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자료 국내 문화재청 심사에서 탈락
"피해자 구술 자료가 대부분… 탄탄하게 보완해 객관화해야"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던 일제시대 강제동원 피해 기록이 유네스코는커녕 국내 문화재청 심사에서도 탈락했다. 문화재청은 25일 열린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위원회(위원장 이상해)에서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신청할 기록물로 '조선왕실 어보(御寶)와 어책(御冊)'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확정됐고, 강제동원 피해 기록은 탈락했다고 밝혔다.
◇추진한다면서 왜 떨어졌나
등재 대상 후보는 총 13건이었다. 문화재청이 지난 7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동안 대국민 공모를 해서 접수된 기록물들이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제출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도 여기 포함됐다. 문화재청이 운영하는 세계기록유산 한국위원회에서 이 13건을 심사해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을 등재 신청 대상으로 추천했고,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가 이날 회의에서 두 기록물을 신청 대상으로 최종 심의, 의결했다.
일본 홋카이도 구시로시(市)의 탄광으로 동원된 정성득씨가 동료들과 함께 탄광 갱 입구에서 찍은 사진. 2012년 발간된 '조각난 그날의 기억'에 실려 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제공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은 피해자 구술 자료 위주라 이 상태로 제출했을 때 등재가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좀 더 자료를 탄탄하게 보완해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이 났다"고 했다. 자료가 부실해서 등재 우선 대상에서 밀렸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올해 중국이 신청한 일본군위안부 관련 자료가 탈락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며 "중국 등 다른 피해 국가와 연대해 공동 등재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밖에선 역사 전쟁 한창인데…
하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둘러싸고 '동아시아 역사 전쟁'이 불붙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작은 일본이 촉발했다. 일본은 지난 7월 조선인 강제징용이 이뤄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등 산업시설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그러자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을 신청하며 '맞불'을 놓았던 것.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12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는 중국이 난징대학살과 일본군위안부 관련 자료 등 일본의 전범 관련 자료 2건을 신청해 난징대학살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1941년 10월 1일 조선총독부가 강제동원된 조선인에게 보낸 편지.“ 도망가는 일 없이 고향의 가족을 위하여 산업전사로 일하라”는 내용이다. /'조각난 그날의 기억'에서 발췌
일제 강제동원 피해 기록물은 2004년 이후 11년간 수집한 강제동원 관련 기록 33만6797건을 총망라한 것이다. 피해 조사서 22만7141건과 지원금 지급 심사서 10만5431건, 구술·사진 자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국가가 직접 나서 전쟁 피해에 대한 조사를 벌여 얻은 공식 기록으로 일제가 직접 생산한 문서도 포함됐다. 지원위원회 관계자는 "당연히 이번에 등재 후보로 선정될 것이라 믿고 있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심사는 2년 단위로 이뤄지며 나라별로 한 번에 2건까지 신청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등재되면서 세계기록유산을 총 13건 보유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내년 3월 말까지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제출할 예정이다. 등재는 2017년 열릴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의 심사를 거쳐 최종 결정된다.
<기사 출처 : 조선일보>
<기사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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