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건설사는 1억 주는데…" 김포도시公 비리 요지경]
브로커 시켜 건설업자 물색… 돈 가장 많이 준 업체 낙찰
부하 시켜 뇌물액 흥정하며 액수 따라 업체 갈아타기도
"공사 따게 해줄 테니 용돈은 좀 챙겨줘야지…."
2012년 6월 어느 날 장모(50)씨는 김포도시공사 김모(53) 본부장으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과거 소규모 건설회사를 운영했던 장씨는 건설업자들과 공무원 등을 연결해주는 속칭 '건설 브로커'다. 김 본부장의 제안은 모델하우스 공사를 발주할 예정인데 자신에게 뇌물을 줄 만한 건설업자들을 찾아 연결해달라는 얘기였다.
김 본부장은 며칠 뒤 다른 브로커도 접촉했다. 그러곤 장씨에게 한 것과 똑같은 제안을 했다. 장씨를 비롯해 김 본부장과 만난 브로커들은 앞다퉈 '가능한 뇌물 액수'를 김 본부장에게 알렸다. 사실상 '뇌물 입찰'에 부친 셈이다. 김 본부장은 '뇌물로 5000만원을 주겠다'고 한 업체에 공사를 낙찰받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그 약속은 믿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5000만원이 아니라 더 많이 주겠다'는 건설업자가 브로커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김 본부장 마음이 바뀌었다. 마치 경매를 하듯 공사 낙찰 대가 뇌물 액수가 갈수록 올라가 결국 1억원을 부른 건설업자가 공사를 따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김 본부장은 부하 직원에게도 '브로커 역할'을 맡겼다. 김포도시공사 오모(44) 부장은 모델하우스 공사와 관련해 건설업자를 찾아가 뇌물 액수를 흥정했다. 김 본부장이 시킨 일이었다. 당초 이 공사 대가로 건설업자는 5000만원을 내기로 했지만, 오씨가 흥정을 하면서 뇌물 액수를 1억원으로 올리자고 했다. 두 사람은 약속은 1억원으로 했지만 5000만원을 주고받는 것으로 거래를 끝냈다.
김 본부장의 '뇌물 입찰 부치기'는 결국 검찰에 들통났다. 작년 8월 철거공사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0)씨와 뇌물 액수를 놓고 옥신각신한 게 계기였다. 5000만원을 약속했는데 업자 김씨가 1000만원을 먼저 주고 4000만원은 공사를 딴 뒤 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김 본부장이 '공사 따려면 5000만원을 선불로 달라'고 하면서 두 사람이 틀어졌다. 업자 김씨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으로 찾아가 그간 있었던 일을 털어놨다. 그는 검찰에서 "내가 처벌받아도 좋으니 김 본부장을 수사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본부장이 1억79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적발해 그를 구속기소했다. 업자 김씨도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김 본부장이 수사받는다는 사실이 소문나면서 김포시청 공무원들의 다른 비리에 대한 제보도 줄을 이었다.
검찰은 김포 지역 그린벨트 안에 있는 LPG 충전소 허가 문제를 둘러싸고 김포시청 공무원이 뇌물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받기로 약속하고 불법적으로 허가를 내준 공무원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포의 그린벨트 안에 있는 LPG 충전소 6곳 모두 불법적으로 허가가 난 곳이라고 한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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