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혼탕 문화
여행에서 배우는 것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페이스 조절이었다. 나는 여행 끝까지 그것을 하지 못했었고, 사실 이것은 여행을 넘어서 내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결국, 여행이 한 달 즈음정도 지나갈 때, 아예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목이 잠기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으실 으실 몸이 욱신거리더니, 결국엔 서 있을 기운조차 없게 되었다.
'이럴 때 서울에 있다면 목욕이라도 좀 마음껏 했을텐데... 그러면 몸이 한결 개운해질텐데'
나는 그저 따뜻한 물에 하루 종일 몸을 담그고만 싶어졌다. 그러다가 독일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비스 바덴과 바덴 바덴 등에서 여독을 풀어보기 결정했다. 숙소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독일은 혼탕의 문화'라고 알려준다.
"으악!! 혼탕? 그 말로만 듣던 에덴 동산 같은 혼탕?"
겁에 질린 내가 걱정 어린 얼굴로 바라보니 사장님은 "만약 벗기 싫으면 탕에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온천마다 시설이 다르지만, 실내에서는 대략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 탕만 아니면 입고 다닐 수도 있고, 또 사우나 할 때는 큰 목욕 타월을 몸에 두를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오면 몸이 좀 개운해 질 거라고 했다.
"음,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고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그곳에서 사면되지 뭐!"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목욕 도구들을 챙겨서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도도 없이 처음 가는 길이라, 사장님께서 추천해 준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엔 길을 가다 어느 여자 분의 소개로 로마식 사우나로 유명한 한 곳을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부터 남달랐던 그곳에서 계산하려고 떡 하니 한 건물 안에 들어 서니, 비록 아픈 몸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키도 크고 아주 멋진 남자들이 알몸으로 욕탕을 걸어다닌다. 으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수영복을 살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 으흠, 일단 그것 먼저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그곳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곳은 그런 것을 팔지 않는단다. "수건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탕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다 벗어야한다"고.
"뜨악!! 아니 왜 수영복을 팔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설명을 받고 왔다고 했지만, 직원은 "각 곳마다 다 시설이나 방침이 다르다"는 기본적인 대답 뿐이었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몸이 이렇게 힘든데 그냥 수건으로 가리고 얼른 들어갔다가 오자"하고 결국 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그곳은 에덴의 동산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0. 2, 0, 3의 시력을 보유하는, 게다가 난시가 심한 나 같은 이도 눈이 번쩍 번쩍 뜨일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커다란 목욕 타월을 덮고, 유유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일단 구석구석의 시스템을 살펴보니 그곳은 정말 탕은 그냥 알몸으로 들어가야 했다.
구석마다 쉬거나 잘 수 있는 간이 침대 의자들이 있었으며, 족욕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사우나 시설은 4개 정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래의 로마식 사우나 시설.
그곳에는 중간에 도르래가 있어서 한 쪽에서는 돌을 불로 달구고 있다가 뚜껑이 열리고, 도르래가 움직이면서 바로 옆에 있는 물통으로 이동하면 거기서 달구어졌던 돌에 의해 김을 발생시키는 아주 옛날 로마 시대 때나 했었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시대에 맞추어 신식 시설도 있고, 그냥 습 사우나 시설도 있었는데 내가 슬쩍 실망했던건 평일이라서인지 젊은이들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시설이야 우리나라도 그 정도 이상이 많아서 뭐 유별날 것이야 많지 않았지만, 어떻게 혼탕이라고 왔는데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을까?
실망감에 사로잡혔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몸이 피곤했다.
한참동안 "어떻게 할까? 벗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족욕부터 시작하고 벗지 않아도 되는 사우나만 하고 집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저쪽 한쪽 구석에서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족욕만을 한참 동안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웬 동양인 남자의 낯익은 얼굴이 쓱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바로 그날 아침 같은 숙소에서 옆에 앉아 밥을 먹었던 재일교포였다. (그가 마침 밑에는 수건을 두르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날 우리는 서로 볼 것 안 볼 것 다 보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순간, 서로 너무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나는 아주머니가 설명해주신 곳이 아니라 길에서 만난 이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와 버렸고 그는 그냥 그곳을 구경하러 왔다가 목욕이나 하고 가자 해서 왔더니 이곳이었다고 했다. 이럴수가!!
어찌되었건 서로 그 차림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민망스러워서 '그럼 각자 목욕할 것 하고 잘 가라'고 말해 놓고는 그 남자분과 헤어졌다.
잠이 달아날 만큼 놀라서 뒤에서 그가 가는 걸 확인하고는 나 역시 얼른 자리를 떠서 사우나만 하고 가려고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이번엔 그곳에 계시는 할머니들이 나의 모습을 보시더니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다 벗어 놓고 우리 처럼 이렇게 누워있으라'고 종용이셨다. "이런 곳에서는 이렇게 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본인들처럼 똑바로 훌훌 벗고 누우라고.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달랐다. 내가 지나가면 할아버지의 시선들이 나의 이동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게 분명히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들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남자들이 본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할머니들은 자꾸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할머니들은 무엇보다 같은 인종이니 그렇지만, 나처럼 동양 여자거나 다른 인종들에게는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걸 나는 느낄 수 있고 위 아래로 ?어 보는 사람들도 봤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리면서 옥신각신했다. 그렇게 몇 마디씩 나누다보니 이제는 더 더욱 이래저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그곳을 나와 얼른 아무도 없는 사우나 시설로 이동해버렸다.
"에휴, 목욕 한 번 하기 정말 힘들다!" 스스로를 한탄하며 '이제는 정말 시선이 자유로운 곳으로 들어와서 다행이다' 싶어 겨우 '휴~~~ '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때마침 한 외국인 남자가 들어 와서 내 앞 의자에 아예 수건을 깔고는 보란듯이 엎드려 누워버렸다. 그 순간, 그 남자의 하얀 엉덩이가 둥그러니 드러나는 것이었다.
'아! 이 노릇을.'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니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벽 쪽을 보고 수건을 걸친 채로 누웠는데 이래저래 마음만 불편하다. 결국은 그 낯선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 먼저 나와버리고 말았다.
혼탕이라는 생전 처음의 경험에 대한 기대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리없이 하늘로 날라가고는, 나는 결국 족욕만 하다가 나와 버렸다.
하지만 비록 목욕다운 목욕을 하지는 못했으나 이곳을 나오면서 몸이란 그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인간들에 의해 너무 많은 의미가 붙여진다. 바로 그 때문에 필요없는 문제들이 생기곤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이 우리에게 말하는 언어들은 우리를 속이거나 억지로 꾸미지 않는다. 추우면 춥고, 배고프면 배고프고, 아프면 아프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게 조금은 더 단순하고 명료해도 되는 일이지 않을까? 유리병 안에 가둬 두나, 결국 얼음처럼 투명한 것. 어쩌면 우리의 몸은 그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우리의 인식이 그 하얀 투명성을 지워버릴 뿐.
그 인의적이고 왜곡된 과잉의 의미들에 의해 비뚤게 부풀어 오르다. '빵!'하고 터져버리는 몸에 대한 정의는 한국사회 여기저기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불편한 이야기들을 생산해내는 현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다.
독일식 혼탕의 경험은 비록 개미의 걸음만큼 작았지만, 몸에 대한 나의 인식을 변하게 했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과잉의 이해가 필요치 않는,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몸이라는 걸.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여행에서 배우는 것 중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페이스 조절이었다. 나는 여행 끝까지 그것을 하지 못했었고, 사실 이것은 여행을 넘어서 내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결국, 여행이 한 달 즈음정도 지나갈 때, 아예 말을 할 수 없을 만큼 목이 잠기고 연신 기침을 해댔다. 으실 으실 몸이 욱신거리더니, 결국엔 서 있을 기운조차 없게 되었다.
'이럴 때 서울에 있다면 목욕이라도 좀 마음껏 했을텐데... 그러면 몸이 한결 개운해질텐데'
나는 그저 따뜻한 물에 하루 종일 몸을 담그고만 싶어졌다. 그러다가 독일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비스 바덴과 바덴 바덴 등에서 여독을 풀어보기 결정했다. 숙소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독일은 혼탕의 문화'라고 알려준다.
"으악!! 혼탕? 그 말로만 듣던 에덴 동산 같은 혼탕?"
▲ 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
ⓒ 배수경 |
겁에 질린 내가 걱정 어린 얼굴로 바라보니 사장님은 "만약 벗기 싫으면 탕에만 안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해 주었다. 물론 온천마다 시설이 다르지만, 실내에서는 대략 수영복을 입을 수 있다. 탕만 아니면 입고 다닐 수도 있고, 또 사우나 할 때는 큰 목욕 타월을 몸에 두를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오면 몸이 좀 개운해 질 거라고 했다.
"음, 그래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다고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았으니 그곳에서 사면되지 뭐!"라고 생각하고는 얼른 목욕 도구들을 챙겨서 온천으로 향했다. 그런데 지도도 없이 처음 가는 길이라, 사장님께서 추천해 준 곳을 찾지 못했다. 결국엔 길을 가다 어느 여자 분의 소개로 로마식 사우나로 유명한 한 곳을 들어가게 되었다. 입구부터 남달랐던 그곳에서 계산하려고 떡 하니 한 건물 안에 들어 서니, 비록 아픈 몸이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키도 크고 아주 멋진 남자들이 알몸으로 욕탕을 걸어다닌다. 으흐!"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주머니가 카운터에서 수영복을 살 수 있다고 하셨으니까, 으흠, 일단 그것 먼저 사야지"라고 생각하고, 그곳 직원에게 물어봤다. 그곳은 그런 것을 팔지 않는단다. "수건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탕에 들어갈 때는 무조건 다 벗어야한다"고.
"뜨악!! 아니 왜 수영복을 팔지 않아요?"
나는 그렇게 설명을 받고 왔다고 했지만, 직원은 "각 곳마다 다 시설이나 방침이 다르다"는 기본적인 대답 뿐이었다.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상황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몸이 이렇게 힘든데 그냥 수건으로 가리고 얼른 들어갔다가 오자"하고 결국 안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그곳은 에덴의 동산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0. 2, 0, 3의 시력을 보유하는, 게다가 난시가 심한 나 같은 이도 눈이 번쩍 번쩍 뜨일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물론, 나는 커다란 목욕 타월을 덮고, 유유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일단 구석구석의 시스템을 살펴보니 그곳은 정말 탕은 그냥 알몸으로 들어가야 했다.
구석마다 쉬거나 잘 수 있는 간이 침대 의자들이 있었으며, 족욕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사우나 시설은 4개 정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아래의 로마식 사우나 시설.
그곳에는 중간에 도르래가 있어서 한 쪽에서는 돌을 불로 달구고 있다가 뚜껑이 열리고, 도르래가 움직이면서 바로 옆에 있는 물통으로 이동하면 거기서 달구어졌던 돌에 의해 김을 발생시키는 아주 옛날 로마 시대 때나 했었다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또 다른 곳은 시대에 맞추어 신식 시설도 있고, 그냥 습 사우나 시설도 있었는데 내가 슬쩍 실망했던건 평일이라서인지 젊은이들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시설이야 우리나라도 그 정도 이상이 많아서 뭐 유별날 것이야 많지 않았지만, 어떻게 혼탕이라고 왔는데 젊은 사람들은 한 명도 없을까?
▲ 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
ⓒ 배수경 |
실망감에 사로잡혔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몸이 피곤했다.
한참동안 "어떻게 할까? 벗을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족욕부터 시작하고 벗지 않아도 되는 사우나만 하고 집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저쪽 한쪽 구석에서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면서 족욕만을 한참 동안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웬 동양인 남자의 낯익은 얼굴이 쓱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바로 그날 아침 같은 숙소에서 옆에 앉아 밥을 먹었던 재일교포였다. (그가 마침 밑에는 수건을 두르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그날 우리는 서로 볼 것 안 볼 것 다 보는 사이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순간, 서로 너무 놀라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나는 아주머니가 설명해주신 곳이 아니라 길에서 만난 이의 도움으로 다른 곳으로 와 버렸고 그는 그냥 그곳을 구경하러 왔다가 목욕이나 하고 가자 해서 왔더니 이곳이었다고 했다. 이럴수가!!
어찌되었건 서로 그 차림으로 더 이상의 이야기는 민망스러워서 '그럼 각자 목욕할 것 하고 잘 가라'고 말해 놓고는 그 남자분과 헤어졌다.
잠이 달아날 만큼 놀라서 뒤에서 그가 가는 걸 확인하고는 나 역시 얼른 자리를 떠서 사우나만 하고 가려고 들어갔는데... 이게 웬걸, 이번엔 그곳에 계시는 할머니들이 나의 모습을 보시더니 '그렇게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다 벗어 놓고 우리 처럼 이렇게 누워있으라'고 종용이셨다. "이런 곳에서는 이렇게 해도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본인들처럼 똑바로 훌훌 벗고 누우라고.
그러나 사실은 그와 달랐다. 내가 지나가면 할아버지의 시선들이 나의 이동거리를 따라오고 있는 게 분명히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들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남자들이 본다"고 설명을 드렸는데 할머니들은 자꾸 그렇지 않다는 거였다. 그래서 다시 "할머니들은 무엇보다 같은 인종이니 그렇지만, 나처럼 동양 여자거나 다른 인종들에게는 호기심이 있기 마련이라고, 그걸 나는 느낄 수 있고 위 아래로 ?어 보는 사람들도 봤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리면서 옥신각신했다. 그렇게 몇 마디씩 나누다보니 이제는 더 더욱 이래저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그곳을 나와 얼른 아무도 없는 사우나 시설로 이동해버렸다.
"에휴, 목욕 한 번 하기 정말 힘들다!" 스스로를 한탄하며 '이제는 정말 시선이 자유로운 곳으로 들어와서 다행이다' 싶어 겨우 '휴~~~ '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때마침 한 외국인 남자가 들어 와서 내 앞 의자에 아예 수건을 깔고는 보란듯이 엎드려 누워버렸다. 그 순간, 그 남자의 하얀 엉덩이가 둥그러니 드러나는 것이었다.
'아! 이 노릇을.'
시선을 옆으로 돌리자니 그렇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벽 쪽을 보고 수건을 걸친 채로 누웠는데 이래저래 마음만 불편하다. 결국은 그 낯선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나 먼저 나와버리고 말았다.
혼탕이라는 생전 처음의 경험에 대한 기대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소리없이 하늘로 날라가고는, 나는 결국 족욕만 하다가 나와 버렸다.
▲ 독일의 온천 휴양지 Baden Baden. |
ⓒ 배수경 |
하지만 비록 목욕다운 목욕을 하지는 못했으나 이곳을 나오면서 몸이란 그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인간들에 의해 너무 많은 의미가 붙여진다. 바로 그 때문에 필요없는 문제들이 생기곤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몸이 우리에게 말하는 언어들은 우리를 속이거나 억지로 꾸미지 않는다. 추우면 춥고, 배고프면 배고프고, 아프면 아프다고 한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도 그렇게 조금은 더 단순하고 명료해도 되는 일이지 않을까? 유리병 안에 가둬 두나, 결국 얼음처럼 투명한 것. 어쩌면 우리의 몸은 그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우리의 인식이 그 하얀 투명성을 지워버릴 뿐.
그 인의적이고 왜곡된 과잉의 의미들에 의해 비뚤게 부풀어 오르다. '빵!'하고 터져버리는 몸에 대한 정의는 한국사회 여기저기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과 불편한 이야기들을 생산해내는 현실을 우리는 모르지 않다.
독일식 혼탕의 경험은 비록 개미의 걸음만큼 작았지만, 몸에 대한 나의 인식을 변하게 했다. 애쓰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 과잉의 이해가 필요치 않는, 그저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 그것이 인간의 몸이라는 걸.
<기사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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