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에도 삶의 질은 바닥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표를 따졌을 때 물질적 삶은 나아졌지만 삶의 질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지표를 따졌을 때 물질적 삶은 나아졌지만 삶의 질은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5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 금융 자산, 고용 등은 금융위기로 휘청거린 2009년 이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물질적 토대는 좋아졌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사회관계망, 건강 만족도, 대기질 부분에서 꼴찌를 기록했고 안전하다는 느끼는 정도도 최하위권이었다.
◇ 한국, 물질적 삶 개선…"성장둔화 선진국 대비 상대적 우위"
한국의 가구당 순가처분소득은 2013년 기준 2만270 달러로 OECD 29개 회원국 가운데 20위였다.
절대 수치로 보면 OECD 평균(2만7천410 달러)에 미치지 못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순가처분소득 증가율을 보면 한국이 12.28%로 가장 높았다.
멕시코(11.73%)와 노르웨이(8.13%)가 한국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2011년 재정위기를 겪은 그리스(-30.27%), 아일랜드(-18.11%), 스페인(-11.08%), 이탈리아(-9.32%) 등 유럽 국가들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에 정규직 근로자의 연평균 총소득 증가율도 한국이 7.3%로 30개국 가운데 1위였다.
가구와 근로자 소득에는 각국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실제로 살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 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한 PPP(구매력평가) 환율 개념이 적용됐다.
2009년 한국의 고용률(15∼64세)은 62.94%로 OECD 평균(64.94%)보다 2%포인트 낮았지만 지난해(65.35%)에는 OECD 평균(65.88%)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
OECD는 독일과 함께 한국을 금융위기 이후 물질적 토대가 나아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았다.
OECD는 "한국은 2009년 이후 가계 수입·금융 자산·고용의 증가, 장기 실업률 감소 등 대부분의 물질적 웰빙 지수가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금융위기 이후 물질적 지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OECD 국가 대부분이 저성장기에 진입한 선진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근태 수석 연구위원은 "이미 성장이 정체 단계인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장 속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절대적인 소득은 선진국보다 낮은 상태여서 따라잡으려면 한국이 빠른 성장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OECD에 재정위기로 휘청거린 유럽 국가들이 많다는 점도 한국의 성장을 돋보이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물질적인 토대는 좋아졌지만 한국 근로자의 남녀 소득 격차가 20%를 넘은 점은 개선 과제다. 한국은 에스토니아,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OECD에서 남녀 소득 격차가 큰 나라로 꼽혔다.
OECD는 소득 상위 20%의 수입이 하위 20%의 6배나 되는 소득 불평등도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 사회관계·건강·대기질 '꼴찌'…안전도 최하위권
'사회 관계 지원'(2014년) 항목에서 한국은 OECD 34개국 가운데 꼴찌를 차지했다.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와 관련한 점수에서 한국은 72.37점을 기록해 OECD(88.02점) 평균에 크게 못 미친 것은 물론 회원국 중 최저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29세의 점수는 93.29점으로 OECD 평균(93.16점)보다도 높았지만 30∼49세(78.38점)에서 점수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50세 이상의 점수는 67.58점으로 1위인 아일랜드(96.34점)보다 무려 30점 가량 낮았다.
주관적 건강 만족도에서도 한국은 최하위였다.
한국 사람들의 건강 만족 지수는 2009년 44.8점에서 2013년 35.1점으로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밤에 혼자 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정도 역시 한국(61점) 순위는 34개국 중 28위로 하위권이었다.
폭행에 따른 사망자 수에서는 한국이 인구 10만명당 1.1명으로 14위를 차지했다.
공기 등 환경 부문에서도 한국의 성적은 저조했다.
초미세먼지(PM-2.5) 노출도(2010∼2012년 평균, 인구 가중치)는 23.83으로 OECD 회원국 중에 가장 높았다.
수질 만족도(77.90점) 역시 34개국 가운데 2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개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는 한국이 10점 만점에 5.80점을 기록해 OECD 34개 회원국과 러시아, 브라질을 포함한 36개국 중 29위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15∼29세 6.32점, 30∼49세 6.00점, 50대 이상 5.33점 등 나이가 들수록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성근 연구위원은 "주거와 사교육비 부담이 높은 한국에서 여유있는 삶을 살기는 힘들다"며 "경쟁에 내몰리다보니 사회 전체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진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 어린이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짧아
한국 어린이들이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은 OECD에서 가장 짧은 하루 48분이다.
이 중 아빠가 같이 놀아주거나 공부를 가르쳐주거나 책을 읽어주는 시간은 하루 3분, 돌봐주는 시간도 3분이다.
OECD 평균은 하루 151분이고 이 중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은 47분이다.
한국의 경우 돌보기에 통학 시간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극히 짧은 수준이다.
이웃나라 일본 어린이들만 해도 아빠와 함께 놀거나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12분으로 한국보다 많다.
익히 알려진 대로 한국 어린이들은 학업성취도에서는 OECD 최상위권이다. 15세 이상 읽기능력은 2위, 컴퓨터 기반 문제 해결 능력은 1위다.
성인이 돼 투표할 의향이 있는 14세 청소년의 비율이 3위에 이를 정도로 사회의식이 높다.
그러나 15∼19세에 학교를 다니지 않고 취업도 않고 훈련도 받지 않는 방치된 비율이 터키, 멕시코 등에 이어 9번째로 높았다.
14세 청소년 중 지난 12개월간 사회활동에 참여한 비율은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았고 중학교 2학년 학생이 자원활동을 한 비율은 최저였다. 한국에서 학생들의 대외 활동이 상대적으로 제한됐음을 시사한다.
어린이 1인당 가처분 소득은 18위로 OECD 평균보다 조금 높았다. OECD는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한국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가계 지출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기사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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