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돈이 무엇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현금의 종말’을 예고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미래의 아이들은 ‘돈’을 박물관에서나 보게 된다.
정말 그런 날이 올까. 평범한 직장인의 일과를 되짚어 보면 팀 쿡의 예언이 결코 망상은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사무실 앞 커피숍에서 모닝커피를 산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짬을 내 도시가스비와 아파트관리비를 휴대폰에서 납부한다. 퇴근 전 마트에 들러 장을 볼 때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담배나 껌 한 통 사는 것도 카드로 계산한다. 결혼식 축의금 같은 경조사비 말고는 일주일동안 동전이나 지폐를 꺼낼 일이 있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일부 예식장에서는 체크카드로 현장에서 납부할 수 있는 ‘경조사비 이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하니 이마저도 카드 한 장이면 족하다.
현금이 필요 없어진 세상이다. “돈 방석에 앉았다”는 말처럼 현금이 부(富)의 상징이 됐던 시대는 ‘과거’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핀테크(금융+기술)가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카드마저 사라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게다가 내년 부터는 홍체나 정맥 같은 생체정보로 결제하는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현금 무용론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금없는 사회’의 진앙지는 공교롭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고 있는 유럽이다. ‘돈’이라는 실물이 낳고 있는 폐해에, 그리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해부터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현금 결제를 중단했다. 덴마크에서는 내년부터 소매점에서 현금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일정 금액 이상을 거래할 경우 현금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다. 현금으로 내겠다는데도 굳이 못 받게 하는 ‘현금 금지’ 시대가 유럽에서는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현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은 ‘현금 사용‘이 낳고 있는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여기엔 현금으로 유발되는 비용을 감소시켜 경제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시장경제를 구해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현금은 우선 화폐 발행 및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현금사용 비중이 높을 수록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의 경우 GDP 대비 현금사용 발생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0.3%이내인데 반해, 러시아는 1.1%에 달한다.
게다가 현금은 탈세나 마약거래, 뇌물공여 등 지하경제의 원천이다. 현금뭉치가 빼곡히 쌓인 사과박스가 뇌물의 상징이 되고, 지금도 ‘5만원권 실종사건’이 반복되는 우리네 현실을 보면 현금과 지하경제의 상관관계는 금새 드러난다. 현금이 여전히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사회는 지하경제 규모가 27%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현금이라는 실물이 없으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유연해진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되려 현금을 보유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부작용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중앙은행의 운식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카드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의 비현금화 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9점에 불과하다. “현금으로 하면 조금 더 깎아 줄게요” “카드값과 현금값은 다릅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 우리 한국의 현실이다. 부동산 수수료, 변호사 수임료, 일부 대학 등록금이나 보험료 등 여전히 카드를 안 받는 난공불락이 성역으로 남아 있다. 5만원권이 장농 속으로, 지하로 흘러들어 ‘죽은 화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현금없는 사회’를 재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정말 그런 날이 올까. 평범한 직장인의 일과를 되짚어 보면 팀 쿡의 예언이 결코 망상은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사무실 앞 커피숍에서 모닝커피를 산다. 점심식사를 하고 잠시 짬을 내 도시가스비와 아파트관리비를 휴대폰에서 납부한다. 퇴근 전 마트에 들러 장을 볼 때는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담배나 껌 한 통 사는 것도 카드로 계산한다. 결혼식 축의금 같은 경조사비 말고는 일주일동안 동전이나 지폐를 꺼낼 일이 있나 싶을 정도다. 심지어 일부 예식장에서는 체크카드로 현장에서 납부할 수 있는 ‘경조사비 이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하니 이마저도 카드 한 장이면 족하다.
현금이 필요 없어진 세상이다. “돈 방석에 앉았다”는 말처럼 현금이 부(富)의 상징이 됐던 시대는 ‘과거’가 되고 있다. 심지어 핀테크(금융+기술)가 발달하면서 플라스틱 카드마저 사라질 전망이다.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 게다가 내년 부터는 홍체나 정맥 같은 생체정보로 결제하는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현금 무용론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현금없는 사회’의 진앙지는 공교롭게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고 있는 유럽이다. ‘돈’이라는 실물이 낳고 있는 폐해에, 그리고 ‘저성장’의 늪에 빠져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해부터 버스 등 대중교통에서 현금 결제를 중단했다. 덴마크에서는 내년부터 소매점에서 현금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일정 금액 이상을 거래할 경우 현금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고 있다. 현금으로 내겠다는데도 굳이 못 받게 하는 ‘현금 금지’ 시대가 유럽에서는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큰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현금’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것은 ‘현금 사용‘이 낳고 있는 각종 부작용 때문이다. 여기엔 현금으로 유발되는 비용을 감소시켜 경제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을 개선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시장경제를 구해내야 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한다.
현금은 우선 화폐 발행 및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 현금사용 비중이 높을 수록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돈을 쓰게 된다는 것이다. 맥킨지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의 경우 GDP 대비 현금사용 발생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0.3%이내인데 반해, 러시아는 1.1%에 달한다.
게다가 현금은 탈세나 마약거래, 뇌물공여 등 지하경제의 원천이다. 현금뭉치가 빼곡히 쌓인 사과박스가 뇌물의 상징이 되고, 지금도 ‘5만원권 실종사건’이 반복되는 우리네 현실을 보면 현금과 지하경제의 상관관계는 금새 드러난다. 현금이 여전히 미덕으로 여겨지는 한국사회는 지하경제 규모가 27%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현금이라는 실물이 없으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유연해진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되려 현금을 보유해 통화정책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부작용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제로금리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중앙은행의 운식폭이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높은 카드 보급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한국의 비현금화 준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9점에 불과하다. “현금으로 하면 조금 더 깎아 줄게요” “카드값과 현금값은 다릅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게 우리 한국의 현실이다. 부동산 수수료, 변호사 수임료, 일부 대학 등록금이나 보험료 등 여전히 카드를 안 받는 난공불락이 성역으로 남아 있다. 5만원권이 장농 속으로, 지하로 흘러들어 ‘죽은 화폐’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현금없는 사회’를 재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 출처 : 헤럴드경제>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