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습니다.”
주름진 이맛살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한 노신사가 58년 만에 모교를 찾아 남긴 첫 마디다.
말끔히 차려입은 양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는 이내 흰 봉투 하나를 꺼내 대학관계자에게 건넸다.
봉투에는 1000만원권 수표 한 장이 들어 있었고 이를 확인한 직원이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는 “후배들을 위해 써주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반백년이 훌쩍 지나간 시간, 그가 모교를 다시 찾아와 대학발전기금을 전달하게 된 것은 대학 재학 당시에 받은 8만원을 갚기 위해서다.
대학은 1957년 새내기로 본교 법학과에 입학한 그에게 한 학기 등록금 ‘6000원’과 교재비 등 장학금을 4년간 매 학기별로 지원했다.
당시 학과 1등으로 입학해 ‘4년 장학생’으로 선발됐고 그 덕분에 총 8만원의 장학금 혜택을 받게 됐다는 게 노신사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했을 때, 이전에 받았던 장학금을 후배들에게 갚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며 “하지만 가정을 일구고 사회생활을 이어오면서 그 시간이 기약 없이 미뤄져 이제야 모교를 찾았다”고 했다.
이어 “너무 늦었지요”라고 머쓱해 한 노신사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가가 올랐고 대학 등록금도 올랐네요”라며 “그나마 58년 만에 돌려드리게 된 이 돈이 모교의 발전과 후배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을 맺었다.
장학금 8만원을 1000만원으로 되갚은 이 노신사는 충남대 법학과 졸업생 김은호씨(사진·57학번)다. 그는 젊은 시절 농협에서 근무, 현재는 서울에서 노년의 삶을 보내고 있다.
<기사 출처 : 아시아경제>
<기사 출처 :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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