3.67점)를 기록했다.
외국어 능력 평가에서 꼴찌 수준인 나라는 일본과 브라질이었다. 이들은 각각 60위(2.86점), 61위(2.48점)에 올라 낙제점을 받았다.
◇ 대학의 직무능력 교육도 중하위권…산학연 연계가 중요
대학 교육이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능력 교육에 들어맞는지를 묻는 '교육 시스템의 경쟁력 부합' 항목에서는 한국이 38위(5.17점)로 중하위권에 속했다.
1위에 오른 국가는 8.56점을 받은 스위스였고, 싱가포르,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도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불가리아가 2점을 받아 꼴찌를 차지했고 크로아티아, 브라질, 몽골 등이 하위권이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사기업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한국 대학이 세계 각국보다 기업 직무교육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른바 산학연(산업계와 학계, 연구 분야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불리는 대학과 기업 연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노동시장연구 TF 연구위원은 "(상위권에 든)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등은 직업훈련이 잘 이뤄지는 국가"라며 "이들 국가는 직업훈련 시에 정부는 재원 지원을, 대학은 인력을, 회사는 커리큘럼을 짜는 협업 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위원은 "한국의 직업 훈련은 아직 공공부문 위주고 정부가 커리큘럼을 짜다 보니 빨리 변하는 산업 환경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