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돌아간 조희팔 사건 (대구=연합뉴스) 4조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왼쪽)과 강태용(오른쪽)의 모습. 중국으로 밀항해 도주한 조희팔은 2011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조씨의 측근인 강태용은 지난 10일 중국에서 붙잡혔다.
"감찰·인사 시스템 마비냐" vs "알고도 눈 감았나"
거액 챙길 때 검찰 서기관 승진하고 총경 진급자 이름 올리고
4조원대 사기범 조희팔의 검은 돈을 받은 검찰과 경찰 인사들이 재직 기간에 하나같이 승승장구해 감찰·인사 검증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조희팔 사단의 2인자로 국내 송환을 앞둔 강태용(54)의 고교 동기인 김모 전 검사는 2006년부터 강씨에게 로비를 받았다.
김 전 검사는 조희팔 사건 수사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2008년 4월 조씨측에 변호사 선임을 알선해 주고 그해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차명계좌를 통해 2억7천만원을 받았다.
친구이자 조희팔 최측근인 강태용을 접촉할 무렵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이던 그는 부산지검 특수부장,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을 거쳤다. 이어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차장검사를 맡는 등 순탄한 길을 걸었다.
분주한 대구지방검찰청 (대구=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4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검찰청 청사 내부를 검찰 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대구지검은 수조원대의 조희팔(58) 유사수신 사기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다.
경찰이 조희팔 은닉자금 추적 과정에서 김 전 검사의 차명계좌에 거액이 입금된 정황을 파악한 2012년 11월까지 3년 넘게 검찰 내부에서는 아무런 낌새도 채지 못했다.
검찰 인사 시스템의 부실은 15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오모 전 검찰서기관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강태용의 고교 1년 선배인 오씨는 2008년부터 5년여 동안 수 십 차례에 걸쳐 현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15억 7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올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오 전 서기관은 뇌물 액수도 액수지만 5년 동안 끊임없이 부정을 저질렀음에도 검찰 조직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혹을 낳고 있다.
그는 뇌물 수수 사실이 적발되기는 커녕 한창 거액을 받아 챙기던 2012년 6월 검찰수사 서기관으로 승진하는 기염을 토한다.
대구지방경찰청 권모 전 총경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소된 권 전 총경은 대구경찰청 강력계장으로 근무하던 2008년 10월 조희팔 측에서 9억원을 받았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 "제대로된 수사와 은닉재산 환수" 촉구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이 14일 이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부산지사에 모였다. 이들은 제대로된 수사와 은닉재산 환수를 촉구했다.
조씨가 중국으로 도주하기 한 달여 전으로 경찰이 조씨를 본격 수사하던 시기다.
조희팔의 돈 9억원을 받기 직전인 그 해 7∼8월엔 주변 사람들에게 "비상장 회사 주식을 사면 곧 상장돼 주가가 급등할 것"이라며 투자를 유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더구나 조희팔의 검은 돈을 받은 5개월 뒤인 2009년 3월 대구경찰청에서는 3명밖에 안 되는 총경 진급자 명단에 떡하니 이름을 올린다.
그가 조희팔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찰청이 내사에 착수한 건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2012년 1월이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의 고위급 간부들이 오랜 기간 부정한 거래를 일삼았는데도 해당 기관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는 바람에 조희팔 일당은 거액의 범죄수익금을 숨긴 채 유유히 중국으로 도망갈 수 있었다.
전직 수사기관 종사자 A씨는 "검찰과 경찰이 내부 고위 직원의 비리를 몰랐다면 자체 감사 시스템이 마비된 것이고, 알고도 눈을 감았다면 사기 행각에 동참한 중대한 범죄 행위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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