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얼마 전까지 상반기 채용이 한창 진행되면서 지금도 최종 면접을 보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탈락하면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대체 내가 왜 떨어졌을까'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아야 그다음에 어디 가서 면접시험을 보더라도 개선할 텐데' 하는 마음이 더 크실 겁니다. 그러자 왜 떨어졌는지 알려주게 하자는 법안까지 발의가 됐는데, 이렇게까지 법적으로 하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 논란입니다. 오늘(4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봅니다.
김필규 기자, 이런 부분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그동안 많이 있어 왔죠?
[기자]
한 취업사이트가 취업 실패한 경험 있는 구직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탈락사유 물어보고 싶었던 적 있었느냐'는 질문에 90%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물어본 경우는 17%에 그쳤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말 한 포털사이트에는 '불합격자는 합격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공지'하고 '최종탈락자는 탈락 이유를 한 문장 이상 설명해 주게 하자'는 내용의 '구직자 인권법'을 제안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구직자들의 불만 꽤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래서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탈락 이유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기업이 지금은 전혀 없습니까?
[기자]
있긴 있는데 좀 성의가 없고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아예 탈락 통지를 유형별로 분류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귀하의 역량은 높이 평가하나'로 시작하는 '역량형'부터 '안타깝게'를 남발하는 '안타까움형', 자신들이 떨어뜨려 놓고선 "명단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유체이탈형', 또 앞으로 정진하라는 '훈계형'으로 나눠집니다.
이렇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 위로를 해주는 '힐링형'도 있었는데, 사실 탈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서 썩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장문의… 성의 있어 보이긴 하는데, 물론 한번 써서 복사해서 돌리는 거겠죠. 그래서 이렇게 좋은 말들이 많이 쓰여 있습니다. 힐링형을 보니까. 그런데 어찌 됐든 공감을 얻기는 좀 어려운, 내가 알고 싶은 건 내가 왜 떨어졌는가인데, 이렇게 힐링형이든 훈계형이든 떨어진 사람이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
[기자]
그래서 지난해부터 탈락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이렇게 PT나 토론, 임원면접에서 평균이 얼마였고 합격점은 얼마였는데, 자신은 몇 점이었는지를 탈락자에게 메일을 보내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점수를 잃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점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렇게 각 항목별로 왔을 때 더 반발할 거리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기자]
저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직접 물어봤는데요. 아직까지는 탈락자들, 합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좋은 반응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롯데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송노현 수석/롯데그룹 전략본부 : (지원자들이)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신 것 같고요. 일단은 여기에 대해서 불만이나 이런 분들은 거의 없으시고 대체로 평가결과를 알려드리는 부분에 대해서 만족하시고, 저희들 입장에서도 사실은 그분들에게 서비스를 해드리면 또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 정도의 비용과 노력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 내부적으로는 채용 담당자들도 전형과정에 더 꼼꼼히 신경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려달라'라는 질문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그에 대한 답변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해준다면, 그 답을 들은 사람이 기분 나쁠 일은 사실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다 이렇게 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저도 취재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고, 비교를 해봤는데요.
물론 공채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와 다른 곳을 일괄적으로 비교하긴 힘든데, 미국의 경우 탈락자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보시는 게 1930년대 월트디즈니가 보내줬던 탈락통지서고요, 또 뉴욕타임스의 탈락통지서 등 이유를 적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탈락 통보 서신이 법적 분쟁의 빌미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 이렇게 "문구는 짧게 써라" "미안하다는 말을 넣지 말아라"는 등 '불합격 통지 잘하는 법'이라는 팁이 경영경제 사이트에 나오기도 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답을 안 해주는 그런 문화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군요.
[기자]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손광운/변호사 :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이 굉장히 다양한 건데… 인사구조가 불투명한 점은 한국의 한계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어떻게 수치화하거나 사유를 적어서 공개할 수 있을까요? 그건 기업의 비밀일 수 있는 건데…헌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듯하네요.]
경영자단체인 경총에서도 불합격 사유를 일일이 통보하게 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또 기업들이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류심사 때부터 채용을 엄격하게 하게 되면 오히려 구직의 문이 좁아질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전했습니다.
[앵커]
글쎄요, 지금 이 얘기를 들으면서 동의하지 않는 수험생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 고쳐야 하는 것이고, 기업의 일종의 변명 아니냐, 그렇게 함으로써 구직자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은 나쁘게 얘기하면 협박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고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기자]
그래서 법을 발의한 신경민 의원실에서도 "일단은 벌칙조항이 없는 선언적인 법이다. 우선 기업 자율에 맡기고 나서 추이를 볼 계획"이라고 하는데, 일단 법제화되면 기업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지금 취업준비 사이트 들어가 보면 보시는 것처럼 채용과정에 대한 불만, 기업에 대한 서운함 참 많습니다. 이번 법제화 여부에 상관없이, 잠재적 고객일 수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기업들이 헤아려 볼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앵커]
아까 합리적 질문에 합리적 답변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예전에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도, '학점이의신청'이라는 걸 하잖아요. 왜 내가 이 학점입니까 하고 질문했을 때 답변해주면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학생들은 저는 보질 못했거든요.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합리적으로 잘 답변해준다면 서로 다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기사 출처 : JTBC TV>
얼마 전까지 상반기 채용이 한창 진행되면서 지금도 최종 면접을 보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을 텐데요. 탈락하면 아쉬운 마음도 크지만 '대체 내가 왜 떨어졌을까' '내가 떨어진 이유를 알아야 그다음에 어디 가서 면접시험을 보더라도 개선할 텐데' 하는 마음이 더 크실 겁니다. 그러자 왜 떨어졌는지 알려주게 하자는 법안까지 발의가 됐는데, 이렇게까지 법적으로 하는 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 논란입니다. 오늘(4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봅니다.
김필규 기자, 이런 부분에 대해 취업준비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그동안 많이 있어 왔죠?
[기자]
한 취업사이트가 취업 실패한 경험 있는 구직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탈락사유 물어보고 싶었던 적 있었느냐'는 질문에 90% 가까이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물어본 경우는 17%에 그쳤습니다. 그러자 지난해 말 한 포털사이트에는 '불합격자는 합격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공지'하고 '최종탈락자는 탈락 이유를 한 문장 이상 설명해 주게 하자'는 내용의 '구직자 인권법'을 제안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구직자들의 불만 꽤 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래서 같은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탈락 이유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기업이 지금은 전혀 없습니까?
[기자]
있긴 있는데 좀 성의가 없고 천편일률적이다 보니, 취업준비생들이 아예 탈락 통지를 유형별로 분류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귀하의 역량은 높이 평가하나'로 시작하는 '역량형'부터 '안타깝게'를 남발하는 '안타까움형', 자신들이 떨어뜨려 놓고선 "명단에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유체이탈형', 또 앞으로 정진하라는 '훈계형'으로 나눠집니다.
이렇게 장문의 메일을 보내 위로를 해주는 '힐링형'도 있었는데, 사실 탈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어서 썩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장문의… 성의 있어 보이긴 하는데, 물론 한번 써서 복사해서 돌리는 거겠죠. 그래서 이렇게 좋은 말들이 많이 쓰여 있습니다. 힐링형을 보니까. 그런데 어찌 됐든 공감을 얻기는 좀 어려운, 내가 알고 싶은 건 내가 왜 떨어졌는가인데, 이렇게 힐링형이든 훈계형이든 떨어진 사람이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
[기자]
그래서 지난해부터 탈락자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롯데그룹입니다.
이렇게 PT나 토론, 임원면접에서 평균이 얼마였고 합격점은 얼마였는데, 자신은 몇 점이었는지를 탈락자에게 메일을 보내 알려주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점수를 잃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앵커]
그런데 점수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히려 이렇게 각 항목별로 왔을 때 더 반발할 거리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기자]
저도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직접 물어봤는데요. 아직까지는 탈락자들, 합격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좋은 반응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롯데 관계자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송노현 수석/롯데그룹 전략본부 : (지원자들이) 굉장히 만족하는 편이신 것 같고요. 일단은 여기에 대해서 불만이나 이런 분들은 거의 없으시고 대체로 평가결과를 알려드리는 부분에 대해서 만족하시고, 저희들 입장에서도 사실은 그분들에게 서비스를 해드리면 또 기업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 정도의 비용과 노력은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또 내부적으로는 채용 담당자들도 전형과정에 더 꼼꼼히 신경쓰게 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였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내가 왜 떨어졌는지 알려달라'라는 질문이 합리적인 것이라면, 그에 대한 답변도 이렇게 합리적으로 해준다면, 그 답을 들은 사람이 기분 나쁠 일은 사실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다 이렇게 해주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기자]
저도 취재과정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고, 비교를 해봤는데요.
물론 공채문화가 있는 우리나라와 다른 곳을 일괄적으로 비교하긴 힘든데, 미국의 경우 탈락자에게 그 이유를 알려주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보시는 게 1930년대 월트디즈니가 보내줬던 탈락통지서고요, 또 뉴욕타임스의 탈락통지서 등 이유를 적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탈락 통보 서신이 법적 분쟁의 빌미를 주는 경우가 있어서, 이렇게 "문구는 짧게 써라" "미안하다는 말을 넣지 말아라"는 등 '불합격 통지 잘하는 법'이라는 팁이 경영경제 사이트에 나오기도 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도 바로 그런 부분 때문에,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해서 답을 안 해주는 그런 문화가 생긴 건지도 모르겠군요.
[기자]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손광운/변호사 :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이 굉장히 다양한 건데… 인사구조가 불투명한 점은 한국의 한계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그걸 어떻게 수치화하거나 사유를 적어서 공개할 수 있을까요? 그건 기업의 비밀일 수 있는 건데…헌법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듯하네요.]
경영자단체인 경총에서도 불합격 사유를 일일이 통보하게 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또 기업들이 분쟁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서류심사 때부터 채용을 엄격하게 하게 되면 오히려 구직의 문이 좁아질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전했습니다.
[앵커]
글쎄요, 지금 이 얘기를 들으면서 동의하지 않는 수험생들이 굉장히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인사 구조에 문제가 있으면 그걸 고쳐야 하는 것이고, 기업의 일종의 변명 아니냐, 그렇게 함으로써 구직자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은 나쁘게 얘기하면 협박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고요.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기자]
그래서 법을 발의한 신경민 의원실에서도 "일단은 벌칙조항이 없는 선언적인 법이다. 우선 기업 자율에 맡기고 나서 추이를 볼 계획"이라고 하는데, 일단 법제화되면 기업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런데 지금 취업준비 사이트 들어가 보면 보시는 것처럼 채용과정에 대한 불만, 기업에 대한 서운함 참 많습니다. 이번 법제화 여부에 상관없이, 잠재적 고객일 수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기업들이 헤아려 볼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앵커]
아까 합리적 질문에 합리적 답변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예전에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도, '학점이의신청'이라는 걸 하잖아요. 왜 내가 이 학점입니까 하고 질문했을 때 답변해주면 거기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학생들은 저는 보질 못했거든요.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합리적으로 잘 답변해준다면 서로 다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기사 출처 : JTBC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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